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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네요.

작성자
Lv.64 하렌티
작성
14.02.04 22:42
조회
1,393

외삼촌은 목사였습니다.

 

 교회에서는 존경받던 사람이었지만, 솔직하게 친척으로서는 재수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외삼촌은 외가에서 유일한 아들이었지만 외할머니는 둘째 딸인 제 어머니가 모습니다. 자식 된 도리에서 기본 생활비나 용돈을 할머니에게 보낼련만 하더만 여태까지 살면서 그런 것이 일체 없었습니다. 가끔 설날이나 추석같은 명절날에 돈 5만원 쥐어주는 것이 다였죠.  그것 외에 명절 선물이라고 과일이나 선물 세트 같은 것들은 일체 가져온 적이 없습니다. 그저 와서 제사 때는 저리 피해있다가 제사음식이 아침상으로 차려오면 멀뚱히 나와서 먹는게 다였죠.

 

 벌초때였죠? 기독교에서는 우상숭배라고 하죠? 그런 문제였을 것입니다. 외할아버니 묘에 있는 잡초들을 제거해야되는데 일절 손을 대지 않았죠. 그저 남들 일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쉬는 시간에 친척 어른들에게 ‘교회를 믿으세요’ 라고 말 하는 게 다였죠.

 

 그러다가 외삼촌이 목사에서 짤렸습니다. 잘린 이유는 교회 내부에 있던 장로 선출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교회에서는 장로라는 직책을 아무나 주지 않습니다. 근데 갑자기 신입 신도분이 오시더니 기존에 있던 장로들을 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매수해서 자신을 장로 시켜달라는 거였죠. 그때 외삼촌이 반대했습니다.

 

 목사가 반대를 하니 그 신입 신도는 장로가 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짓이 매수한 장로와 담합을 해서 외삼촌을 짤랐습니다. 한 20년을 그 교회에 일한 것 같던데 그렇게 한 순간에 짤리더군요.

 

 평생 목사하던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지 선택한 일이 대리 운전사였습니다. 외삼촌은 전보단 먹고 힘들어 졌고, 전보단 생활이 불안전해졌습니다. 근데 목사였던 때보단 인간다워졌습니다.

 

 목사 였을 때는 정나미가 뚝뚝 떨어졌는데 일반인이 되더니 아버지가 주신 술을 넙죽 넙죽 받아 먹기도 하고, 사회에서 괴리된 종교 이야기만 하던 사람이 보다 인간다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수없던 사람이 외삼촌 다워진 것입니다.

 

 그렇게 한 5년을 대리 운전사 생활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설날 때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다시 목사로 취직한다고 하더군요. 외할머니나 어머니께서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잘 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근데 정작 설날이 돼서 오니 진상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설날 아침 제사상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입니다. 외삼촌의 딸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제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데, 외삼촌이 본인의 딸을 부르더니 일을 하지말고 여기서 쉬라고 하더군요. 그때 제사 준비만 하는 여자만 5명이나 됐습니다. 삼촌 딸은 그 중 제일 막내 였구요.

 

 삼촌 옆에서 빈둥 빈둥 되길래 옆에서 와서 돌려서 갈구었습니다. ‘위에 있는 어른들은 다 일하는데 니만 여기 와서 놀고 있냐, 빨리가서 일해.’ 그 말을 듣고 상황이 판단 되었는지 얼릉 일어나서 일을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근데 삼촌이 조용히 가지말고 여기서 쉬고 있어라고 말하면서 일을 못하게 막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게 무슨 개지랄’이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와서 저 지랄이 왜 그런지 알았습니다.

 

 제사상을 떡하고 차려 놓고 외삼촌에게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교회식으로 진행할테니 주례좀 진행해줘라고.매번 그런식으로 주례를 진행을 해와서 그렇게 할줄 알았는데, 외삼촌이 뜬끔포를 날려주었습니다.

“제사상 차려났는데, 무슨 주례냐. 나는 안한다.”

 할머니께서 그래도 유일한 아들이니 진행좀 해달라고 했지만, 기필코 안하다구 하더군요. 매번 잿밥은 열심히 쳐 먹어됐는데, 정작 제사상 앞에서는 주례 따위는 안한답니다. 그 말 듣고 알았죠.

‘아 목사 된다고 다시 유세를 부리네. 아까 딸내미도 놀게 한게 힘들게 보여 쉬게 한게 아니라, 제사 준비한다고 기분 나빠서였구나.’

 

 사실 가족들은 외삼촌이 교회에서 짤린게 하나님이 주신 작은 시련이라고 생각들 했었습니다. 일반인이 되어 사회를 경험하고 보다 현실적인 가르침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요. 언제가는 다시 목사가 되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상황을 지켜보고 안 것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더군요. 재수 없는 사람은 재수 없는 사람 일 뿐입니다.

 

 

 


Comment ' 17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4.02.04 22:45
    No. 1

    사람은 쉽게 변합니다. 그리고 한 번 적응한 환경에는 더욱 빨리 적응하죠.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좀 그렇네요 ㅡㅡ;;
    그래도 눈에 띄게 방해는 안하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4 하렌티
    작성일
    14.02.04 22:48
    No. 2

    더 웃긴 것은 가족들 다 모여서 제사 지낼때는 TV를 켜서 딸내미와 톰과 제리를 보더군요. 개념도 그런 상개념이 없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7 윤필담
    작성일
    14.02.04 22:49
    No. 3

    근데 진짜 그런거 싫어하면...
    안오는게 맞지 않나요?
    제가 아는 사람중에는 미리 인사드리러 갔다가
    제사 지내는 날에는 걍 안가던데...
    서로 불편하다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4 하렌티
    작성일
    14.02.04 22:51
    No. 4

    목사 짤려서 일반인 되었을 때는 와서 술도 넙죽 받아먹고, 제사상에서 주례도 잘하고 그랬습니다.
    근데 목사가 다시 된다고 하니 저지랄을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슈크림빵이
    작성일
    14.02.04 23:22
    No. 5

    그러니 인간이 쉽게 변한다는거죠. 쉽게 변하니 예전 모습으로 쉽게 다시 변한거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4 하렌티
    작성일
    14.02.04 23:27
    No. 6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4.02.04 23:24
    No. 7

    웃음 밖에 안나오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윤필담
    작성일
    14.02.04 22:47
    No. 8

    헐...
    교회 다녀도... 제사 준비도 도와주고
    벌초 정도는 해주는 분들 많은데
    사람이 좀 그렇네요.

    제 친구네 부모님도 제사 안지내는 분들인데...
    벌초는 진짜 꼬박꼬박 합니다.
    전도도 절대 안하구요.

    예전에 제 친구가 교회사람들이랑 합숙할때... 거기 한두번 간적있는데...
    저 있으면 절대 교회 얘기 안합니다.

    우상숭배랑 벌초가 무슨상관인지 모르겠네요.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긴한데.....

    그래도 최소한의 문화는 지키는게 좋은데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그믐달아래
    작성일
    14.02.04 22:58
    No. 9

    그 목사한다는 분 자체가 문제네요. 뭐 특정한 조건이나 어려운 상황에 따라서 목사직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보니 정말 말도 안되고 어처구니 없는 목사들이 많기는 하지요.
    정말 보기는 힘들어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믿음을 가지고 실천하려는 목사는 행동이 전혀 다르던데요.
    우상숭배라고 하는 제사도 절만 안할 뿐이지 조상들로 인해서 우리가 있을 수 있다고 하고, 그러한 일을 존중은 해주더군요. 그리고 위에도 나왔듯이 진짜 제사를 준비해야하거나 제사를 하는 경우에는 차라리 그 때를 피해서 다른 때 찾아오거나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주거나 하던데 말이지요. 그냥 저건 사람 자체가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닌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미갈
    작성일
    14.02.04 23:12
    No. 10

    안보이는데서 외삼촌에게 저지랄을 한다고 하는것도 참 안변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요?
    설날이랑 추석에 한국남자들중에 많은 분들이 tv보고 누워서 자기만 하지 제사 도와주는 모습 많이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럼 한국남자 대다수도 지랄떠는 모습일까요?
    또 많은 남성들이 퇴근후 누워서 아내심부름시키기만하고 그러죠 싫어하시는 외삼촌의 모습이
    많은 남성들에게 조금씩은 있습니다.
    정말로 그모습이 너무 싫으시면 외삼촌 앞에서 조용히 한번 이야기해보는것은 어떨까요?
    아마 하렌티님의 모습에도 그런모습이 있을것같네요 외삼촌분뿐만아니라 그분따님도 나름 친척이실텐데 딸내미라고 비웃고 멸시하는 모습을 보이시는것 보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슈크림빵이
    작성일
    14.02.04 23:24
    No. 11

    도대체 요즘 어느 집안이 설날 추석에 tv만 보고 있답니까..
    어디서 잘못된 매체만 보고 그러는거 같은데. 주위 그리고 제대로된 집안에선 남자들 안놉니다.
    저만해도 음식 나르고 상차리며 여러 잡일+ 벌초를 하죠.
    괸히 이상한 남녀 차별주의에 물들어서 이상한 소리 하시는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4 하렌티
    작성일
    14.02.04 23:25
    No. 12

    글을 통해 제 모습이 어떤 형식으로 비추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인 도리입니다. 단순히 제사를 도와준다 안도와준다라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가 경멸하는 대상은 상당히 늘어나겠죠.

    외할머니께서는 아들만 바라보십니다. 둘째 딸인 우리 어머니가 모시긴 하지만, 아들을 항상 좋아하시고 자랑스러워하시죠. 설날 제사이긴 하지만, 제사를 치르는 것은 2분입니다. 그 중 한분이 외삼촌의 아버지이고 외할머니의 남편입니다.
    기독교 형식이든 전통 방식이든 본인의 아들이 제사를 주관한다는 것은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제사상이란 이유만으로 주례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족들을 포함한 친인척은 외삼촌에게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닙니다. 전통 방식을 통해서 조상에게 절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제를 지내는 것이 아닌 본인에게 맞는 예를 가지고 집행해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그것도 극렬히 싫어해서 항상 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 매번 잘 해오다가 목사로 복귀한다고 하자마자 그렇게 변했습니다. 또한 적어도 다른 사람이 제사를 지낸다면 분위기를 맞쳐서 조용히 있는게 맞는데 바로 옆에서 만화를 보는 것은 무슨 꼴입니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7 [탈퇴계정]
    작성일
    14.02.05 09:29
    No. 13

    장보는거 전부 남성이 합니다. 저희집에서는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페로니아
    작성일
    14.02.05 02:01
    No. 14

    딴건 몰겠는데 목사가 제사 안한다고 뭐라 하는건 아니지 않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3 페로니아
    작성일
    14.02.05 02:01
    No. 15

    목사 잘렸을땐 했다는게 아이러니긴 하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4 하렌티
    작성일
    14.02.05 02:37
    No. 16

    정확히 애기하자면 제사상을 차렸는데, 하고자한 것은 주례입니다.
    기도하고, 영혼이 천국에서 행복하게 잘살기를 빌고 등등이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탈퇴계정]
    작성일
    14.02.05 09:27
    No. 17

    그냥 변했다기 보단 자신감을 너무 되찾으셨군요...외삼촌분이.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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