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지존이 이계에 가서 다 때려 부수는 퓨젼 소설에 보면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주인공이 '내가 있던 곳의 용보다 훨씬 세겠는데...'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번...
그런데, 그건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드래곤들은 9써클의 마법을 할 줄 알고,(뭐, 대부분 이런 식의 설정...) 브래스는 모든 것을 박살내지만, 주인공인 초막강 먼치킨 무림 최고수와 싸우면 막상 막하까지 가지 않습니까? 초막강 먼치킨 주인공이 이기는 경우도 가끔 있고... 그런데, 이쪽 세계에서는 용 말고 다른 영물도 막강 주인공이 간신히 제압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용은 그 다른 영물보다도 훨씬 강하고, 만화 '풍운'에서는 이계에 가면 초막강 먼치킨에 해당될 무시무시한 고수들이 모조리 덤벼서 간신히 제압합니다.
뭐, 설정이겠지만요~
D&D 게임을 떠올려보면 드래곤의 유희를 즐기는 모습과 오만한 성격으로 볼 때, 참 판타지 소설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Baldur's Gate II 후반과 확장팩에서는 주인공 파티가 몇번씩이나 드래곤슬레이어가 되어버리지요. D&D에서는 드래곤이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알고보면 D&D와 AD&D 레벨 한 17 정도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존재였답니다. 게임의 결과는 결국 주인공이 신이 된다는 식-
그래도 처음 레벨이 인간의 단계를 넘어설랑말랑할 때 유희로 주인공들을 괴롭혔던 레드 드래곤과 싸우는데, 전투 시작하자마자 파워 워드 킬!로 한방에 끝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판타지 소설이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요?
Fallout 부터 해서 Black Isle 게임을 모조리 했었습니다. 제일 흥미진진했던 것은 Fallout2였으며, 전투전략을 짜는게 재미있었던 것은 Icewind Dale II 였으며, 제일 감동적이었고, 몰입도가 높았던 게임은 Planescape: Torment 였습니다. 모두 세번 이상은 끝을 보았었습니다.
이중 Planescape: Torment는 판타지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싶은 게임입니다. 게임 역사상 아마도 가장 말-대화와 설명-이 많을 것 같은 게임으로, D&D에서 가장 상위의 개념으로 존재하는 Planescape라는 독특한 세계관(시작도 끝도 없는 단순악과 절대악 사이의 전쟁 Blood War, 제일 끌리는 Godsmen을 비롯한 여러 결사들, 나누어진 Plane 들을 연결하는 도시 Sigil...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어려운 여러가지 개념들...)과 가슴아프고 신비한 이야기들이 게임을 하면서 주인공을 나 자신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몰입도 쪽에서는 지금것 해본 수십 RPG 중 최고였습니다. 음악과 그래픽 또한 무척 아름답습니다. 영어를 잘하신다면 꼭 구해서 해보세요. 번역된게 있는데, 번역자가 게임을 플레이 해보지도 않았고, Planescape 세계관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지, 너무 엉터리라서 게임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전에 일곱번째기사 연재하시는 프로즌님이 플레이해봤다고 열거한 D&D 판타지 게임들을 보니 어렸을 때 생각이 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프로즌 님은 저와 만화가게에서 만화를 보며 보드게임을 즐겼던 지인이었다는... 여러가지 희한한 전력-많은 젊은이들의 로망이 될만한-을 갖고계신 분인데, 글의 사족들을 보면 본인이 개인적인 일은 밝히지 않으려 하신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냥 주저리 주저리 생각이 나서...
하하하...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