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강풀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사건을
꾸려나가는 재주가 탁월해요.
여태까지 보아 온 그의 작품이 다 그런 식이군요.
천만년이 지나도 절대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뭉치고 거기서 자기 역할을 다 해내는 거
보면 이 기묘한 조합의 톱니바퀴들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전부터 강풀은 선동가 기질이 농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그리는 인물들의 표정, 대사, 약한 군중의 집단 같은
컷들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끓어오르고, 그가 가르키는
지점에 분노가 일어납니다. 울컥하게 만들어요.
26년도 보는 내내, 증오와 무력감이 뒤엉키고 있었어요.
강풀은 평범한 사람들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늘
말해요. 설득을 하고 예를 들어보여요.
거짓이지만 그건 아름답습니다.
작품면에서 그가 얼마나 26년에 많은 공을 들였는지도
알겠고,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인 것도 알겠더군요.
늘 썩 잘그리는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그림
스타일은 26년 이 전과 이 후로 나눠야 하겠더군요.
그리고 언제나처럼 영화적인 이미지들이 생생합니다.
올 겨울은 영화잔치네요. 호빗과 레 미제라블에 26년까지...
이제는 뭐 다른게 나올까봐 걱정할 지경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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