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황당한 문자 하나를 받았었습니다.
노효성(필명:장경)님이 별세하였습니다. 장경이라 저장된 번호로 온 문자를
보고 순간 무슨 장난질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황스러웠었는데
영락공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가서 작은 고래처럼 건장했던 시절의 사진을
보니 비로소 현실임이 자각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 암왕’ 의 성녀에 영감을 주었다던 질녀가 벌써 저렇게 자랐나 싶을 만큼
알고 지낸 시간이 십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만 한 명의 독자면서 또 알고
지낸 동생으로서도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었습니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보이셨던 건 사실이지만 전혀 병에 대해서 말씀하지도
내색하지도 않으셨다는 게 한편으로는 서운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간경변 말기로 긴 시간 고생하시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마음을 고인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거칠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표본처럼 보이지만 참으로 섬세하고 여린
사람임을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도 글로 이야기하고자 하던 천생 작가였음을
아니까 말입니다.
유작이 된 ‘ 검명’ 을 연재하시면서 주인공의 친구가 간계를 써서 주인공을
위험에 빠트리는 이야기를 구상하시다가 도저히 그 심경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친구 사이의 그런 일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냐고
전화로 토로하시던 순간이 문득 생각이 납니다.
그만큼이나 인간적이고 따듯했던 작가 이전에 한 사람 이었는데
이제는 볼 수가 없네요.
저 역시 가장 애착이 가는 무협소설 중의 하나이지만 본인에겐 어쩌면
하나의 족쇄라 말하시던 ‘암왕’ 의 이야기부터 언젠가 시작하고 싶다
하시던 ‘빙하탄’의 뒷이야기들 초기작들의 깊고 어두운 슬픔을 벗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시고 또 고뇌하시면서 구상하시던 여러 이야기들...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남긴 ‘검명’ 까지 고래가 꿈꾸던
꿈은 여기서 끝을 맺는가 봅니다.
아마 오랜 시간 추억으로만 남겠지만 이제 세상 넘어 깊은 바닷속에서
편히 쉬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 마지막 가시는 길 배웅하지 못해서 마음이 불편하여 여러 독자분들이
기억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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