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렇게 변한 초원 위로 한 사내가 서 있다. 누렇게 변한 무명옷, 곱게 땋은 댕기머리, 그리고 얼굴에 쓰고 있는 백정탈. 회색으로 변한 하늘은 한바탕 비라도 퍼부울 듯 잔뜩 지푸려져 있다. 새찬 가을 바람에 사내의 댕기머리가 마구 날린다.)
??? : (허공을 보고 웃으며)후후후훗...... 드디어...드디어 내가 왔다. 나도 이제 이곳에 왔다고! 크하하하하!
(우르르릉! 때마침 하늘에선 한줄기 빛과 함께 천둥이 친다. 그리고 그때, 사내의 뒤로 두 명의 인형이 접근한다. 하나는 은색으로 빛나는 금속질의 가면을 쓴 채 흰색 무복을 입고 있다. 그 옆의 사람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갈 정도의 미모를 지닌, 가냘픈 체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댕기를 땋고 앞의 사내와 복장이 같은 것으로 보아 남자인 것 같다.)
은면인 : (고개를 저으며)이거이거.....여전하구나, 산아.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는거라 어느 정도 진중해졌을 줄 알았거늘. 전이랑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냐, 김결낭자?
김결 : (얼굴을 불히며)아 참! 난 남자라니까요. '낭자'라고 부르지 말라구요! 도대체 몇 번을 말해요? 그리고 너!(앞의 사내를 가리키며) 백산 이 자식! 내가 혼자서 꼴깝 떨지 말랬지? 왜 이렇게 비오려는 날 혼자 들판에 나와서 하늘 보면서 웃냔 말이야!
백산 : (눈을 흘기며)김결, 너 참 많이 컸다? 꼴깝? 나한테 지금 '꼴깝'이라고 했냐? 오랜만에 다시 한 번 붙어볼까? 몸이 많이 근질근질하나 보지?
김결 : (손을 저으며)아, 아니야. 됐어.(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린다)쳇! 할 말 없으면 한 판 붙재. 젠장. 내가 더럽고 아니꼬아서...
은면인 : (김결의 어깨를 두드리며)자네가 참게나. 산이 저녀석 성격은 예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 그나저나 우릴 부른 사람은 누구지?
백산 : (시선을 돌리며)응? 그런데 당신은 누군데 우릴 아는 거죠? 더구나 날 그렇게 친숙하게 부르다니. 거기다가 왠지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야. 거참 희한하네.
은면인 : (시선을 피하며)흠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나. 그나저나 여기는 어딘겐가? 백산 자네는 알고 있나?
백산 : (은면인을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보며)아직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다니, 당신 정말 소식이 느리군. 여기가 어딘가 하면....
??? : 잠깐!!!
백산, 김결, 은면인 : (어디선가 울리는 목소리에 모두들 놀라며)유, 육합전성?
번쩍! 쿠쿠쿵~!
(갑자기 하늘에서 벼락이 치더니 그들의 정면에서 불꽃이 타오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한 사람)
김결 : 저, 저 사람은.... 서, 설마?
백산 : (창백한 안색의 김결을 보며)너 왜 그래? 혹시 저 사람 알아?
은면인 : 으음.....저 작자가 어떻게 이곳에....
백산 : (짜증을 내며)아 참!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구냐니까!
은면인 : (투기를 감추지 않으며)조심해라.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까. 저자가 여기에 나타난 것으로 보아, 여기가 어딘지 알겠군. 큭큭큭. 이제야 알겠어. 여기가 어딘지, 왜 벌써 내가 너희를 만난건지. 크크크큭....크하하하하!!
(내공을 실어 광소를 터트리는 은면인의 모습에 백산 또한 느껴지는 것이 있는 듯 백정탈을 벗고 내공을 끌어모은다.)
백산 : 여기는......그럼, 저자가 바로?
(점점 가까워지는 사내. 짧은 머리에 청바지와 검은색 가죽점퍼를 걸치고, 안경을 끼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묘한 위압감을 드러내며 앞으로 다가오다가....)
??? : (풀에 발이 엉켜서 앞으로 엎어진다. 쿵! 소리도 상당히 크다)으악!
(다들 뻥진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린다. 순간 그들을 지나가는 바람과 거기에 흩날리는 낙엽 하나)
??? : (손을 짚고 일어난다. 그런데 정면이 완전히 흙투성이다. 묘하게 흘러나오던 위압감은 사라진지 오래.)아아.....아포, 아포, 아포!! 우씨! 오랜만에 멋지게 등장하나 했는데, 이게 뭐람.(모두의 시선을 느낀 듯 겸연쩍어하며)흠흠흠....뭐, 살다보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지. 뭘 봐? 사람 넘어지는 거 처음 봐? 고개 못 돌려!
(무안하니까 오히려 소리를 지르는 사내. 그런 그의 모습에 모두들 김 샌 표정이다.)
김결 : (한숨을 내쉬며)하아, 괜히 긴장했네. 그래도 너무 오랜만에 저자가 나와서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닌가 했는데.
은면인 : 그럼 그렇지. 저자가 저렇게 진지한 모습을 보일리가 없다니까.
백산 : (고개를 끄덕이며)저 인간 원래 저렇잖아요. 여자 밝히고, 공짜 좋아하고, 거기다가 성격도 이상하고. 작가 양반이랑 똑같지. 그러니까 두 사람이 친한 거 아뇨.
??? : (얼굴을 붉히며. 그런데 얼굴을 붉혀도 흙 때문에 드러나지가 않는다.)뭐야! 내가 그 이상한 작가 양반이랑 똑같다고! 아예 욕을 해라, 욕을 해! 너네들, 내가 누군지 잊은 거냐!!
백산 : (다른 이들에게 귓속말로)젠장, 이럴 때 한교하('동방전사'의 여주인공. 이중인격을 지닌 존재. 만두 하나에 성격이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가 있었으면, 그냥 끽인 주제에.
(김결과 은면인, 모두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 : 지금 내 욕했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은면인 : (앞으로 나서며)그나저나, 당신이 왠일이오, D?
(그렇다. 이자는 바로 '동방전사' 썰렁 만담의 작가인 'D'였던 것이다.)
흑안 : (고개를 저으며)아아, 이젠 'D'라고 부르지 마. 타자 입력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흑안'이라고 불러.
백산 : (김결에게 귓속말로)흑안은, 눈도 갈색이면서.
은면인 : 그럼 그렇게 하리다. 그럼 흑안, 당신이 이곳엔 왠일이오? 우리를 이렇게 부른 것도 이상하군.
흑안 : (머리를 긁적이며)아, 그거? 그냥 일종의 추천이랄까. 글은 안 써지고, 시간은 남고 해서, 오랜만에 만담도 쓸 겸, '수박' 추천도 할 겸, 겸사겸사 이렇게 등장했지.
김결 : (흑안에게 이죽거리며)왜, 이렇게라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가 보지? 하긴, 천예(天藝)에서 가장 적이 많고, 가장 인기 없는 자니까.
흑안 : (살기를 드러내며)죽고 싶나, 김결?
김결 : (노골적으로 비웃으며)헹! 당신이 날 죽인다고? 무슨 수로 날 죽인다는 거지? 내가 비록 백산이보다는 약해도, 너 하나쯤은...
흑안 : (갑자기 키보드를 펼치며) '[팬픽]수박' 1편, 김결의 비밀. 수정 전엔 여자였던 김결, 왜 그가 이번엔 남자가 되었냐하면....
김결 : (흑안의 팔을 잡으며)왜, 왜 이래, 이 사람이! 나, 날 매장시킬 셈이야?
흑안 :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크크크크..... 또 나한테 게길거냐? 응?
김결 : (눈물을 삼키며)죄, 죄송합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바로 꼬리를 내린다)
백산 : 도대체 흑안 저 인간은 왜 나온 거야? 추천같지도 않은 추천에, 썰렁한 만담에. 참 나, 책 내용에 대한 것도 없고.
은면인 : (백산을 달래며)그러니까 만담이지. 할 일 없어서 적는 거 아니겠나. 저럴 시간 있으면 공부라도 하던가 하지.
흑안 : (옆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김결을 밀치며)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백산 : (은면인에게 귓속말로)또 나왔다. 저 '아무튼!'. 할 말 없으면 꼭 저러지.
흑안 :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전투씬이 너무 자세하게 묘사되면 독자들의 뇌는 과부하가 걸림을! 연재분량이 너무 많으면 독자들의 시간이 너무 많이 빼앗기게 됨을! 절묘한 곳에서 자르는 절단마공을 수시로 남발하면 독자들은 주화입마에 빠지게 됨을!!!
김결 : 오오옷!
백산 : (은면인에게 귓속말로)김결이 저녀석은 또 뭐야? 왜 저런 말에 맞장구를 치냐고.
흑안 : 그런 의미에서 이 '수박'은 너무도 독자들에게 괴로움을 많이 주는 소설이란 말이닷! 거기다가 계속해서 쉴새없이 뽑아내는 글과 거기에 전혀 떨어지지 않는 글의 퀄리티! 이것이야말로 강원산, 그가 인간이 아닌 머신임을 보여주는 것이란 말이닷!!
김결 : 오오옷!
백산 : (은면인에게 귓속말로)지겨워.
은면인 : (고개를 저으며)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군. 산아, 그냥 끝내거라.
백산 : 넵!(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며)응? 그런데 왜 내가 자연스럽게 저자의 말을 따르는 거지?
흑안 : 작가는 더 이상 절단마공을 남발하지 말고 연참으로 독자들의 기대에 부흥해야 하는 것이며, 더 이상 괴물같은 집필 속도로 다른 천예 작가들을 우롱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며.....
(천천히 흑안의 앞으로 다가간 백산)
흑안 : 에 또....뭐, 뭐냐, 갑자기?
백산 :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당최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지. 너무 늘어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흑안 : 아, 아니다. 이게 늘어지는 거라니! 난 지금 강원산, 그의 실체에 대해서 심각하게....꾸웩!(백산의 발차기에 쓰러진다)
백산 : (자신의 발을 보며)역시 난 발차기가 좋다니까. 뭐, 검술이나 쌈수가 싫은 건 아니지만, 아직은 발차기가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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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군부의 실세였던 이의민의 서자로 태어나 정실 부인의 횡포에 어미를 잃고 어린 나이에 슬픔을 간직한 채 뫼문의 계승자인 북수산을 따라 북수백산으로 간 이지문.
'이지문'이란 이름을 버리고 '백산'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소년은 어느덧 자라서 '뫼문'과 '가람문'의 문주인 '뫼가람주'로 거듭나게 된다.
중원에서 비무행을 하다 계략에 빠져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형 '북수산'과 역시 중원인들에 의해 행방이 묘연해진 사부 '을지선인'을 찾아 복수의 칼을 뽑아든 백산.
첫사랑의 연인인 '온유하'를 찾아서, 사형의 동생인 '백아영'과 함께 길을 떠날 것 같은 백산의 행보.
위기에 빠진 친구 '김결', 백산을 그리워하는 온유하, 그리고 백산을 중심으로 얽히기 시작하는 음모....
섬세한 전투묘사와 엄청난 분량에 따른 스크롤의 압박, 그리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살아 숨쉬는 등장인물들.
발차기를 좋아하던 고집센 소년이 점차 한 문파의 주인으로, 한 명의 무인으로 성장하는 한국 전통 무예인 '수박'을 소재로한 무협소설.
'작연란'의 '강원산', 그의 '수박'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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