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죽음을 꼭 네이버 기사나 검색어로 확인해야 그의 죽음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때 무협을 좋아하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무협을 좋아하고 있는 독자의 하나로서 장경 작가님의 부고가 큰 화제가 못됨을 보면서 정말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게 크게 느껴집니다.
무협의 시대도 저물었고, - 여전히 연재되는 무협이 있음에도, 한때 장르시장을 판타지와 함께 양분하던 기세는 잃은지 오래라고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테니. -
그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들도 이제 한때의 추억 또는 안타깝게도 부고 소식으로 들려오는 존재들이 되고,
그렇지만 저에게 장경이란 작가는 좌 장경 우 좌백 정도의 존재랄까, 무협을 좋아하던 독자로서 그런 의미였죠.
(용대운 작가를 거론하는 분들도 꽤 있겠지만, 사실 대중성으로 치면 용대운 이겠지만, 작품성을 따질 때는- 물론 이것도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겁니다만, - 군림천하 이전의 용대운은 대중성 쪽이 매우 강한 작가였습니다. 군림천하로서 용대운은 비로써 대중성과 작품성을 함께 움켜쥐고, 아우렀다고 볼 수도 있겠죠. 뭐 개인적 평가입니다.
신무협 작가로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둘 다 잘 버무렸다고 평가하자면 아무래도 좌백 작가를 들 수 있겠고요.
장경 작가는 뭐랄까, 작품성과 대중성 둘 다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성에 더 방점을 찍고 싶네요. 또 그도 그럴 것이 이 작가님의 글에는 왠지 마이너한, 좀 고독한 느낌이 느껴지곤 했으니까요. 이게 뭔 소리냐고 하시는 분들은 암왕 같은 작품을 한번 보시면 됩니다. 좌백 작가의 주인공들 중에도 아웃사이더 느낌의 등장인물들이 종종 있었지만, 그 어둠, 어두운 느낌은 암경의 주인공에 비할 바가 못되죠.
단 암왕 하나로 장경 작가님의 글이 대부분 어둡다고 보시는 것은 금물이고요. )
무협을 사랑했던 많은 독자들이 여전히 온라인 연재를 따라가고, 현판을 읽으면서 낄낄 대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만,
가끔은 그때 그 무협의 향기가 그립기도 합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자의반 타의반, 시대의 물결에 밀려 거의 절필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모양새여서 더욱 그렇고요.
언제 날 잡아서 장경 작가님의 글들만 모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장경 작가님의 글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와 감동과 재미가 있으니까요.
맥주 한 잔 마신 알딸딸한 기분에 갑자기 센치멘탈해져서 돌아가신 장경 작가님의 그분의 글들이 생각나서 써본 이야기입니다.
(음, 술 깨고 나서 이불킥할 느낌? 하지만 좋은 작가였고, 좋은 글들이었음은 분명하니, 이불킥을 해도 그리 심하게 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저에게는 왠지 한 시대가 저무는 느낌입니다.
장경도 그의 글도, 90년대도 2000년대도.
그리고 지나간 것은 모두 추억이 됩니다. (아, 이또한 이불킥을 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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