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잠깐 바람이나 쐬러 나갔어요. 가볍게 산책이나 하고 돌아와 집 앞 계단에 앉아서 별이나 보고 있으려니 웬 길고양이가 한마리 와서 다리에 볼을 비비더군요.
양 다리를 빙글빙글 오가면서 볼이고 몸이고 열심히 부비작거리는 것을 보니 좀 쓸쓸했던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죠. 한참동안 그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손끝으로 가만히 쓰다듬어보니 손길을 피하지도 않는거예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쓰다듬으며 고양이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어떤 놈이길래 고양이답지 않게 이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덩치가 크고 살이 찐 것을 보니 주인이 있었던 고양이 같았어요. 그런데 털이 좀 푸석한 것 같고 숱이 좀 없는을 보니 아무래도 어떤 사정이 있어서 주인과 떨어진지 오래된 것 같았죠. 뭐... 다 제 추측이긴 하지만요.
너도 외로웠구나- 하며 좀 더 쓰다듬었어요. 뭐라도 주고싶어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당연하게도 먹을런 하나도 없었지요.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 약간 서둘러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소세지 하나를 샀지요. 돌아가는 도중에도 그 녀석이 비비적거리던 느낌이 남아있던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어요. 이래서 동물을 키우는건가 싶기도 했죠. 저도 모르게 바보처럼 헤실거릴 뻔 했어요 ㅎ
부푼 가슴을 안고 고양이에게 갔더니 웬걸. 그 녀석. 옆의 나무에 열심히 비비더라고요. 모양새를 보아하니 영락없이 나무를 효자손 삼아 긁던 거였죠. 그때 가서야 생각해보니 저한테 비비는 폼이 좋다고 비비는게 아니라 긁적이던 모양새더라고요. 손길을 피하지 않은건... 당장 가려운데 효자손이 좀 거슬린다거 뭘 하겠나요. 그냥 무시해야지.
녀석. 소세지는 좋다고 먹더라고요. 요물이더군요. 제 마음을 들었다 놨다... 놓아버리고 다시 들지 않은게 좀 다르지만 말이죠 ㅋ
결국 고양이가 외롭긴 무슨. 그냥 가려웁던 걸로 끝이더군요. 고양이는 집에서 키워도 다 크면 자기 살깅 찾아서 홀로선다죠? 하하... 그런 녀석들인데 고독이 무슨 상관이겠어요.
집에 들어가는데 문득 녀석이 얼마나 가려웠길래 그렇게 간절히 긁어대던 것인지 살짝 의구심이 들었죠. ...생각해보니 그 녀석. 털이 여기저기 빠져있었죠... 두둥-
피부병? 아니면 벼룩때문에? 왠진 모르겠어요. 밑을 내려다보니 옷에 털이 가닥가닥 붙어있었죠 =o= 설마... 벼룩이 옮겨붙진 않았겠죠?!
뭐... 그래도 그닥 나쁘진 않았어요. 좋았어요. ㅎㅎ... 그럼 이제 씻고 자야겠네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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