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황규영
작품명 : 개천,천하제일협객,참마전기,잠룡전설
출판사 : 모름
황규영님 소설은 재밌다
왜 재밌냐면 다른 무협소설 보면서 지루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황규영님 소설에는 없다.
가령 어짜피 빤히 이길 전투를 그냥 효과음이랑 동작만 묘사하면서 길게길게 늘려가며 쓴게 나는 지루했다. 어쩔땐 그냥 몇페이지를 뒤로 넘겨버리는데 결국 뒤에 보면 이겨있다.
황규영님 소설은 그런건 칼질 한번이면 끝난다. 묘사도 간단히 위기일것같이 묘사했다가 주인공의 먼치킨 능력으로 간단히 벗어난다. 짧고 간결하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또 어짜피 다 읽고나면 잊어버릴 스토리에 별 관계없는 설정 배경이나 정치에 대한 길고 긴 묘사같은것이 나는 지루하다. 황규영님 소설에는 한번 읽고 잊혀질만한 글이 묘사되있지 않다. 꼭 스토리에 필요한 설정만을 묘사해주고 묘사한건 결국 스토리에서 중요하게 써먹는다.
또한 유머감각이 괜찮고 흥미롭게 스토리를 전개해나간다. 그래서 시간이 휙휙 지나간다.
문학작품(literature)이라기엔 모자르겠지만,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엔 적합하다. 즉 만화나 영화같은 작품이다.
문제점이라면 사람들이 황규영님 작품이 맨날 똑같다고 불평한다는 것이다. 문제점을 살펴보자.
황규영님 소설의 다른점: 전개, 컨셉, 배경.
(내가 보기에 이 부분엔 전혀 문제없다)
황규영님 소설의 같은점: 인물설정, 사건해결방식
(아마 이부분이 문제인것 같다)
인물설정이 항상 똑같은 문제.
주인공 : 엄친아. 맨날 지나치게 뛰어나다. 주인공 옆에있으면 아무리 똑똑한 조연도 다 빛을 잃는다. 주인공 혼자 빛나고 그 옆의 모든 조연들은 빛을 상실한다. 주인공 옆에 있으면 보스든 브레인이든 매력남이든 뭐든간에 액스트라로 전락한다.
여주인공 + 여조연 : 주인공에게 콩깎지가 씌인다. 못생긴 여조연은 안나온다. 이쁜여자는 전부 주인공에게 콩깍지 씌인다.
남조연 : 남조연이 없다. 그냥 액스트라 아니면 씨다바리, 쫄병 이런거. 매력있는 남자는 주인공 단 하나. 그래도 노덕진 같은 멋있는 액스트라가 가끔씩 나오긴 하는데, 그래봤자 조연은 아니고 액스트라다. 주인공과 만나기 전까진 멋있는데 주인공 만나고 나면 역시 멍청해진다.
적군: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주인공과 싸울땐 그냥 쫄병이 된다.
(표사, 천하제일협객은 빼고)
새로운 인물설정?: 요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치매할머니 -> 치매고수, 아니면 바보지만 착하고 의외로 핵심을 찌르는 남조연. 뚱뚱보지만 의리는 있는 남조연. 황규영님의 소설에 넣을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은 무궁무진 할 것이다.
단! 주인공 만나면 또 액스트라로 전락하겠지. 그럼 안된다고 본다.
인물설정에 대한 해결법?: 내 생각에 주인공에게서 한두가지 능력을 빼서 남조연에게 넘겨주면 될 것 같다. 근데 황규영님이 좀 모자란 주인공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건 해결 방식.
주인공이 엄청 똑똑해서 적을 예측한다. 어쩔땐 독심술 수준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어버리고, 어쩔땐 아예 미래를 예지하는 것 같이 행동한다. 지력이 엄청나게 높아서 그런거 같은데. 그게 맨날 똑같다. 무쟈게 똑똑하다.
주인공은 항상 강자 입장에서 약한 적을 해치운다. 안그래도 주인공이 너무 무자비한데 힘의 차이가 압도적이다 보니까.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꼴이 된다. 맨날 적이 불쌍해보인다. 그리고 주인공은 용서없이 적을 죽여버리고 끝나지. 죽는 적이 불쌍해보일 정도로 주인공이 지나치게 강하다.
개천에선 완전 악당이다. 악당을 상대로 악당짓 하는 악당.
자비가 있는 주인공은. 잠룡전설. 참마전기. 여기선 불쌍한 적이라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난 그게 마음에 든다. 권선징악을 좋아하는 분도 있겠지만. 난 강자가 약자 죽이는거 좀 싫다.
뭐랄까. 저항하지 않는 상대를 죽이는 감각. 이거 최악이다.
가끔 정치적인 문제로 주인공이 좀 약세인것 처럼 보일때도 있지만 뭐 그건 여조연을 통해서 쉽게 해결한다. 그외에도 두뇌를 통해서 세력을 상대하는 방식도 재탕이 많지만. 기상천외한 방법은 원래 생각하기 어려우니 넘어간다.
다른 무협작품과의 비교:
다른 무협에선 좀 개성있거나 비중있는 조연이 많이 나온다. 남조연 말이다. 황규영님 소설에선 남조연은 다 액스트라다.
다른 무협에선 좀 비중있고 카리스마 있으며 쉽게 당하지 않고 질기고 오래버티는 적군 보스가 나온다. 황규영님 소설에선 권력과 무공만 높았지 소인배뿐이다. 가끔 카리스마 풍기는 적도 나오지만 주인공을 만나는 순간부턴 어린애로 전락한다. 주인공을 두려워하다가 결국 죽는다.
다른 무협에선 당위성 있는 악당이 나올때도 있는데 황규영님 소설에서 나오는 악당은 무조건 사리사욕, 소인배, 뒤가구리고, 살인자에, 백성들 등처먹는. 이런식으로 최악의 악당만 나온다.
드래곤볼에선 악당이라도 좀 멋있으면 결국 주인공의 친구가 된다. 근데 황규영님 소설에선 악당이 너무 후져서 그게 불가능하다. 다른 무협에선 이게 좀 된다.
다른 무협에선 위기가 자주 등장한다. 황규영님 소설에선 클라이맥스에서만 위기 한번 맞고 나머진 무난하게 진행한다.
대신 다른 무협은 지루한게 많은데 황규영님 소설은 지루한게 없다.
다른 무협은 유머감각 없는것도 있는데 황규영님 소설은 유머감각이 넘친다.
현실적인 스타일:
황규영님 소설은 매우 현실적이다. 다른 무협소설은 좀 과장된 무공이나 비현실적인게 많이 등장하는데, 황규영님 소설에선 현실적인게 많은편.
판타지를 다루실땐 비현실적인것도 잘 다루셨는데 아마 황규영님이 비현실적인걸 싫어하나보다. 그래서 무협을 택한 것 같다. 무협에선 마법이 없으니까.
그래도 조금씩은 비현실적인 요소를 소재로 삼는편이 더 재밌을 것 같다.
발전 가능성:
나에게 지루하지 않은 전투씬도 있다. 그렇게 전투를 재밌게 쓸 수 있는 작가분은 드문것 같다. 그런분들의 특징은 전투 장면 묘사보다는 전투의 상황 묘사 위주로 나간다는 것이다. 가령 함정에 함정을 파가며 치사하게 싸운다거나 두뇌싸움을 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이끌어나간다. 그런 무협작품은 전투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다.
내 생각에 황규영님이라면 충분히 지루하지 않는 전투씬도 쓰실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현실적인것에 치우치지 말고 가끔씩은 비현실적인 소재를 써주면 좋겠다.
개성있고 비중있으면서 능력도 있는 남조연 좀 늘려주자.
소화할 수만 있으면 주인공의 능력도 좀 줄이자. 사건 해결방식이 주인공 위주가 아닌 조연과 주인공의 합작품이 되면 좀 똑같은 느낌이 사라질 것 같다.
여주인공 좀 튕겨주자. 그리고 가끔은 못생기고 뚱뚱한 여조연도 나왔으면 좋겠다. 맨날 하렘만 나오지 말고. 가끔은 홍일점 같은걸로 한명의 여주인공의 비중을 크게 높이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또 비중있는 남조연이나 악당에게도 가끔씩 매력있는 여성을 짝으로 붙여줬으면 한다.
악당이 전부 쓰레기인 것보다, 가끔은 멋있는 악당이 주인공 편이 되거나 그런것도 좋을 것 같다. 주인공은 맨날 악당을 이용했으면 했지 착하게 바꾼적은 한번도 없는것같다.
황규영님의 장점:
케릭터. 뚜렷한 컨셉의 일관성이 있는 개성있는 케릭터를 잘 만드신다. 조연의 경우 비중있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그래도 성격 자체는 매우 뚜렷하다. 그리고 조연이 능력은 없지만 역활만큼은 뚜렷하다.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하는 조연들.
전개. 역시 색깔이 뚜렷하다. 일관성있고 이치에 맞게 진행된다. 동기부여도 확실하고 목적의식도 뚜렷하다.
배경. 배경역시 색깔있고 개성있게 짜여져있다. 배경의 깊이는 좀 얕을때가 많았지만 비현실적인 요소가 적기 때문에 배경은 별로 쓰일일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기본적인 배경설정만큼은 확실하게 되어있었다.
하나의 작품으로썬 완벽하다. 다른 작품까지 다 읽으면 재탕요소가 좀 보이지만, 그냥 하나의 작품만 읽으면 어떤 작품을 읽더라도 완벽한 것 같다.
매력있는 주인공이 많다. 주인공의 능력치는 안바껴도 주인공의 컨셉은 맨날 바뀌는데 컨셉마다 개성있고 나름 정감이 간다.
황규영님의 스타일 중 싫은점:
저항하지 않는 상대를 죽이는 것.
멋있는 남조연이 거의 없는 것.
친구가 될만한 악당이 안나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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