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얼마에요?"
"만 삼천원이요."
"예? 아... 예..."
대충 이런 식으로 모자를 산 날이었습니다. 내가 봤을땐 한 8천원이면 살거 같은데 1만3천원이라니. "아 비싸네요. 많이파세요." 할 넉살은 없어서 사기는 샀습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보니까, 왠 아저씨 한분이 유턴 대기중인 경찰차에 막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더군요. 약주라도 한잔 하셨나 싶어 최대한 길가에 붙어서 가는데 가로수에 사람 하나가 머리를 박고 고꾸라져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그거 때문에 경찰을 부르고 계신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유턴해서 가더군요.
어쨌든 사람 쓰러져 있는게 보통일은 아닌지라 불러서 깨워봤습니다. 어디 다치기라도 했나 싶어서 세게 흔들지는 못하고 톡톡 두드리는 정도로 깨웠지요. 그런데 무반응... 덜컥 겁이 나서 숨은 쉬고 있나 확인해 봤더니 숨은 제대로 쉬더군요.
여기서 뭐 응급조치 할 수 있는 것도 없는지라 구급차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지금껏 기회가 없어서 몰랐는데 119에 전화하면 바로 그 지역 소방서에 연결되는게 아니라 교환대 같은데 연결되는 모양이에요. '무슨구 무슨동에 있는 어디 맞느냐.' 이런식으로 물어보더라구요. 그렇게 신고를 하고 나서 있으려니까 이제 또 소방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쓰러져 있는 사람 성별이 어떻게 되느냐, 의식은 있느냐, 숨은 쉬느냐, 뭐 이렇게요. 그런데 마지막에 혹시 술냄새는 안나냐고 물어보더라구요.
혹시나. 진짜 혹시나 싶어서 냄새를 맡아봤습니다. 아니 시간이 9시 조금 넘었는데 설마 술취해서 쓰러졌으랴 싶었는데... 진짜 술냄새가 나더군요.
그때부턴 이제 뭐 없이 막 흔들어서 깨웠죠. 내심 안 일어나길 바랬는데 "으으음..." 하면서 일어나시더라구요. 그때도 소방서 구급대원이랑 전화가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당황스러웠죠. 어디 많이 다치기라도 한 줄 알았는데 술에 취한 거였으니까. 그래서 제가 "아... 그럼 경찰을 부를까요?" 하니까 괜찮다고 그냥 오신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제일 당황스러웠던건....
구급차 오니까 그 아저씨 벌써 일어나서는 "아우 감사합니다." 하고 꾸벅 인사를 하시더라구요. 아니 좀만 더 누워계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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