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두통 때문에 끙끙 앓았었다.
내 두통은 남들보다 좀 극성스러운 편이다.
타이레놀을 몇 알씩 먹어 줘도 잘 가라앉지를 않는 것이다.
그렇게 어질어질한 머리를 하고서도 두어 군데 벌이고 있던 논쟁판들을 돌아다니며 저쪽편에서 단 반박 글이 없는지 체크를 해주고, 한게임 고스톱을 쳤다가 왕창 깨지고, 피시방 사장이 다운받아 놓은 영화 한 편을 보려다가 아무래도 머리가 아파서 도중에 포기하고.... 그렇게 또 하룻밤을 넘겼다.
두통만 아니었으면 오늘 또 좀 글을 써 보려 했는데....
새벽녘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바랑을 진 중 한 명이 들어왔다.
중을 피시방 손님으로 받기는 처음이다.
중들이 으례 그렇듯 나이를 잘 가늠할 수 없는 후줄그레한 모습이었다.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 애초에 알아볼 염도 내질 않았었다.
불교에 대한 호감에도 불구하고 ㅡ아니, 그렇게 불교에 호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욱ㅡ 나는 중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백이면 백 모두 그들이 따르는 종교 본연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종교인들 모두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지율 스님 그 한 분만 빼고는 난 중에게 '스님' 호칭을 붙이질 않는다.
세상과 연을 끊은 중들이 사람들에게 존경까지 왜 기대해?
그 중에게 커피를 가져다주고 나서, 마침 시간이 그렇게 된지라 아침 청소에 들어갔다.
책상 걸레질을 하고, 바닥을 쓸고.... 그러고 있는데 손님 한 명이 다가와서는 화장실이 엉망이더라고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또 누군가가 화장실을 더럽힌 모양이었다.
비질을 마치고, 바닥 걸레질에 들어가며 봉걸레를 빨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보았더니 둘 있는 입식 변기 중 하나가 아닌게아니라 엉망이었다.
호스로 변기에다 물을 뿌려 보았지만 언제부터 그 상태로 있었는지 시커멓게 말라붙은 똥은 영 씻기질 않았다.
피시방 바닥 걸레질을 마치고 나서 솔로 박박 긁어내야 할 모양이었다.
짜증스럽다.
어린애들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칠칠치 못한지....
아직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아까 그 중이 서핑을 마치고 계산을 하자고 했다.
1400원이 나왔다.
요금을 낸 중은 화장실에 들어갔다.
걸레질을 마치고, 쓰레기통들을 비운 다음 물로 씻고ㅡ 이제부터 화장실 청소에 들어가야 할 때였지만 화장실에 들어갔던 중이 아직 나오질 않아 할 수 없이 잠시 서핑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가 또 어떤 논쟁판에 반박 글을 다는 일에 몰두한 내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중이 나간 것을 나중에야 깨닫고 다시 화장실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가, 나는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더럽던 화장실 변기가 하얗게 청소가 돼 있었다.
연꽃은 언제나 맑은 향기를 주변에 뿌리는 법이다.
그것이 연꽃의 존재방식이다.
항상 그렇게 자신이 몸담은 세상을 이롭게 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분노한 사람을 달래고, 슬픔에 잠긴 사람을 어루만지고,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듬고, 망가진 것은 고치고, 시들어가는 것에 물을 주고, 더럽혀진 화장실 변기는 다시 깨끗하게 만들어 놓으며 사는 사람들....
두통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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