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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1.10.15 18:51
조회
1,904

작가명 : 히가시가야 도쿠야

작품명 :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출판사 : 21세기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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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아가씨, 눈은 멋으로 달고 다니십니까?"

"야, 그런 소리까지 하기냐, 이 폭언 집사!"

주인공은 재벌가의 귀한 아가씨로 국립경찰 신참 형사, 호쇼 레이코.

하지만 사건은 호쇼가의 전속 기사이자 집사인 가게야마에게!

미궁에 빠진 사건 때문에 고민하는 아가씨에게 독설을 사정없이 날리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 나간다.

유능한 형사가 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천방지축 재벌 2세 여형사

헛다리만 짚는 주제에 늘 잘난 척 하지만 어쩐지 미워할수 없는 주임 형사

원래는 프로야구 선수나 사립탐정이 되고 싶었다며 걸핏하면 독설을 일삼는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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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가야 도쿠야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책 소개에 의하면 1쇄에는 7천부 정도만 찍었는데, 어느 덧 입소문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120만부를 팔아치우고, 서점 직원들이 다른사람에게 추천하고 싶거나 더 팔렸으면 하는 책을 뽑는 '서점 대상'에서 2011년 1위로 뽑혔다고 합니다.

**

신참 여형사 호쇼 레이코는 살인사건 현장에 조사차 나갑니다만, 여러가지 의문점이 남는 조사 현장에서 난색을 표합니다. 자신의 상사인 가자마쓰리 경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을 가장 먼저 크게 말하는 것' 밖에 재주가 없는 사람으로 '가자마쓰리 모터스'라는 거대 기업의 도련님.

상사에게 시달리고, 사건에 대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피로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레이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리무진을 끌고 마중오는 집사와 대저택, 호화로운 저녁과 발코니의 야경에서 즐기는 와인 한잔.

호쇼 레이코는 경찰서에는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지만 실은 '가자마쓰리 모터스' 따위는 비교도 안되는 거대 재벌 그룹의 딸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정중하게 식사를 시중드는 젊은 집사에게 푸념 삼아 이번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한 레이코. 그리고 고용한지 한 달밖에 안되어 아직 잘 파악하지 못한 이, '성실해보이기만 하는 남자'가 사건에 대해 흥미를 나타내는 것을 보고 약간 재미있어 합니다.

이런 사람의 생각이라도 도움이 될지도 몰라~ 라는 가벼운 기분으로 집사에게 사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해 주고, "뭐든지 생각나는게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봐."라는 레이코에게 집사가 '솔직하게' 한 마디 던지지요.

"이 정도 사건의 진상도 모르신다니, 아가씨는 멍청이이십니까?"

이 순간 이 소설에 대한 호감도가 폭증했습니다. 엄청 진지하게 나가다가 난데없이 이렇게 사람을 푹 찌르다니, 아 이런 센스 정말 좋아!

**

사실 책 소개만 봤을때는 '천방지축 재벌 2세 여형사를 진땀빼며 보필하며 구르는 집사의 분투기'를 떠올렸어요. 비슷비슷한 내용의 작품이라면 상당히 많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에요.

이 책은 재벌2세 여형사가 자신의 집사에게 괴롭힘 당하는 책이에요. 아 진짜, 읽다보면 레이코가 불쌍할 정도.

레이코는 결코 '부자집 아가씨의 색다른 놀이'로 '형사'를 하는게 아니라 직업 자체에 대하여 자긍심을 가지고 있고, 사건 해결을 위해 상당히 노력합니다. '부자의 재수없는 면모'같은 건 그다지 없어요. 가끔 본의아니게 '부자의 관점'에서의 발언이 툭툭 튀어나오긴 하지만 불쾌하다기 보다는 그냥 개그고. 어디까지나 '성실하고 노력하는 좋은 사람'인데...

그런데 그걸 구박하며 독설을 내뱉는 가게야마 이놈은... 진짜 이유없이 레이코를 미워하는 것 같을 정도. 정중한 말투로 레이코를 수행하다가 다짜고짜 "아가씨는 눈은 멋으로 달고 다니십니까?" 같은 말을 툭툭 던지는데...

그런데도 이 독설 집사가 하는 추리가 하나같이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니, '형사'로서의 의무감 때문에 화를 내면서도 모가지를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부글부글 분을 삭히는 레이코라던지,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에라 모르겠다. 가게야마한테 물어보면 되겠지."라면서 자포자기해버리는 모습이라던가,

흉기를 든 범인과 꿋꿋하게 맞서다가 가게야마가 나타나자 "가게야마아아~"라면서 울며 매달린다던가

아 진짜 레이코 엄청 귀여워요 레이코. 재벌 2세에 형사 아가씨가 이렇게 귀엽귀엽해도 되는겁니까. 어딘가의 연중작가가 쓴 소설에 나오는 괴기사건부 찍는 아가씨랑은 천지차이일세.

**

언제나 구박 받고, 추리를 부정당하고, 바보취급 당할때마다 "언젠가 죽여버릴테다..."라고 분해하면서도 가게야마가 추켜세워줄때마다 우쭐해하고, 가게야마가 "역시 아가씨, 대단하십니다."라고 입에 발린 칭찬을 해 주면 좋아서 죽고, 가끔씩 '좋은 남자'에 대한 언급이 나올때마다 가게야마의 유능한 면모를 떠올리고 살짝 멍해지거나-

순수한 레이코 아가씨 정말 귀여워요. 공주병끼가 좀 심하긴 하지만 그거야 진짜 아가씨니까 넘어가요. 예.

어찌보면 이 소설, 가게야마의 레이코 아가씨 조교 스토리(...). 가게야마는 레이코를 진심으로 식겁하게 싫어하는 것 같지만.

**

추리 파트는 뛰어나게 유별나지도, 그렇게 못하지도 않은 그냥 정석적인 수준. 그래도 본격 추리로서의 트릭 구성은 일단 탄실합니다. '장미 공원' 파트 정도는 제 머리로도 사건 구조가 상당히 보이는 터였는데, 그 만큼 추리소설 읽으시면서 자기 머리에 대한 자괴감에 빠지는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좋지 않았나 싶네요.

책 자체가 살인사건이 나오면서도 캐릭터간의 대화 등에서는 상당부분 유머러스 한 부분이 많고, 분위기 자체도 가벼운 편입니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아예 범인이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자 "미안, 나머지는 경찰서에서 듣자고. 피곤하니까."라며 입을 다물게 하는 장면까지 있고.

**

캐릭터 위주라 해도 라이트노벨처럼 그쪽을 세밀하게 하는 것도 아니라 단순히 캐릭터성으로 읽기에도 못미치고, 문장력 자체는 어디까지나 '추리소설가'로서 괜찮은 수준에 머물기에 책 좀 많이 읽는다시는 분들께는 수준 이하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이 레이코 아가씨와 가게야마 집사의 콤비가 너무나 즐거워서 전 충분히 재밌게 읽었네요. 평소에 추리를 안읽는 분들이라도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 ' 1

  • 작성자
    Lv.36 黑月舞
    작성일
    11.10.15 23:18
    No. 1

    틀에 박힌 진행이라도 캐릭터성을 살짝 비틀어주니 실로 유쾌해지는군요.

    서점에 이 작가책 상당히 많이 들여놓던데(그것도 진열대 위에!) 이런 정도의 취급을 받는 일본 추리작가가 게이고씨 말고 또 있나 싶어서 흥미로왔습니다만 이렇게 리뷰도 여기에 올라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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