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작품의 질에 대한 불만이 꽤나 많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재미있는 작품들을 모아놓은 골베에 대한 불만에서부터 요즘 출판작들은 다 쓰레기다, 양판소다, 그런글 아니면 안나가는걸 보면 독자들의 수준이 낮은거다 등등...
저는 오늘도 한 글을 읽고 있었습니다. 읽다 보니 '대체 이런걸 왜 이렇게 한거야? 작가가 개념이 있는거야 없는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당최 말이 안되고 개연성이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내가 보기에 말이 안되는 것일 뿐이 아닌가?'
하나의 소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 명의 작가에 의해 쓰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작가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소설의 작가가 나와의 공통점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성별일 수도 있고, 비슷한 외양(눈 두개, 코 하나, 귀 두개 등등)을 가지고... 그 외에 더 공통점이 있을까요? 있을수도 있지만 없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나와 작가의 사고와, 사상과 그러한 모든 것에서 차이가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다시 위로 돌아가봅시다. '대체 이런걸 왜 이렇게 한거야? 작가가 개념이 있는거야 없는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의 생각이 반드시 옳다고 장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말이 안될 수 있지만, 그 글의 작가에게는 말이 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따질 이유가 없습니다. 둘 다 틀릴수도 있고, 둘다 맞을 수도 있고, 둘중 하나만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개연성이니 뭐니 따지는 것도 모두 오롯이 '나'만의 생각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정답이 아닙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나'의 생각이 정답이라는 확신은 없다는 겁니다.
이러한 생각이 옳다고 인정한다면 어떠한 글을 쓰레기라고 비난하고, 양판소라고 무시하고, 개연성 없다고 깔아내릴 수 있는 것일까요? 제가 들쳐봤던 소설들 중에 절반 이상은 저에게 있어서 쓰레기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글들이 진실로 쓰레기인 걸까요? 이러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세상이 삐뚤어 보이는 것은 세상이 삐뚠게 아니라 내가 삐뚠 것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비슷한 뜻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소설들이 쓰레기였던게 아니라 '나' 자신이 쓰레기였던거죠.
저는 독자입니다. 한 명의 작가가 쓰는 하나의 글을 읽는 독자입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독자가 그가 싫어하는 글에 대해서 가질 권리는 읽지 않을 권리 뿐입니다. 글에 아쉬운 점이 있어서 충고를 해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오로지 작가의 선택입니다. 어떤 글을 비난하거나, 비평하거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결코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여태까지 우리 독자들은 조금은 잘못된 생각으로 글에 다가간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최종적으로 내릴 결론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라는 겁니다.
상당히 여러번 강조되었던 이야기지만 막상 실천하는 사람은 보기 드뭅니다. 제 주변에서도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해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단어 하나 차이가 뭐가 크냐 할 수도 있겠지만, 언어는 사고와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가지기에 그러한 구분 하나로 여러분의 생각의 폭이 한층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쓰고 보니 주제넘은 짓을 한 것은 아닐까 염려됩니다.
이런 이상한 글을 읽어주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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