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이러합니다.
요즘 정담에 올리는 제 글들을 보면
독자들이 욕해요. (인증샷과 함께 꺄르륵 웃픈 글)
독자들이 피폐하다고 한탄해요. (그리고 그런 댓글 보고 저도 지친다는 글)
독자들이 하차한다고 댓글 남기고 갔어요, 까르륵. (인증샷과 함께 웃픈 글)
이번에도 하차한다는 댓글이 달렸고 그래서 퇴근하고 나면
‘정담 가서 징징대야지~ 룰루랄라 :p’ 이러고 있었는데
퇴근하고 나니까 쪽지가 하나 와있네요.
최신 연재편에 ‘어떠한 내용(비방)의 댓글이 달려 있으니 너무 충격받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분한테는 ‘저는 괜찮습니다’는 내용의 답장을 쓸 텐데 정담 와서 징징글도 쓰니 언행불일치....가 될 듯하네요. 괜찮은 건 괜찮은 거고 징징은 대고 싶고!?
음. 사실 징징대야 할 만큼 많이 힘든 건 아니고(기운 빠지는 건 있지만)
충격 받을 만큼 처음 있는 일도 아닙니다.
일본 애니 가져다 쓰냐, 이 오타쿠 새끼야.
부터 씨발이 들어간 비방이라든지 정신병원 가보라던지 글 쓰면서 욕은 많이 먹어봤어요.
그런 댓글을 받을 때마다 웃플 뿐, 딱히 글 그만 써야지 하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전 글 쓸 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걸 써야지, 보다는
내가 쓰고 싶은 걸 써야지, 요.
상업작가라면 구매자의 니즈도 충족 시켜줄 의무가 있겠으나
무료연재인데 구매자가 어디 있습니까. 내가 쓰고 싶은 거 쓸 테고, 읽어지는 사람만 읽어라. 이 마인드죠.
그러니까 독자들의 사이다나 대리만족은 별로 배려하지 않습니다. 사이다라 불리는 구성을 아예 짜지 않고, 주인공의 갈등을 해결하는 걸 쓰는데, 쉽고 편하고 유리하게 해결하는 게 아니라 어렵고 눈물 나고 지치고 이 악물며 해결해나가는지라 대리만족 그런 거 느끼기 굉장히 힘들 겁니다.
피폐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건 그때문입니다. 왜 내가 괴로워하면서까지 이 글 읽는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연재하면 꼭 5~7개는 달려요.
근데 그건 그냥 제 색깔이라 생각해서 앞으로 글 쓸 거면 평생 들을 소리로 여기기로 했어요. 뭔가 일을 해결할 때마다 보상이 주어지고 주변 사람도 늘어나는 미션클리어형 진행이면 참 좋겠지만, 전 한 소설의 큰 사건 벌어지면, 그 큰 사건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작은 사건들을 아무리 해결해도 악화나 저지만 될 뿐 나아지는 건 없도록 플롯을 짜더라고요. 세상 일이란 건 다 연결되어 있고 눈앞의 쓰레기 하나 치웠다고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도시가 깨끗해지는 게 아니듯이요.
내가 그런 글을 쓰기에 나는 평생 그런 말을 들어야 할 거예요. 그래서 저도 좀 답답할 때가 있어요. 간혹 주인공이 이 모든 고난을 해결하고 난 뒤의 사이다, 갑질, 누리는 삶 에피소드를 보려고 제 글을 끝까지 보는 분들이 있는데. (간혹이 아니라 꽤)
제가 쓰는 소설 구조는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같은 동화랑 똑같거든요. 주인공 누가 무슨 고난을 어떻게 해결했다. 끝. 마지막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한마디는 엔딩에 적어줄 수 있지만 행복하게 어떻게 하며 어떤 감정 느끼고 오늘은 무얼 먹고 누굴 만나 무슨 대화를 했는지까지는 적을 생각 없습니다.
독자가 보고 싶은 거랑 제가 쓰려는 거랑 맞지가 않으니
댓글에 자꾸 피폐니 지치느니 하는 말이 달리는 거죠. 하하하하.........
이번 글도 서두부터 무얼 얘기할 건지 던져 놨어요.
1부에서는 시작에서 엄마에게 버림받았고 엄마를 찾는 길 바로 앞에서 끝납니다.
2부에서는 시작에서 ‘나 좀 돌봐주세요, 엄마’로 시작합니다. 그럼 2부 엔딩은 ‘엄마가 날 사랑해’ or ‘엄마가 날 버렸어’ 둘 중 하나로 결말이 나겠죠.
2부는 어떻게 엄마에게서 모성애를 끌어내느냐가 주인공의 문제이고 시련인데
애정결핍증임? 왜 엄마한테 집착함? 그냥 엄마 버리고 다른 사랑해줄 존재 찾지? 쟤 언제 커서 독립함?
ㅇㅅㅇ.............바, 발암이다... 발암이야! 왜 국밥 집에서 파스타 찾냐고요!
물론 제가 글쟁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모두 이겨내고 감수해야 한다는 건 압니다. 하하하하하.............
피폐라는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요. 가령 말이죠, 이런 걸 쓴 적이 있어요.
“죽어버려, 남들한테 빌 붙지 말고 그냥 죽어”
주인공이 아픈데 어른들은 남일이라고 신경 안 쓰고 엄마도 약한 새끼라고 무시하고 동생만 주인공 쫓아다니다가 어느날 눈물 터져서 지르는 소리입니다. 어떻게든 살겠다고 빌고 다니는 어린 형과 어린 자기 자신. 누구도 도와주질 않느니 자존감까지 상처 입느니 형이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어린 발상입니다.
여기서 독자분들은 또 발암 걸려서 주인공이 동생 괴롭힌다고, 남들한테 피해준다고 비난하고 난리도 아니었었는데요.
-_-.... 주인공이 잘 다독이고 살려는 욕망을 보여줘서 또 잘 지내게 됩니다.(물론 병은 치유되지 않지만) 동생도 다시금 숨만 쉬고 살아 있는 것과 살려고 사는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요.
기본적으로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인물들이 어떤 상처를 받고 그것을 푸는 식으로 내용을 전개하는데
피폐라니, 내가 피폐라니!!.................
작정하고 피폐물 쓸 때는 그런 말 들어도 좋지만
피폐물 안 쓰는데 피폐물 쓴다 자꾸 그러면 진짜 피폐가 뭔지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습니다. 더 끔찍하고 잔인하고 절망스러운 것도 있는데...
이번 글은 왜 그렇게 부정적인 말이 많은 건지... 주인공을 착하고 맑게 그려놨더니 반대급부로 어둠이 더 짙게 보이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이상 징징글이었습니다.
오늘도 하차하는 말을 듣고, 비방하는 말을 들었지만 -_- 제 멘탈 케어는 잘 하고 있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
내일 또 하차한다는 말을 듣고 욕설을 받기 위해서
글 쓰러 갑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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