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은 목사였습니다.
교회에서는 존경받던 사람이었지만, 솔직하게 친척으로서는 재수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외삼촌은 외가에서 유일한 아들이었지만 외할머니는 둘째 딸인 제 어머니가 모습니다. 자식 된 도리에서 기본 생활비나 용돈을 할머니에게 보낼련만 하더만 여태까지 살면서 그런 것이 일체 없었습니다. 가끔 설날이나 추석같은 명절날에 돈 5만원 쥐어주는 것이 다였죠. 그것 외에 명절 선물이라고 과일이나 선물 세트 같은 것들은 일체 가져온 적이 없습니다. 그저 와서 제사 때는 저리 피해있다가 제사음식이 아침상으로 차려오면 멀뚱히 나와서 먹는게 다였죠.
벌초때였죠? 기독교에서는 우상숭배라고 하죠? 그런 문제였을 것입니다. 외할아버니 묘에 있는 잡초들을 제거해야되는데 일절 손을 대지 않았죠. 그저 남들 일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쉬는 시간에 친척 어른들에게 ‘교회를 믿으세요’ 라고 말 하는 게 다였죠.
그러다가 외삼촌이 목사에서 짤렸습니다. 잘린 이유는 교회 내부에 있던 장로 선출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교회에서는 장로라는 직책을 아무나 주지 않습니다. 근데 갑자기 신입 신도분이 오시더니 기존에 있던 장로들을 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매수해서 자신을 장로 시켜달라는 거였죠. 그때 외삼촌이 반대했습니다.
목사가 반대를 하니 그 신입 신도는 장로가 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짓이 매수한 장로와 담합을 해서 외삼촌을 짤랐습니다. 한 20년을 그 교회에 일한 것 같던데 그렇게 한 순간에 짤리더군요.
평생 목사하던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지 선택한 일이 대리 운전사였습니다. 외삼촌은 전보단 먹고 힘들어 졌고, 전보단 생활이 불안전해졌습니다. 근데 목사였던 때보단 인간다워졌습니다.
목사 였을 때는 정나미가 뚝뚝 떨어졌는데 일반인이 되더니 아버지가 주신 술을 넙죽 넙죽 받아 먹기도 하고, 사회에서 괴리된 종교 이야기만 하던 사람이 보다 인간다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수없던 사람이 외삼촌 다워진 것입니다.
그렇게 한 5년을 대리 운전사 생활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설날 때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다시 목사로 취직한다고 하더군요. 외할머니나 어머니께서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잘 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근데 정작 설날이 돼서 오니 진상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설날 아침 제사상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입니다. 외삼촌의 딸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제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데, 외삼촌이 본인의 딸을 부르더니 일을 하지말고 여기서 쉬라고 하더군요. 그때 제사 준비만 하는 여자만 5명이나 됐습니다. 삼촌 딸은 그 중 제일 막내 였구요.
삼촌 옆에서 빈둥 빈둥 되길래 옆에서 와서 돌려서 갈구었습니다. ‘위에 있는 어른들은 다 일하는데 니만 여기 와서 놀고 있냐, 빨리가서 일해.’ 그 말을 듣고 상황이 판단 되었는지 얼릉 일어나서 일을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근데 삼촌이 조용히 가지말고 여기서 쉬고 있어라고 말하면서 일을 못하게 막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게 무슨 개지랄’이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와서 저 지랄이 왜 그런지 알았습니다.
제사상을 떡하고 차려 놓고 외삼촌에게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교회식으로 진행할테니 주례좀 진행해줘라고.매번 그런식으로 주례를 진행을 해와서 그렇게 할줄 알았는데, 외삼촌이 뜬끔포를 날려주었습니다.
“제사상 차려났는데, 무슨 주례냐. 나는 안한다.”
할머니께서 그래도 유일한 아들이니 진행좀 해달라고 했지만, 기필코 안하다구 하더군요. 매번 잿밥은 열심히 쳐 먹어됐는데, 정작 제사상 앞에서는 주례 따위는 안한답니다. 그 말 듣고 알았죠.
‘아 목사 된다고 다시 유세를 부리네. 아까 딸내미도 놀게 한게 힘들게 보여 쉬게 한게 아니라, 제사 준비한다고 기분 나빠서였구나.’
사실 가족들은 외삼촌이 교회에서 짤린게 하나님이 주신 작은 시련이라고 생각들 했었습니다. 일반인이 되어 사회를 경험하고 보다 현실적인 가르침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요. 언제가는 다시 목사가 되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상황을 지켜보고 안 것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더군요. 재수 없는 사람은 재수 없는 사람 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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