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시드에서 라우 르 크루제라는 악당이 이런 대사를 하죠.
<정의라 믿고, 모른다며 도망치고, 알려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고.
이것이 인간의 꿈, 인간의 소망, 인간의 업보!
남보다 더 강하게, 남보다 더 빨리, 남보다 더 위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증오하여, 끝내 자신의 몸을 집어 삼키지!>
한참 사춘기였을 때 보면서 이 대사 막 외우고 다니고 그랬었는데, 그래서인진 모르겠지만 이 대사가 제 사고방식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작품을 감상하는 의식에까지 파고든 것 같습니다.
예로부터 사람은 정의와 상식, 자유를 추구해왔지만
그랬던 만큼 남들에게는 없는 특별함 힘.
예를 들면 초월적인 경제력이라던가, 존경받는 명성이라던가, 지위라던가, 오컬트적 힘을 동경해 온것도 사실이에요.
그리고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기술들, 그런것들 보면 이런 동경이 잘 녹아 있어요.
남들에게는 없는 능력, 남들에게는 없는 힘, 남들보다 강한 주인공, 남들보다 뛰어난 두뇌, 끝내 취하게 되는 부와 명성.
인생과 세상을 자기 가치관대로 풀어나갈 수 있는 힘!
근데 제가 작품들 감상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바지만, 이런게 너무 긍정적이고 이상적이게 그려지지 않나요?
현실을 보면요, 남들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더 이름을 날려도 자기 생각대로 사는 사람은 드물어요.
오히려 나이먹어서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죠.
만일 뭔가 원하는 걸 얻고 소망을 이룬다 해도, 그게 곧 인생을 자기 마음대로 살게 된 건 아니에요. 인간의 소망은 모순적이고 편협하기 마련이니까요.
마법, 무술, 명철한 두뇌.
사실은 누구나 원하고 취하길 바랬던 거긴 하지만, 그게 곧 개인의 가치관을 현실화하는 힘이 된다는 건 현실성은 물론이고 개연성도 떨어지지 않나요?
남보다 더 뛰어나 진다고, 남보다 더 명철해 진다고, 남보다 더 빠르다고.
원하는 바를 취할 수 있는게 아닌데.
만일 원하는 바를 취하더라도, 그게 곧 자신의 행복을 결정짓는것도 아닐텐데.
저는 뭐랄까, 이런게 ‘독자 허파에 바람만 넣어주는 글’ 인 것 같아요.
주인공 뿐 만 아니라 세상 여러 종류의 가치관도 같이 비춰주면서,
주인공이 꿈을 이뤄 다른 누군가는 절망하고, 상처입고, 슬퍼하는 걸 고려하는 작품.
인생의 모든 면들을 충분히 생각하고 고려하는 작품이란게 어디 있는 걸까요?
그냥 욕망이 주인 문학들, 또 비문학들 보다보니까
뭔가 갈증이 생기네요.
ps 논쟁하자는건 아니고요. 걍 정담이에요 정담. 작가와 독자들한테 좀 더 생각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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