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온라인 게임에 완전히 밀려서 우리나라 프라모델 관련 시장이 완전히 고사상태고(몇 년간을 제외하고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모형 잡지였던 취미가는 폐간되고, 그 뒤를 이어 나온 네오도 2006년 사실상 폐간되었죠.), 옆나라도 사실상 산소호흡기 끼고 간신히 살아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시장 자체가 정체된 상태입니다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모형지들에서는 순수하게 설정만으로 이루어진 기획 기사들이 꽤 나왔었습니다.(건프라를 좀 깊게 파고드신 분들이라면 가토키 하지메나 건담 센티넬이란 이름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창작한 모형이나, 그 모형들로 연출한 디오라마 사진 몇 컷과 함께 설정집과 사진 장면을 설명하기 위한 길어야 반 바닥 정도의 소설이 함께 수록된 형태를 띠고 있었지요.
기존의 건프라 디자인을 완전히 뛰어넘는 가토키 하지메의 디자인으로 새롭게 리파인된 잡지에서의 설정+모형 연재와, 그럭저럭 잘 써진 소설판의 시너지 효과로 이런 설정+모형 연재의 대표작으로 기억되고 있는 건담 센티넬이나, 모형 자체가 워낙 멋있었던 탓에 정작 제대로 된 소설판 연재가 없었음에도 모형이 출시되고, 그 모형을 만드는 사람들이 동호회에 모여서 아예 모형을 만들며 소설을 쓰기도 했던 머쉬넨크리거(Ma.k)가 대표적입니다.
반다이는 어중간한 시기에 어중간하게 나와 망작이 된 건담 F-91(다만 이건 아X데미에서 카피해서 출시한 칸담F-91 덕에 8,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신 분들에겐 좀 인지도가 있을지도?)에서, 본편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배경 설정이나 외전을 자사에서 발간한 잡지(모형정보인가 그랬을 겁니다. 오래 못갔죠,)에서 연재된 F-90, SF-F-91이라는 기획을 통해 연재했었습니다. 아예 반다이에서 직접 건드린 거고 애초에 상품화해서 팔아먹을 기획이었는데, 가장 크게 일 벌리고 프라모델도 12종이나 찍은 것치곤 그닥......
우리나라 잡지인 취미가에서도 당연히 그런 기획을 몇 번 했었지만(전 플래닛 어스부터 시작했습니다.)그리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기억납니다.
이런 기획들 중 실패한 사례가 많은 것은,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설정이나 설정화나 디오라마 사진을 찍어 놓고 독자들에게 '더 큰 스토리는 알아서 상상하시오'하고 무작정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반면에, 그렇게 허술하게 빈 틈을 남겨서 스토리를 독자들의 상상이나 2차 창작에 맡겨 두었다는 점이 매력인 Ma.k같은 것들도 있지요.(모형 콘테스트에 출품되는 ma.k작품들을 보면 독자설정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
이런 기획은 모형 시장 자체가 엄청나게 줄어든 지금은-그리고 설정을 모형화하기보다 그냥 애니로 찍고 마는 지금은-이제는 꿈도 꾸기 힘들게 되었습니다만. 가끔씩 문피아에서 밀리터리 소설을 보다 보면, 한 번 그 소설에 등장하는 설정에 맞춰서 그런 모형+설정(+소설)기획 기사처럼 전투기나 군함 모형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합니다.
그렇지만 맘에 드는 소설 작가분에게 팀 프로젝트로 한 번 해 보자는 말씀을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은, 모형 취미가 드물어진 이유처럼 이제는 일 때문에 모형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못하기 때문이요 또한 제 자작이나 개조 실력이 미천하기 때문입니다. orz........
Ps.모형 시장이, 판소 시장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불행이자 다행인 건, 판소 시장은 쉽게 소비자가 생산자가 될 수 있는 구조라는 거지요.
Ps2.이러니 안생겨요............
건프라를 좋아하는 분(덤으로 풋풋하고 소박합니다!)과 연이 있었지만, 코드기어스 스토리 문제로 서먹해져서 굳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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