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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0 고검(孤劒)
작성
10.03.31 23:04
조회
373

어떤분이 오늘 같이 비가 오는날에

잔잔한 연애이야기를 원하시는 것 같아서

염치불구하고, 지금은 마탑에 충성하고 있지만,

한 때는 마탑의 마(魔)와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제가...ㅠ_ ㅠ.. 총대를 매어 보겠어요..

대충 2년정도 된 일 같네요..

제가 그 때 당시에 참 풋풋했으니까 말입니다..[...]

대학교라는 것을 들어가기 전이었지만 이미 나이는 성인이

되어버렸고.. 남들은 대학교에 다 입학하면서 진달래

물씬 피어나는 봄향기와 지나가는 버스에는 xx학과 MT!!

라고 말하면서 친구와 박카스 CF를 찍던 시절이네요ㅠ_ㅠ..

참 제게는 끔찍한 지옥의 나날이다라고 그때 당시에는

생각했더랬지요..

그리고 오늘 처럼 봄비가 오는 3월의 말이었을 겁니다.

학원에 가기위해서 버스를 탔는데 말 그대로 '여신 강림'

이 일어났거든요..

긴 생머리와 아담한 얼굴과 체형, 또한 사슴의 뒷덜미처럼

너무나 고운 목과 무슨 향수를 뿌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되게 향기가 은은하면서도 시원했어요.

그런데 그 분이 제가 앉아 있는 자리로 오시더니 제

앞에서 난간을 잡고 가시더라구요..

저는 순간적으로 기쁨의 환희와 버스내에 모든 숫컷들의

공통의 적이 되었음을 느꼈지요 ㅡ.ㅡ);;

솔직히 기분이 너무 좋았지만 제가 내려야 하는 정류장에

다가갈수록 저는 그냥 뒷맛이 씁쓸했어요.

흔히 말해서 '스쳐지나가는 인연'

이라는 말 처럼 어차피 수 많은 버스들 중에서 이 버스를

타고 정말 우연히 제 앞에 섰을테니까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제가 내리는 학원 앞 정류장에서

똑같이 내리셔서는 학원으로 들어가시길래 속으로는

'어떤놈 누나인지는 몰라도 그놈은 오늘 이후로 완전

팔자폈네..'라고 중얼거리고서는 제 반으로 들어가서

조회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눈으로 오늘도 작살나게

저를 팰 영어선생을 욕하며 영어단어를 재빨리 눈으로

훑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 작은 체구에서

정말로 20대 초반의 청년들의 엉덩이를 먼지 털듯이

털었던 그 영어선생님의 근력이 존경스러울 정도랍니다-.-;)

그러던와중에 왠 낯선 볼펜 한자루가 '슥-'하니 나타나더니

v자를 몇 개 표시해주드라구요.

저는 어떤놈이 장난치나.. 라고 아니꼬운 눈빛으로

앞을 쳐다봤는데..

'세상에..'

그 여신이 검은색 뿔테안경을 낀 눈으로 자상하게

체크를 해주더니 저에게 그러더군요..

'이거 오늘 영어시험에 나온대요.'

처음으로 저는 사람의 몸에서 후광이 나타난다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말하는 헤일로 효과를 직접 보았답니다..-0-);;

그리고는 대략 100개쯤 보는 시험에서 체크한 동사가

나오니 나머지 형용사나 그와 관련된 숙어는 눈으로 훑기만

하더라도 뜻 쓰고 영어 쓰니 그 날 제 엉덩이는 처음으로

축복을 받았드랬죠..

나중에 교무실가서 들었더니 그 영어 강사의 조카로

어디대 영문학과 다닌다고 그랬는데 시간강사겸 알바로

이곳에서 일한다 하드라구요..

정작 이렇게 이야기를 제가 풀었지만 당연히 그 이후부터는

이런 우연과도 같은 이야기는 없드라구요 ㅋㅋ..

다만 그 여신을 마지막으로 보냈던 일화가 지금에서야

비오는날 되면 생각나네요..

학원 오는 버스를 같이타니까 서로 인사는하지만 제가 그때

당시에는 엄청난 쑥맥에다가, 사실 몸이 100kg를 육박하는

비계덩어리라-.-;; 여자 사람에 대해서는 완전히 외계인

이었거든요.. 그러니 서로 눈인사만 하지 실상은 따뜻한

대화나 이런건 하나도 없었는데,..

마지막이었던 그 날 하루가 6월의 폭우 였을겁니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는데 그분이 우산을 놓고왔대요..

저는 당연히 제 우산을 주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학원 들어갈때 옷이 다 젖고 미안하니까 같이쓰고가자

하시드라구요..

그 작은 3단우산속에서 저는 몸의2/3이나

밖으로 나와서 한 쪽 어깨가 완전히 빗물에 젖어있고

여신님은 절 미안하게 바라보긴 하지만 자기도 옷이 젖는것은

싫어 하는 눈치라서 제가 그냥 괜찮다고 웃기만 했어요.

근데 참 오묘한게, 서로간에 닿았던 한 쪽 팔에 온기와 따스함..

그리고 그녀를 위해서 제 한쪽 어깨가 젖던 그 느낌은

지금도 누군가와 우산을 쓰면 생각나곤 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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