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입장에서 불쾌해 할 만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데 실제로 있죠...글을 그저 돈벌이 할려고 쓰고 있다고 느껴지는 소설들.
누구라고 말은 못해도 매번 주인공 이름과 장르만 약간씩 다르고 내용 전부 똑같은 소설을 매년 한질씩(그것도 열댓권씩) 찍어내는 공장형 작가 분명 있죠.
권수가 많으므로 인기작이라고 생각하고 잡았다가 발정난 투명드래곤이 사람껍질을 뒤집어쓰고 있는듯한 그 막장스러움에 내심 당혹하고 작가이름으로 검색했더니 내용 비슷비슷한 전작들이 무더기로 나올때의 황당함이란 정말...어이없는건 이런 정신나간 소설이 매우 인기가 있는지 나올때마다 매번 엇비슷한 권수로 끝난다는겁니다.
그때 저는 '아, 이사람은 책읽는 훈련이 안된 사람들을 시장으로 삼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한글은 읽을줄 알아도 책읽을 줄 모르는 사람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단 한페이지의 서술도 못견디죠.
읽고있는 바로 그 순간 그 장면에서 단맛이 줄줄 빨리는 글을 좋아하는데 그런 독자들이 원하는대로 글을 쓰면 결국 투명드래곤이 사람 껍질을 뒤집어쓴것같은 그런 작품이 나오죠.
이런거랑 비슷한게 어떤 경우가 있나 예를 들어보자면...
술은 마셔도 술맛 모르는 사람있죠.
술맛을 모르니 그저 당장 입맛 땡기는 쥬스같은 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술같지도 않은걸 최고로 치고 있는 경우 많죠.('진짜 술은 그런게 아니다' 라고 알려주면 또 화를 내죠.)
밥은 잘 먹는데 정말 미각이 형편 없어서 뭐를 먹든 다 똑같은 사람있고요. 맛있는걸 먹으나 맛없는걸 먹으나 그사람에겐 전부 같은맛이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 식사란 결국 싸고 양많은게 최고죠.
사진동호회 같은데 보면 사진찍는다고 장비는 좋은걸로 도배해놓고 찍어놓은 사진은 카메라 발로 조작한거 같은 사람있고요.
오디오 동호회엘 보면 오디오 한다고 수천만원짜리 장비 턱턱 질러놓고 정작 음악은 감상할줄 모르는 막귀들 많습니다.
그런데 독서에도 이런 경우가 있는거죠.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의 정도란건 있어도 어디 책좀 읽어봤다는 사람이면 결코 두번다시 쳐다도 안볼 그런 저급한 책을 아주 좋다고 흡수하는 층이 있는겁니다.
이런말하면 무슨 제가 명작만 찾는 고상한 독자같은데 저도 양산형 즐겨 봅니다. 양산형중에서도 재미있는 작품 많아요. 양산형을 놓고 사람들이 욕을 하기도 하고 편을 들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가 되면 결국 모두 저마다 취향의 차이죠.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것인데...
그런데 그 재미나 취향의 범주를 아득하게 벗어나는 소설이 있고 심지어는 그런것만 쓰는 층이 있다는거죠. 나름 장르문학에 애정있는 독자인데 어쩌다 얻어걸린 지뢰때문에 '그래도 이런 똥닦이 같은걸 많이 내지는 않았겠지' 하고 작가이름으로 검색해봤다가 그런 소설만을 전문으로 쓰는걸 알고 충격받았죠. 장르계의 국산 우베 볼 이랄까...
저급하면 저급할수록 그런게 좋다고 더 찾는 수요층이 분명히 있고 그런층만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있는거죠. 적어도 자기글에 자부심이 있다면 어쩌다 한번은 써도 계속해서 글을 쓰지는 못할 테지만 장사가 되니 구조가 야설만도 못한 그런 소설을 계속 쓰는 그런 작가.
나름 레드오션을 개척한거죠.
그렇게 매년 책을 한질씩 내니 글만으로 생활을 감당하는 많은이들이 염원하던 전업작가의 반열에 든 것입니다만...그런걸 써대는 사람도 작가라고 불린다는게 그저 웃길뿐이죠.
거듭 말하지만 제가 고상해서 용납 못하는게 아닙니다.
그 유명한 우베 볼이 영화계에만 있는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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