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 사고로 도미노 우려…미화는 금물
사회적 소외감 극복 진지한 대화가 최우선
자살은 막아야 한다. 결코 미화될 수 없는 죽음이다. ‘자살한 영혼은저승에도 못간다’는 무당의 말만큼은 공공의 선을 위해서라도 의심없이받아들여야 옳다.
지난 5일 전북 남원에서 수능을 치르던 여고생(18)이 고사장 인근 아파트로 달려가 투신자살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주변에서는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을 망친 것을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짐작할 따름이다.
이 소녀의 죽음은 시민사회단체들의 ‘홍보 이슈’가 됐다. 오전에 숨진 이 여고생의 넋을 위로한다는 추모제가 같은 날 오후 서울 마로니에공원에 급조됐다. 이들 단체는 “서열식 상대평가제도인 수능을 고교졸업 자격고사 등 절대평가제로 전환하고 지식편향교육 위주의 학교교육과정을 개선해 대학과 학문 서열구조에 대한 근본 대안을 마련하라”고촉구했다.
이 같은 주의주장을 시시비비하기에 앞서 자살한 고3 여학생을 입시지옥의 상징으로 택한 듯한 이벤트는 사려 깊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여고생의 자살이 다른 청소년들에게 ‘역할 모델’로 작용할 개연성이 짙기 때문이다.
전문가 김영돈 과장(대전 선병원 신경정신과)은 “청소년기에는 피암시성이 높다”고 전제하며 “친한 친구가 죽으면 따라 죽거나 매스컴의 자살사건 보도 직후 자살률이 늘기도 하므로 자살을 기도하려는 청소년의자살 위험도를 철저히 평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은 정신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응급상태다. 하지만 사회 통념은 자살을 꼭 정신병으로 간주하는 것은 아니다. 자살을 사회정신의학적 형태로 이해하려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자살에는 조짐이 있다. 우울증, 변덕, 움츠러듦, 만성질환, 불면증, 망상, 건강 염려증, 동성애, 사회적 소외, 자기 비하, 파산 등은 중대한자살 위험신호다.
자살은 핵가족에 더 흔하다. 도시, 특히 인구 밀집지역일수록 자살률이높다. 이른 아침에 자행되는 케이스가 많다.
누군가 자살을 들먹인다면 도와 달라는 진지한 요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살하겠다고 협박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은 극도로 고독하다. 자신을 걱정하는 친구가 있다면 자살하지 않도록 충분히 설득할 수있다.
6일 새벽 서울 휘경동의 또 다른 고3 여학생(19)이 25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신동립 기자([email protected])
2003/11/07 17: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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