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태선
작품명 : 신룡의 주인 1~2
출판사 : 드림북스
아카데미물, 즉 학원물. 비뢰도를 시작으로 흥하기 시작해서 이제는 너무 울궈먹었다고 많은 분들이 지겨워하는 클리셰 중 하나죠.
하지만 검증된 작가인 태선님이 쓰셔서 그런지 그러한 학원물이어도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죠. 그러나 그만큼 어두운 면 역시 작품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온실 속의 화초입니다. 불행의 흉성 아래 태어나 가족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기에 아직 아이일 수밖에 없죠. 아이가 아는 세상은 지혜가 아니라 지식입니다. 지혜로 만들지 못한 지식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는 순수하지요. 그리고 그런 아이는 용의 알을 줍고, 태어난 용과 감응하여 주인이 됨으로서 세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와 대비되어 순수한 주인공과 엮여나가는 주변 인물들은 무척이나 어둡습니다. 배경 자체도 귀족들이 모이는 아카데미. 적당히 나이를 먹은 이상 주인공처럼 순진하기가 더 어렵지요. 그래서일까요, 흑마법으로 유명한 란츠크네(전작 돋네) 가문에 의해 만들어진 고대 뱀파이어의 혈족, 피가 튀고 살이 튀는 권력다툼을 하고 있는 황자(권력의 중심층 아님), 치열한 영지전을 벌이며 권력을 휘어잡은 고위 귀족의 후계자, 뒷골목 밑바닥층에서 정령사의 재질을 각성해 마피아 패밀리의 간부층까지 올라온 보스의 양자, 비천한(다른 인물들과 비교해) 피를 지녔지만 이미지 카피라는 무시무시한 재능을 기반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한 평민. 그들의 사연은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것 없고,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렇듯 순수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흔한 열혈물에서 볼 수 있는 수정펀치? 그런 것은 없습니다. 주인공은 나름대로의 신념을 지녔지만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은 현실과 맞닿아 오히려 주인공을 압박합니다. 그래서 챕터 제목 중 하나가 '어른들의 동화'죠.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는 챕터였습니다. 결국 어른의 동화는 현실을 이겨내지 못했지만, 현실에 지지도 않는 결말로 끝났지요. 오픈 엔딩이랄까.
뭐, 그 외에 주인공이 테이밍한 용이 '춤추는 천칭'이라 불린다든가, 막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든가(세계를 멸할 수 있다나요), 주인공에게 그 사실들을 알려준 존재가 꿈의 바다를 항해하는 맥족이자 늑랑왕의 아버지가 될 자라든가(전작 돋네).... 떡밥도 적당히 뿌려졌고, 2권 말미에서는 주인공의 용이 어느 정도 힘을 각성하는 듯? 아닌 듯? 뭐 그런 모습도 보여줬지요. 적절한 절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관록 있는 작가분이 쓰면 흔한 클리셰도 충분히 재미있는 글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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