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아래에 사마쌍협에 대한 강추를 하신 분이 계신 데 바로 글을 쓰게 되서 멋적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쓰겠습니다.
저는 사마쌍협이 굉장히 읽혀지지가 않아서 빌려온 지 일주일동안 1권도 다 못읽고 반 정도 읽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대여점에 반납했습니다. 단순히 내 취향이 아니야라고 말하기에는 이곳 감비란에 사마쌍협에 대해 추천을 하신 분들이 많아 제가 생각하는 단점들을 지적하겠습니다.(사실 저도 이곳 감비란에서 추천하신 분이 많아 사마쌍협을 대여했습니다. 비록 미완이지만 막상 대여점 가도 볼 것도 없고 해서.)
무협소설의 주인공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영웅문의 곽정인만큼 나면서부터 천재인 자운엽이 처음부터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더구나 어렸을 때는 그런 천재적인 모습이 제가 이해를 할 만큼 쉽게 묘사가 된 부분도 별로 없습니다. 있다면 가주의 백학검법의 오류를 한 눈에 이해한 것과 시정바닥에서 손쉽게 다른 사람의 물건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는 재주정도.. - 글을 쓰면서 제가 이 글을 싫어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천재에 대한 시기때문인 것은 아닌가하고 진지하게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아닌 듯 싶습니다.
조철산님의 파산검을 재미있게 읽은 이유중의 하나가 초반 상운양의 행보가 RPG적 요소가 있어서입니다. 집을 떠나는 이유가 있고, 거기에 맞추어 적절한 준비를 하고 - 아버지가 철검과 내갑을 전해주시고, 어머니는 아버지 몰래 은자 한 냥을 쥐어주시죠. 즉 레벨 1정도에 걸맞는 준비를 하고 강호에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사마쌍협의 주인공은 초반에 레벨 50인 상태로 시작한다고 할까요.
물론 이런 스타일의 무협소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금강님의 소설을 보면 주인공은 처음부터 모든 것에 능합니다만 왠지 월인님의 사마쌍협에서의 자운엽은 좀 어설프다는 생각입니다. 자운엽은 10여년동안 머물렀던 세가를 떠나서 계곡에 들어가 바로 무공을 익히게 되죠. - 하인생활만 10여년 했던 주인공이 갑자기 미친듯이 무공에 열중하게 된 이유도 제가 보기에는 석연치 않지만 그건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이 열네살에 비급하나 달랑 들고 들어가서 칼 4자루와 소금 한자루가지고 2년의 동굴생활을 버티게 됩니다. 곳곳에 노방을 설치해서 짐승을 잡아서 요리해서 먹고, 도중에 경신술을 익히게 되는 과정을 보면 왠지 억울하다라는 느낌마저 듭니다. 물론 제가 억울한 것은 아니고, 김용의 천룡팔부를 보면 허죽이 천산동모와 같이 지내게 되다 강적의 등장으로 도망가게 되면서 동모가 허죽에게 경신술을 가르쳐 주는데 쉽게 익히지 못해 꾸중을 듣는 장면이 회상이 되서입니다. 자운엽이 그동안 무공이란 것에 대해 아는 건 백학검법과, 비급, 그리고 종운아저씨를 통해 배웠던 혈도에 대한 것들이 고작인데 - 그나마 종운아저씨도 고수도 아니니 내기의 흐름이나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보는데 자운엽은 바로 자신의 진기를 온몸으로 뿜어낼 수 있게 되서 경신술을 익힙니다. 바로 다음장면에서 설수법이 유마칠검을 익히게 되면서 초식의 외형은 익혔으되 안의 진기의 흐름을 배우지 못하면 껍데기뿐인 검법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자운엽은 그냥 알아서 배우게 되니 읽는 저로서는 내용의 일관성도 없이 괜히 화딱지가 나는 겁니다.
내용의 일관성이 없는 부분은 148p 에서 149p로 넘어갈 때입니다. 정마협에 대한 소개가 나오면서 그가 한 번 마음먹고 펼치는 무공은 극악하고 잔혹하다면서 그에 따라 그에게 도전하는 상대가 많아지는 데 그는 다 받아주고 또 다 이긴다고 하는데 무공으로 이긴 게 아니라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바둑실력으로 이기죠. 이 부분은 작가의 오류라고 보입니다만.. 뭐 그리 큰 실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자운엽이 세가를 떠나서 무공에 몰두하게 된 이유는 더더구나 그리 확연하지가 않습니다. 세가를 떠나게 된 것은 감숙설가에 드리워지는 야율가의 음모가 자신에게도 미칠 것 같아서 부랴부랴 떠나게 되고 그러면서 황씨할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2년동안 나이 14살의 주인공을 아무도 없는 동굴속에 가둬두고 미친듯이 무공만을 익히게 하는 동기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 저만의 착각이고 경직된 생각이었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그리고 초반 자운엽이 정(正)과 마(魔), 사(邪)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나는 정은 고리타분해서 싫고 마나 사의 길을 가야지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 부분은 뭐랄까 무협소설에 있어서 작가와 독자사이에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약속을 드러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분이 正, 魔, 邪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독자들에게 이렇게 밝히는 것은
음..설명하긴 쉽지 않지만 예를 들어보자면 자운엽이 "복수"의 길은 고리타분하고 힘들어보이니까 "사랑"을 선택해서 예쁜 아가씨와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 휴.. 능력이 안되서 뭔가 어색하게는 느껴지는 데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힐 수가 없네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게 있어 사마쌍협은 너무 읽기 힘든 책이었습니다. 반권정도 읽고 12권이나 나온 책에 대해 뭐라고 말한다는 것은 예전에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저로서는 도무지 읽혀지지가 않는 책이기에 그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면서 사마쌍협이라는 책에 대해 비평을 해봤습니다.
강호제현들의 아낌없는 비판과 충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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