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그래픽이나 사운드, 연출같은 것 다 제쳐놓고 우선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게임의 외적 요소들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정작 재미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글도 이와 마찬가지라서 문장력과 재미가 반비례하면 솔직히 읽기가 싫더군요. 지인들의 글 중에서도, 문장은 술술 읽히는 데 반해 정작 사건은 언제 나오나 싶은 글들이 있구요. 지면 낭비라고 느껴질 정도로 사건이 안 나옵니다.
*여기서부터는 망상
문장력과 어휘 선택이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는 마치 리얼한 가상현실게임과도 같습니다. 플레이어(=독자)는 생각합니다.
'이렇게도 진짜와 똑같을 줄이야.'
그리고 플레이어는 길을 걷습니다. 너무나도 진짜같이 구현된 세상에 감탄하면서요. 그런데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2시간 정도 계속 걸었습니다. 언제쯤 이런 지루함이 끝날까 생각하면서요. 그러고 보니 아까 비가 와서 우산을 샀었는데 그게 이 세계에서 내가 즐기라고 만들어 놓은 사건은 아니겠죠. 그게 너무 리얼한 나머지 비에 젖은 옷이 피부에 질척하게 달라붙는 찝찝한 느낌마저 완벽하게 재현했다지만 이걸 재밌을 거라고 생각하고 만들어 놓은 건 아니지 않을까요.
그렇게 기대를 가지고 더 걷다보니 환한 빛이 보이고 어느 사이엔가 게임은 끝나 있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게임을 만든 사람(=작가)은 플레이어에게 신이 나서 물어 봅니다.
"어때. 완전 쩔지?"
플레이어는 그런 개발자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합니다.
"어...저기...심하게 말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한데 재미는 좀 없는 것 같아."
그러자 게임 개발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하하. 뭐 게임이 재미없을 수도 있지.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넌 진정한 친구야."
그러다 갑자기 개발자는 정색하며 플레이어를 총으로 겨눕니다.
"하지만 내가 만든 게임을 재미없다고 말하다니 넌 친구도 아냐. 용서할 수 없다."
탕!
*다시 현실로
떡밥을 뿌리고 회수한다거나, 끊임 없이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 재미를 위한 것입니다.
재미에 관한 내용과는 별개로 배경을 설명하거나 묘사하는 데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시작부터 압도적인 정보를 제공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이것은 게임으로 치자면 이제 좀 튜토리얼 그만하고 게임 진행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준비가 부족하다면서 게임의 모든 시스템과 기술을 설명하려는 것입니다.
게임을 하다가 그 지식이 필요할 때 그때그때 설명을 하는 것처럼 소설 역시도 설명해야 할 것이 지금 당장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미뤄둬도 상관이 없습니다.
p.s : 본문은 그냥 평소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용도의 잡설입니다. 글쓰기에 관해서 게임을 기반으로 이해하려는 작업을 하는 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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