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무협을 왜 읽는지요?
제 경우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여점에 공식적으로 대여기록이 찍힌 무협지만 3000권이 넘고, 한 때는 매일 5권씩 빌려와서 다음날 또 5권씩 빌려갈 정도로 자주 읽던 시절이 있었죠.
여기에 유학시절 서점에서 공짜로 읽은 각종 서양식 판타지물까지 치면 웬만한 스토리 전개는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계속 무협을 읽는 것은 똑같은 시놉이라 하더라도 작가마다 그 안에 녹여내는 삶의 고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30대 이상 작가의 글을 요청한 것도 그런 맥락이죠. 어떻게 보면 글을 매개체로 작가와의 '만남'을 즐기기 위해 무협을 본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바로 그게 무협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수필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접근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무협은 수필가들이 갖는 '허세'를 보다 쉽게 벗겨낼 수 있게 해주고, 은연중에 그 작가의 내밀한 욕망과 가치관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다른 문학과 매우 다르며 '베테랑 독자'에게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재미 역시 선사하는 매력적인 장르인 것이죠.
때문에 저는 구태의연한 줄거리와 패턴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편이고, 그렇기에 굳이 특정 틀에 맞춰 찍어내는 글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못 느낍니다. 물론 그 정도가 Dan Brown처럼 너무 심하면 좀 웃기긴 하지만, 그래도 매번 다른 껍데기를 씌울 정도의 공부만 선행되면 독자를 우롱한다고까지 얘기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솔직히 그러한 것들도 충분한 필력과 이름값이 받쳐주면 그 사람만의 '스타일'이라고 인정받기까지 하니까요.
뭐 별다른 얘기 없이 정말 쓰잘데기 없는 한담이 되었지만, 줄거리가 식상하다고, 설정이 식상하다고 다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글이라고 재단하고 판단하기엔 무협이나 판타지를 읽는 방법과 관점, 재미가 너무도 다양하다는 얘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노래를 조용필이 불러도, 자우림이 불러도, 바비킴이 불러도 다 다를 수 있듯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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