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awa Shoujo(장애소녀).
일본의 성인만화가인 RAITA라는 사람이 자기 동인지 말미에다가 "이런 게임이 있다면..."이라는 1페이지짜리 짤막한 설정화를 몇가지 그려넣었는데, 이 중에서 '장애소녀'라는 설정화가 있었습니다('카타와'는 한국말로 치환하면 '장애'라기 보다는 '병신'에 가까운 비하적 언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한 마디로 "히로인 전원이 장애인인 미소녀 게임".
그리고 이 설정화가 스캔되어 영어권의 최대 익명 게시판 사이트인 4chan(요츠바넷)에 업로드 되지요.
문제의 설정화 : http://shimmie.katawa-shoujo.com/image/1.jpg
이 그림에 큰 반응을 보인 몇몇이 "이거 진짜로 만들어 보자."라며 인터넷에서 모여 스스로 '포 리프 스튜디오'라는 동인팀을 만들고, 원작자인 RAITA의 허락을 받고, 오프라인 상에서 아무런 인연도 없고 자본도 없이 순수하게 저 그림 하나만을 보고 모여든 전 세계의 사람들(도중 참여 까지 해서 총 24명)끼리 장장 5년의 제작기간 끝에 올해 1월에 완전판을 공개했죠. 그것도 무료 다운로드로.
"서양인이 만든 미소녀 게임", "오로지 하나의 그림에 모여든 네티즌 다수에 인해 만들어진 게임", "장애인을 소재로 한 에로 게임" 등 여러가지 것들이 화제가 되었고, 특히 마지막 부분에 있어서는 개발 초기부터 발매 직후까지 관련 커뮤니티에서 격렬한 각론을박이 오갔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성인매체의 소제로 쓰는 것에 대한 윤리적 비판에서부터 '연애'와 '성'에 있어서 장애인을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하는 논리까지. 개중에는 "장애인이라 해도 전부 미소녀들 뿐이다. 결국 실제의 장애인의 사랑을 다루고 볼수도 없다."는 의견도 있고.(심지어 일본에서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으니...)
허나, 처음 RAITA의 설정화는 분명 엄청나게 비뚤어진 페티쉬의 집약체였을 뿐입니다만, 그것을 보고 모여든 사람들(어찌어찌 일본의 최루계 비쥬얼노벨의 팬들이 중심이 된 모양입니다)이 정식으로 "작품"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사이에 차차 제대로 된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고, 실제 현직 간호사까지 제작에 참여하면서 '장애'라는 테마를 상당히 심도있고 성실하게 다루는 작품으로 완성되어버렸죠. 성적인 요소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을 위해 관련 장면을 끌 수 있는 옵션을 넣기도 했고.
정작 발매 직후에는 "'장애'라는 테마를 이정도로 제대로 다루기도 힘들다."라던가 "단순히 비뚤어진 성적 페티쉬를 즐기는것도, 장애인에 대한 동정이나 신파극도 아닌 제대로 된 시선과 고찰을 보여주는 수작" 등등, 서양권은 물론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좋은 평가가 쏟아지고, 실제 장애인들까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특히 '장애인'을 '장애인'이란 것 자체로 특별시 하지 않고, 진지하게 '인간적'으로 다가간 것이 좋았다는 반응이라고 하더군요.
일단 스토리는 심장병으로 인해 장애인들을 위한 대안학교에 들어가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장애'를 메인 테마로 다루면서도, 결코 "그들에게 '장애'는 그들 자신을 규정짓는 모든 것이 아니다."라는 명제 하에 이야기를 전개시켜 그들의 '진짜 문제'에 대한 인간적인 교류와 사랑을 다루고 있다고 있다고 하네요.
히로인에 대한 주인공의 '동정'이 큰 키워드로 작용하는 히로인인 '아케자와 하나코(반신 화상)'의 경우에도, 그녀를 무조건적으로 보호하려고만 하는 행동을 보일 경우, 결국 베드엔딩이 되어버린다고 하고...
뭐, 가치판단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이런 것도 있다~ 는게 생각나서 소개해 보았습니다.
일단 영어 게임이라 플레이 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일본어 패치가 개발중인 걸로 아는데, 그게 나오면 번역기를 통해서 어찌어찌 해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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