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기자
한나라호가 침몰위기를 맞고 있다. 선장 최병렬이 항해를 잘못해서 배가 암초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속히 항해방향을 선회할 수 있는 새로운 선장이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선원 대부분에게 유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최병렬은 억울하다. 한나라당의 위기는 부정한 돈을 먹고 뿌렸다는 데서 오는 것인데 최병렬은 그러한 맥락에서는 오히려 클린한 인물에 속하기 때문이다. 최병렬의 부패는 사고의 부패다. 근시안적 안목이 조타의 방향을 상실케한 것이다. 정확한 자기진로의 구상이 없이 여기저기 암초만 피해가려다가 오히려 좌초하게 되고만 것이다.
선장 최병렬의 퇴진을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열린 우리당이다. 최병렬이 계속 눌러앉아 죽쑨다면 참 편안하게 총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최병렬퇴진후에 새 선장이 들어서고 예기치 않은 순풍이 몰아치면 좌초의 위기를 벗어나 멋진 항해를 계속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 선장 물망에 오르는 인물이 박근혜다.
그런데 한나라·민주 통합론의 바람도 솔솔 불어온다. 한·민통합은 매우 고무적이다. 우리정당사에 지역구도의 가장 본질적 파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20세기 한국정당사의 종료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유당·한민당 뿌리의 부패의 극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한·민통합은 우리당 입장에선 쾌재를 부를만한 희소식이다. 우리당은 아주 안전하게 한·민 동승선원들의 침몰을 구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장 두려운 초이스는 역시 박근혜의 선장 취임일 것이다. 그녀의 우아한 몸짓은 경상권을 확실하게 통합시킬 것이고 많은 보수적 교양인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새 선장 박근혜는 과연 신선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정치인 박근혜는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 무엇을? 결코 그녀는 ‘박정희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보수전통을 우아하게 계승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한나라호의 좌초진입은 더욱 확실하게 진행될 것이다.
박근혜는 박정희를 버려야 한다. 인간적으로 쉬운 제스처는 아닐 것이다. 일제와 군사독재의 모든 죄악이 집결된 대한민국 정당사의 말초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없이 절대권부의 핵심에서 감득한 우아함만으로 항해를 계속한다면 글쎄? 최병렬과 박근혜? 오십보 백보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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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님의 예전 글인듯 한데,
막상 선거가 끝나고보니 앞으로 이문제가 부각될듯 하네요.
과연 도올의 말대로 박정희를 버려야 할것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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