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바이루위안(백록원)
저자: 진충실
키워드: 중국, 역사, 대하소설, 농촌, 농민소설
백록원은 중국 서안에 실제로 있는 평야 지역이다.(구글맵으로 찾아봄)
약 100여개의 마을들이 있는데 이 마을 중에 백록촌이 있다.
백록촌은 백씨와 녹씨로 이루어져 있는데 같은 조상에서 갈라졌다.
주인공인 바이쟈쉬엔이 나이가 차 결혼을 하지만 자꾸 아내가 죽는다. 결국 일곱번이나 재혼을 하면서 아버지도 죽고, 집안 가산도 반이나 잡아먹어 가문이 기울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실의에 차 있던 쟈쉬엔은 어느날 우연히 명당자리를 발견한다. 그런데 그 땅은 바이 가문과 마을 유지 자리를 놓고 은근히 긴장된 라이벌관계를 가진 녹씨의 땅이다.
쟈쉬엔은 결혼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능청을 떨면서 비옥한 땅을 댓가로 그 명당을 손에 넣고야 마는데...과연 쟈쉬엔은 여덟번째 결혼을 무사히 치룰수 있을까..
이 소설은 바이쟈쉬엔의 일대기라 할 수 있다. 그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손자를 낳고 가문을 운영하는 내용이다. 그는 백록촌의 촌장이며 현의 유지 중 한명이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가문의 일을 넘어 중국의 농촌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보여준다.
전근대적 봉건적 사회의 농촌의 모습이 어떠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농사짓는 모습, 사당, 관혼상제, 한 혈연이나 다름없는 농촌 촌락의 인간관계, 체면, 가내수공업 등등..다양한 모습이 잘 묘사된다. 특히 이 책을 읽을 때 중국 농민이 과거에 농사는 어떻게 짓는지 궁금했었기 때문에 만족하면서 읽은 것 같다..
시기적으로 청나라가 망할때부터 시작해 군벌시대, 국공내전, 공산당이 들어올때까지를 배경으로 하며, 난세였던 만큼 농촌이라도 풍운이 불던 시대였기에 지루하지 않고 재밌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진다.
흥미로운건, 이 소설을 읽기 전 중국 상도(호설암)란 소설을 읽었는데, 이 소설도 비슷한 시기(오히려 더 옛날인, 더 전통적인)의 중국을 다뤘는데 지리적 차이(강남과 화북) 때문인지 풍습이 너무나 달랐던 점이다.
강남에서는 쌀농사를 이모작하고, 화북에서는 밀과 보리, 옥수수를 기른다. 강남에서는 뽕나무를 심어 비단을 잣는데, 이 소설에서는 면화를 심고 솜을 튼다. 강남의 도시문명에서는 기녀와 술이 넘쳐나고 자유분방한 성관념이 지배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재가한 여성마저 더럽게 여긴다..호설암에서는 아편과 도박이 접대의 수준으로 쓰이는데, 이 소설에서는 촌장인 바이쟈쉬엔이 가문의 어른이며 촌장의 지위로 도박한 자들의 손을 기름으로 지져버린다.. 그러면서도 체면 따지는데는 비슷한 정서가 있다..
요즘 우연찮게 이 시대를 다룬 소설만 골라서 읽게 됐는데(금익, 백록원, 호설암, 태평천국, 대지...) 토비와 군벌에 대해 다루지 않은 것이 없다. 아마 이런 혼란한 시기를 겪으면서 중국의 무협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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