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비평은 미리니름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신을 보려는 분 께서는 피하시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작가명 : 설봉
작품명 : 사신
출판사 : 청어람
짤막한 초반 내용 소개.
다섯 명의 살수가 만든 문파인 살혼부는 어느 날 받지 말아야 할 청부를 받고 말았다. 뚜렷한 명분이 없이 한 살인은 정파무림이 내리는 벌인 십망을 부르고, 살혼부의 부주인 청면살수는 겸허히 십망을 받는 대신 나머지 4명의 동생들을 도망시킨다. 십망의 조건 중 하나는 자진하여 받는 다면 3일 간 주위 사람에게 도망갈 시간을 주는 것. 4명의 살수들은 각자 1명씩의 아이를 데리고 구파일방의 거대한 천라지망을 뚫고 도망가려 한다. 살수들 중 가장 막내인 적지인살은 4명의 아이 중 종리추라는 신비한 아이를 맡게 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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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였는지 아나?"
"예. 황정이 잘 다니는 골목에 인분을 뿌려놓았습니다."
"인분?"
"예. 사람 하나 간신히 빠져나갈 정도만 남겨놓고 인분을 넓게 뿌려놨죠."
"호오!"
"황정이 벽에 등을 대고 인분을 피해갈 때, 미리 뚫어놓은 구멍으로 칼을 찔러 넣었습니다."
"칼로...... 죽였단 말인가?"
"예. 정확히 척추를 뚫었습니다."
'타고난 살수!’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사신 中 초반 살혼부의 다섯 살수가 다섯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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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대해.
사신의 스토리는 한가지 목표를 이루려는 주인공의 일대기입니다. 그의 목표는 살아가며 점점 바뀌지만 결국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가장 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바로 ‘생존’입니다. 주인공인 종리추는 죽지 않기 위해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법을 배우고 살인을 하면서도 벌을 받지 않는 방법을 익히는 그야말로 살수의 정석 코스를 밟습니다. 그렇게 자라난 그는 언제나 뒤를 생각하며 청부를 수행하는 주도 면밀함을 보이며 무림을 흔드는 살수가 됩니다.
주인공의 청부살인은 하나 같이 세심하게 진행됩니다. 지형을 답습하여 그 지형에 맞는 움직임을 익히고, 죽여야 할 자의 정보를 철저히 파헤쳐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장소에서 깔끔히 죽이는 그의 살인은 거의 예술에 가깝습니다. 물론 살인이라는 행위자체는 예술이라 불릴게 못되지만 그 치밀한 계획은 하나의 잘 짜인 각본을 보는 듯 합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살수의 길을 걸으며 목표를 향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조금 이상하게 바뀝니다. 분명 살수의 길을 걷고 있지만 주인공은 정파의 무인처럼 정정당당히 싸우는 등 그가 주장하는 살수의 도道에서 조금은 벗어난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의 수하를 열심히 살수로 키우는 도중 나오는 그의 살수론 중 하나는 ‘정정당당히 싸우는 살수는 살수가 아니다.’입니다. 그러나 훗날 그의 싸움은 모두 정면대결입니다. 비도를 이용한 무공을 배운 주인공은 제가 평가하기에 반半살수라고 생각 됩니다. 장소를 답습하고 상대를 그곳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가 살수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말하는 암습을 그는 행하지 않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항상 암습만 하면 독자로썬 조금 재미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향하는 목표의 하나인 ‘살수의 신’을 생각해봤을 때 암습의 부재는 조금 이상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에 대해.
사신의 캐릭터들은 새롭습니다. 대부분이 살수지만 상식적인 이미지의 어두운 살수들이 아닌 언제나 살인이 준비된 그들은 오히려 매우 평범하게 활동하며 잘 웃고 잘 노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모두가 매력적이고 재미있지만 몇 명을 꼽자면 우선 청면살수와 모진아가 있습니다. 청면살수의 경우, 살혼부의 부주인 그는 사실 사신에 그리 나타나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십망을 당하고 폐인이 되어버린 그는 그런 그의 처지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발언권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금 멋들어지게 말하자면 그의 말은 종리추를 움직이게 합니다. 단 한번뿐이지만 종리추의 미래를 정한 그는 사신에서 하나의 마침표 같은 존재입니다. 살혼부로 시작해 종리추가 세우는 살문이 등장할 때까지 종리추는 ‘살혼부의 제자’라는 짐을 벗기 힘듭니다. 그러나 청면살수의 부탁과도 같은 호소에 다시 무림으로 돌아간 종리추는 이제 살혼부의 이름을 벗어 던진 완벽한 ‘살문의 문주’가 되지요. 어떻게 보면 작은 부분일 수 있는 계기지만 이 미묘한 짐을 벗어 던진 그는 말 그대로 완벽한 종리추로 거듭나는 계기이기도 하지요.
청면살수가 짧게 나와 종리추를 일종의 각성에 이르게 한다면 모진아는 그의 옆에서 언제나 함께하는 아버지 같은 존재입니다. 고아인 종리추에게 부정을 느끼게 해주는 두 명 중 한명인 모진아는 (다른 한 명은 적지인살이지요.) 구연진해이라는 무공을 익힌 강한 남자입니다. 기본적으로 살수에 맞지 않는 무공이라 생각되는 각법을 익힌 그는 놀랍게도 살수의 기술에 모두 능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모진아의 최대 장점은 바로 종리추의 든든한 뒷받침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알게 모르게 종리추가 의지하는 사람들 중 하납니다. 소설의 내용 중간에도 종종 나오는 종리추의 말은 그가 모진아를 아버지처럼 여기며, 자신을 받쳐 주는 모진아를 어느 정도 존경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청면살수와 모진아는 둘 다 모두 특별히 돋보이지 않지만 종리추의 길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캐릭터들 입니다. 다른 캐릭터 들도 알게 모르게 비슷한 일들을 합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이 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됩니다.
무공에 대해.
종리추의 무공은 대부분이 정공입니다. 사파의 무공은 전혀 배우지 않은 그는 거의 정파의 무인과 같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사신의 내용 중 살수는 무공이 없어도 청부를 실행 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이 맞는다는 전제하에, 무공은 사신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여러 무공 들이 나오지만 종리추와 몇몇을 제외한 살수들은 대부분 암습을 하기 때문에 무공의 특이성들을 찾기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살수를 주제로 한 소설인 만큼 무기를 다루는 무공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 할 필요가 없지만 꽤 많은 무공의 이름이 거론됨에도 불구하고 제가 기억할 수 있는 무공의 사용 모습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후에 나오는 구진법이었습니다. 네타가 심해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너무 허무하게 적을 없애는 종리추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그때까지 어렵게 살아남던 것과는 달리 끝이 너무 순식간에 진행되는 느낌이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종리추가 알아챈 사실을 어째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지도 저에겐 의문이었습니다.
최종적인 감상평
사신은 제가 아주 감명 깊게 읽은 무협소설 중 하나입니다. 항상 잠깐 나왔다 사라지거나 이름만 존재하는 살수 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 굉장히 세밀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바로 세밀한 캐릭터들의 감정입니다. 숨어있으면서 느끼는 긴장감이라던가 스스로 인내하며 느끼는 쾌감 등은 매우 면밀히 묘사되어 있으며 실로 대단한 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신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종리추의 싱글 플레이에 있습니다. 권왕무적의 아운과 비슷하게 그가 문제가 벌어진 장소에 가야 일이 풀리는 부분이 대부분이며 그가 말하는 완벽한 살수에 어울리지 않는 그의 행동은 조금 의문점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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