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푸른빗자루
작품명 : 단 한 번의 키스
출판사 : 조아라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소설 중에 보고 눈물을 흘린 작품이 딱 두 작품이 있습니다. 하나는 조창인 님의 ‘가시고기’이고, 다른 하나는 푸른빗자루 님의 ‘단 한 번의 키스’입니다. 아니, 어쩌면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든 작품들이 아마 더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울음을 감추려고 끅끅 거리며 간신히 입을 가리고 눈물 닦아 내기에 바쁘게 만든 작품은 제 인생에 단연코 이 두 작품 뿐이었습니다.
‘팬픽’이라는, 선뜻 손이 가기 힘든 장르에서 꽃 핀 이 ‘단 한 번의 키스’라는 작품은 ‘소녀시대’라는 걸그룹과 만나 언뜻 가벼운 인상을 줍니다. 에이, 팬픽이 거기서 거기지. 소녀시대? 아홉 명이랑 짝짜꿍 하는 소설인가?.... 흔히 팬픽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선입견과 소녀시대라는, 팬픽에 흔히 쓰이는 걸그룹이라는 소재는 괜찮은 작품을 찾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는 별반 흥미를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 또한 팬픽에 대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얼마 전 감상란에 올라온 감상글을 보고, 또 그 밑에 달린 호의적인 댓글들을 보면서도 정말 괜찮은 작품일까 하는 의심이 있었습니다. 하도 칭찬일색이라 한번 속는 셈 치고 그 글에 클릭을 하고서.. 그야말로 쉬지 않고 다음편을 읽고, 다음편을 읽었습니다.
걸그룹의 리더로서의 책임감과 오랫동안 노력해온 것에 보상받지 못했다는 좌절감으로 지친 소녀의 시점으로 시작되는 ‘단한키’는 가상의 인물인 ‘송희만’이라는 가수로 연결되며 정말 있을 법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있었던 사실들에 입각해 재구성되는 에피소드들에 소녀시대의 각각의 사연이 녹아들며, 보는 내내 ‘아, 진짜 있었던 일이 아닐까?’하는 의심까지도 갖게 만듭니다.
무엇보다도, ‘단한키’의 주인공인 송희만의 존재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주인공상을 보여줍니다. 처절하리만치 어두운 과거로 인해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켜버리고 위태위태한 삶을 사는 주인공.. 어떻게 보면 주인공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인데도 끌리는 강한 매력이 있습니다.
한 명의 매니저와 한 명의 코디의 도움으로 어둠 속에서 가까스로 발매한 ‘소망’이라는 타이틀의 앨범과.. 이후 다시 어둠 속에서 누구에게도 반응하지 않고 폐인처럼 살아가는 주인공..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앨범을 듣고 좌절을 딛고 회생하여 주인공의 열정적인 팬이 되어 팬사이트 ‘소망500’의 회원이 된 사람들..
송희만과 소녀시대와 소망500.. 그리고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지며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팬픽’이라는 장르에 담긴 선입견을 깨트려 준 ‘단 한 번의 키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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