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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시장에 대한 고찰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3.11.18 17:13
조회
1,926

한국이라는 단어와 게임이라는 단어를 합쳐보십시요. 어떤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릅니까? 아마 열이면 여섯은 온라인 게임이 떠올리겠고, 나머지 셋은 모바일 게임이 떠올리겠고, 나머지 하나는 콘솔 게임을 떠올릴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 게임 시장의 현재입니다. 많은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별 문제점을 느끼지 못합니다. 무리는 아닙니다. 한국에 있는 대다수의 게이머는 한국 시장에만 고립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 해서 한국 시장이 기형적 구조를 가졌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기형적 독주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콘솔 게임 시장이 죽어간다는 고리타분한 얘기, 많은 분들이 자주 들어봤겠지요. 하지만 그런 구닥다리 얘기나 하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위에 말한 열명중 단 한명도 인디 게임을 떠올리지 않았고, 아마 제가 그것을 지적하기 전까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중 절대다수 또한 인디 게임을 떠올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엄밀히 말해 저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 콘솔 시장이 매일같이 죽어나가는 현재에 대해 별다른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콘솔 약세는 뒤집어보면 온라인 강세입니다. 마치 해외 시장에서 콘솔 강세라 해서 기형적 구조라 말하지 않듯, 저 또한 한국 시장에서 온라인 강세라 해서 기형적 구조라 말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한국의 콘솔 시장은 완전히 죽어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고 온라인 시장과 모바일 시장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이렇게 한국의 콘솔 시장이 나약하다는 것은 역으로 콘솔 시장을 살리기는 힘들고 굳이 살려야 할 필요성도 없다고 봐야한다 생각합니다. 이미 해외에서 충분히 훌륭한 콘솔 게임 잘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굳이 노하우도 기술도 인력도 없는 콘솔 시장에 뜬금없이 뛰어드느니 이미 그럭저럭 발전되어 있는 온라인 시장에 계속 중점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한국 게임 시장은 단순히 콘솔 약세 온라인 강세라는 간단한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한국 시장은 죽어버린 인디 시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은 인디 게임에 극도로 적대적이며, 인디 게임이 살아남을 수 없고, 인디 게임이 개발 될 수도 없고, 인디 게임이 팔려나갈 수도 없는 환경입니다. 콘솔 시장의 악화 버젼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대 어째서 콘솔 시장이 약세인 것은 상관없지만, 인디 시장이 약세인 것은 상관이 있을까요?

그것에 대해 얘기해보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전세계의 게임 시장이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어떻게 발전되어가는지를 얘기해보아야 합니다. 전세계의 게임 시장은 크게 두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온라인과 콘솔일까요? 루리웹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제 생각에 전세계의 게임시장은 크게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누어져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저는 게임 시장의 등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메이저는 대중적인 히트작을 내며 게임 수요의 절대다수를 책임집니다. 저것은 문제가 있다 없다라고 평가할 수 있는 성격의 상황이 아닙니다. 마이너는 결코 게임 시장의 양적인 수요를 책임질 수 없고, 오로지 강대한 생산력의 메이저들만이 게임 시장의 양적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가 없다면 양적인 수요에 대한 공급이 크게 줄어들겠고 자연스레 게임 시장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메이저가 양적인 수요를 책임질 지언정 질적인 수요까지는 책임질 수 없습니다. 메이저는 모두 주식회사입니다. 주주가 있고 투자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는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들여 투자한 금액을 도로 돌려받는 것, 오로지 이것 하나입니다. 그리고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게임은 명작이 될 수도 있지만 졸작이 되서 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투자자들은 이미 성공한 게임의 그래픽을 더 삐까번쩍하게 하고 새로운 총이랑 갑옷 몇개 추가해서 후속작이랍시고 내놓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면 최소한 전작만큼의 돈은 벌어들일테니까요. 자본의 논리는 냉혹합니다.

바로 이때 마이너가 등장하게 됩니다. 마이너는 자본의 논리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그렇기에 자연스레 자본의 논리에 사로잡힌 메이저가 파고들지 못하는 부분까지 파고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이너는 메이저가 시험하지 못하는 신기술을 시험하고 메이저가 시도하지 못하는 새로운 개념을 시도합니다. 메이저가 게임 시장의 양적인 수요를 감당하며 양적인 성장을 이끌어간다면, 마이너는 신기술과 신개념으로 무장한 색다른 게임을 통해 질적인 수요를 감당하고 게임 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이끌어갑니다. 이것이 바로 인디 시장입니다.

정리를 위해 비유 하나 해보겠습니다. 지구 어딘가에 빈 공터가 하나 있습니다. 그 공터에는 구멍이 하나 파여져 있습니다. 그 구멍은 대체 누가 팠는지 이리저리 삐죽삐죽 튀어나와있거나 움푹 들어간 구멍 수십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구멍을 메워야만 합니다. 우선 네모난 컨테이너 박스 수십개를 밀어넣어봅시다. 컨테이너 박스는 아주 거대하기에 구멍의 대다수를 메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멍은 컨테이너 박스가 꼭 맞아 떨어질 수 있는 사각형이 아니기에, 자연스레 컨테이너 박스가 채우지 못하는 조그마한 부분들이 사방에 널려있게 됩니다.

이때 저희는 이 구멍에 물을 붓습니다. 물의 양은 적지만 물은 물이기에 극도로 유연해서 컨테이너 박스가 메우지 못한 구멍에 흘러들어가 구멍을 가득 메울 수 있습니다. 결국 물 덕분에 컨테이너 박스로 채우지 못한 조그마한 부분들이 모두 찼고, 구멍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땅이 게임 시장이고 구멍이 수요고 컨테이너 박스가 메이저고 물이 마이너입니다. 이것처럼 메이저와 마이너는 서로간에 상호공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관계입니다.

이것이 바로 콘솔 약세와 인디 약세가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입니다. 콘솔과 온라인은 둘다 메이저고 콘솔이 약세면 온라인이 강세이니 본질적으로 메이저 자체는 문제없이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마이너의 절대다수는 인디밖에 없으니(혼자는 아닙니다) 인디가 약세라면 마이너가 약세가 되고 강세가 되는 것은 아무도 없으니 질적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고 게임 시장의 질적인 발전이 정체되게 됩니다.

서양 게임 시장은 이 문제점을 이미 오래전에 맞이했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우선 킥스타터는 소액투자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소개하며 아이디어와 포트폴리오는 가졌지만 자본은 없는 개발자들에게 기회를 안겨줍니다. 스팀 그린라이트는 전세계 수백만명이 매일 방문하는 거대한 게임 허브인 스팀에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인디 개발자들에게 선사해주고, 그것은 스팀을 방문하는 수백만명의 게이머들에 의한 투표와 평가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린라이트를 통해 소비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소비자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게임들이 출시되는 것이지요. 스팀 얼리 액세스는 자본이 부족하기 쉬운 인디 개발자들이 개발중인 게임을 출시해 미리 판매를 한 다음 꾸준히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데주라는 인디 전문 온라인 플랫폼인대 데주라에는 온갖 종류의 인디 게임들이 매일같이 출시되며 생존과 발전의 기회를 얻습니다. 시장과 소비자가 스스로 마이너의 필요성을 깨달았기에 마이너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지요.

그럼 한국 시장은 무엇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자그마한 행사같은 것은 있을지언정 본질적으로 시장과 소비자가 마이너를 살리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은 거의 없습니다. 자연스레 마이너는 한국 시장에서 성장하지 못하게 되고 질적인 수요를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는 자연스레 질적인 수요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게 됩니다. 이미 마이너가 성장하기 힘든 환경이건만, 이 환경이 유지되면 유지될수록 더 환경이 험난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한국 시장은 혁신, 신기술, 신개념을 잃게 되고 자체적인 발전이 점차 험난해지며 해외 시장에 꾸준히 의존적으로 변할 수 뿐이 없습니다. 아니라면 일본처럼 갈라파고스화 되겠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하나뿐입니다. 이미 수작 부리며 놀기에는 마이너의 상황이 너무 심각합니다. 오로지 문제를 바로 치고들어가는 정공법만이 유일한 답입니다. 그것은 바로 게임 회사가 마이너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소비자를 마이너로 서서히 이끌어가고 소비자가 마이너에 친숙해지도록 만든 다음 마이너가 스스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토양을 일구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장기적으로 자본이 소모되고 단기적인 이득은 절대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 시장은 장기적인 자본의 소모를 감당할 수 있을만큼 메이저들이 튼튼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마이너 약세라는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겠고 자연스레 한국 게임 시장의 약세와 함께 해외 시장에 대한 종속, 혹은 일본처럼 갈라파고스화 되어 해외 시장으로부터 단절될 수 뿐이 없겠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Comment ' 4

  • 작성자
    Lv.82 디메이져
    작성일
    13.11.18 19:33
    No. 1

    시디 게임이 왜 망했는지를 보면 그거 되살리려면 장난 아닐 텐데요;;
    만화 시장 살리는 것보다 어렵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Gauss
    작성일
    13.11.18 20:49
    No. 2

    한국은. 너무나도 네트워크가 발달된관계로...후후훗.....시디게임이 발전하기에는......후후훗....몇몇 능력자분들께서. 시디키와 더불어. 모든 도어락들을 제거하는 능력들을 가지셨기에.....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슈크림빵이
    작성일
    13.11.19 01:33
    No. 3

    그 도어락을 해제한게 외국에서한거. 실제 시디 복제는 외국이더 심하죠. 우리나라 파이가 작아서 커보일뿐...
    gta팔린거 보면 또 팔리는건 팔려서. 요즘은 계정에 시디키를 등록시키는게 거의 정론이라. 복제를 해도 혼자 솔로윙 해야하니.. 매리트도 없어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살라군
    작성일
    13.11.19 06:41
    No. 4

    공감이 가는 내용이네요; 자세하게 적어주셔서 오히려 놀라울 정도입니다. 위에 분은 큰 오해를 하고 계십니다. 패키지 시장이 망한 가장 첫 스타트는 아무리 봐도 번들용 게임들입니다. 막판에는 나온지 3달 미만 게임들이 번들용 게임으로 나올 정도로 경쟁이 과열 상태가 심각 했습니다.

    또한 지금 행해지고 있는 크랙과 각종 치트 프로그래밍의 출저만 봐도 국내가 아닌 해외쪽이 많습니다. 국내에는 모드라던지 RPG메이커를 위주로한 게임 개발 혹은 한글패치 정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제작하는것과 불법으로 애용하는건 별개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용자 쪽도 절대 이용자를 보면 과연 국내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클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게 희망적이여야 라고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는 독일쪽에서 국내 게임 개발자들에게 관심이 있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이와 비슷한 사례는 '괴물렵인'이라는 게임을 들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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