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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神색황魔
작성
05.08.14 10:19
조회
270

힘으로 승부하는 거친 리그, 군대스리가

요즘 우리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박지성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넓은 시야와 끊기지않는 볼 터치, 공간을 파고드는 패스, 빠른 돌파 등으로 실력을 입증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는 아마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크게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 분데스리가 마크를 살짝 변형한 군대스리가 마크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기는 하나 국방의 일선에서 임무를 다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박지성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진출 소식과 그 생활들은 부럽고 꿈과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도 어떤 리그 못지않게 빠르고 공격적이며 거친 리그가 있으니… 바로 흔히들 말하는 군대축구, '군대스리가'이다.

독일의 1부 리그인 분데스리가의 변형어 정도인 군대스리가. 이 리그에선 정기적인 경기란 없으며, 고정된 팀원은 사치다. 전술이 있을 리 만무하며 심지어 한 구장에 공을 세 개나 집어넣고 경기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선수의 포지션 역시 프리포지션(?)이다. 이런 특징들 중에서 유독 드러나는 특징들이 있으니, 다음 몇 가지를 소개한다.

공격수는 계급 순, 유니폼은 알아서, 패스는 일단 멀리!

먼저, 공격수는 계급 순이다. 최고의 기술을 가진, 그나마 민간에서 축구 좀 했다는 선수여도 계급이 이등병이면 그는 골키퍼나 수비수일 뿐이다. 이 불문율은 군대스리가의 전통이며 수비수는 공격수의 어떠한 실책도 입 밖에 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유니폼은 알아서 입는다. 대부분 군인들은 운동할 때 '란닝구 + 체련복 반바지' 복장을 선호한다. 하지만 우리 편도 상대편도 다 같은 군인이니 어쩌겠는가. 유니폼에 의한 팀 구별이란 애당초 군대스리가에서는 사치에 해당된다.

하지만 유니폼으로 팀은 구분이 안 가도 공격수는 확연히 구분이 가는데… 바로 '깔깔이'(야전상의 내피)를 착용한 말년병장 선수들 때문이다. 날씨가 더워도, 추워도 항상 이 야전상의 내피를 입고 나타나는 그들은, 그 특유의 복장 때문에 후임병이 고참을 더욱 알아보기 쉽게 하여 경기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든다.

세 번째는 군대스리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최고의 약점인데, 바로 패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조건 최전방 공격수에게 멀리 차주면 만사 OK이다. 공격수가 잘 해서 골을 넣든지 그 공을 뺏기든지 그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멀리 차서 줄 수 있는 당신은 이미 다음 경기의 베스트 멤버이다.

▲ 군대스리가에서 상호간의 예의는 필수! 경기시작 전 라인업한 장병들  

군대스리가에 부는 변화의 바람

하지만 필자를 비롯한 베테랑 군대스리거들이 반 백년간 위와 같은 전통을 이어 오던 이곳에도 요즘 들어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단 모양새가 달라졌다. 어느새 팀별로 맞춘 유니폼과 축구 전용화를 갖추고 축구하는 '럭셔리'한 군대스리거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게 되었다. 부분 부분 까맣게 색칠한 배구공 대신 FIFA 공식구인 피버노바를 차며 축구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격세지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수준도 달라졌다. 전술적인 패스와 공간패스, 척척 들어맞아 가는 호흡과 빠른 원투패스에 의한 공격들은 군대스리가가 더 이상 군대 축구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직도 선수 구성은 계급 순이지만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모습도 보인다. 변화하는 군대의 바람이 군대스리가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다.

▲ 여군과 함께 축구하는 모습은 군대스리가에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또한 그 어떤 리그에서도 아직 도입한 바 없는 선진제도를 최근에 도입한 바 있는데, 바로 혼성(混性) 축구제도이다. 군대에 금녀의 벽이 허물어진지 벌써 8년째. 처음에는 이들의 축구 실력을 우습게 여기던 장병들도 있었지만, 여군 선수들은 웬만한 남자보다 강한 체력과 창조적인 플레이를 바탕으로 이런 선입견들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며 군대스리가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나가고 있다.

혼성축구제에 익숙한 군대스리가 관계자들은 FIFA가 왜 아직도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를 구분하는 후진적 제도를 유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입을 모은다.

2006 독일 월드컵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모두들 3년 전의 감동이 다시 이어졌으면 하는 희망으로 남은 1년을 기다릴 것이다. 그 기간동안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우리들도 군대스리가에서 열심히 실력을 키우며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재미없어 하는 여자친구가 군대스리가의 전설을 정말 재밌게 들어줄 그날을 기대해본다. 군대가 있는 한 군대스리가도 영원하리! 군대스리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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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지금 제가 있는 27사 이기자 부대에서도 군대스리가가 한창 유행이죠. 요근래 시작했는데 대대 내에서 소대로 붙어서 리그형식으로 해서 4강까지 뽑은 다음에 토너먼트를 해서 우승 소대하고 준우승 소대는 소대 ALL 포상휴가를 보낸다고 하는데 저랑은 상관 없는데 왠지 이 기사 읽으니까 그게 생각나네요....ㅋㅋㅋ


Comment ' 2

  • 작성자
    Lv.62 華花화화
    작성일
    05.08.14 13:34
    No. 1

    오호.. 이기자 ㅎㅎ

    혹시 거기에 응가와 간부의 아름다운 스토리 돌아다니는거 없나요?

    ㅋㅋㅋ 약 3년전 일인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수학짱
    작성일
    05.08.14 17:46
    No. 2

    제가 복무할때는 월드컵떄여서 정말로 축구의 도가니탕이었는데
    아직도 축구 많이하나보죠??애들 다 축구하러가면 할거없어서 배만
    북북 긁고 있었던 기억밖에...움직이길 워낙 싫어해서리..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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