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5 裸烏(나오)
작성
08.05.11 20:37
조회
522

연휴 잘 보내고 계십니까?

오늘, 일요일 빨간 날이고 내일은 석가탄신일 빨간 날이네요. 때가 때이니 오늘은 뜬금없이 연꽃에 관한 이야기를 하렵니다. 참고로 나는 기독교도(모태신앙인 주제에 심각한 나이롱 신자... 쩝)이므로 누구나가 알 법한 혹은 들었음직한 이야기만 합니다.

연꽃은 불교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합니다. 연꽃은 연못(고여 있는 그래서 더러운 웅덩이)에서 피어나지요. 즉, 불의와 부정이 난무하는 이따위 사바세계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행하고 궁극으로는 불성(佛性)을 깨우친다, 혹은 깨닫는다(대오각성)는 의미라고 합니다. 처염상정(處染常淨), 더러움 가운데에 있어도 맑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바로 그 뜻이지요.

유명한 예가 있습니다. 설법을 하시던 부처님께서 아무 말 없이 연꽃을 들고서 사람들을 돌아볼 때, 다른 이들은 그 뜻을 몰라 헤맸지만, 오직 마하가섭(摩詞迦葉)이라는 분만이 그 뜻을 알고 씩 웃었다지요. 그것을 일컬어 염화시중(捻花示衆)의 미소라 한다는데, 아마도 연꽃은 불가의 만다라와 거의 비슷한 의미인 것 같습니다. 하긴 만다라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 둥근 원형의 기하학적인 모양을 떠올려보면 외관부터가 연꽃과 흡사한 점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연꽃은 불가의 그림(즉, 불화)이나 불상, 혹은 경문(화엄경, 법화경, 연화경)에만 나오는 게 아니더군요. 붓다께서 고대 인도분이었기 때문인지, 원래 힌두교에서부터 연꽃은 중요한 상징이었답니다.

힌두교의 세계관에서 이 세상은, 비슈누라는 신이 꾸는 꿈속의 것이라 합니다. 우주 만물이 비슈누의 꿈속의 것이며 우주 만물이 꾸는 꿈속에 비슈누가 계신다, 뭐 이런 세계관이네요. 어째, 장자의 호접지몽과 뉘앙스가 비슷하지요? 아무튼, 비슈누는 우주 뱀(심연의 거대한 뱀) 아난타 위에 누워 꿈을 꾸는데 그의 몸에서 자라난 듯한 연꽃이 하나 있습니다. 그 연꽃 위에 앉아 계신 이가 힌두의 창조신 브라흐마(Brahma)입니다. 참고로 브라흐마의 왼쪽에는 파괴의 신인 시바와 그의 배우자인 파르바티가 하얀 수소 난티에 타고 있고 오른편에는 이 세계를 유지해주는 신인 인드라(제우스와 비슷한 뇌신)가 있다 합니다.

그리고 창조신인 브라흐마 외에도 연꽃과 지극히 관련이 깊은 신이 한 분 더 있습니다. 비슈누의 아내인 쉬리 락슈미(Shri Laksmi)란 여신입니다. 이름의 뜻은 '미와 행운'이며, 간략하게 파드마(Padma:연꽃부인)라고 부릅니다. 비슈누가 꾸는 꿈속에서 브라흐마가 앉아있는 연꽃은 바로 이 여신인 셈이지요.

브라흐마가 연꽃 위에 앉아 있듯 반야바라밀다(피안의 지혜) 불상도 연꽃 위에 앉아 있지요. 그래서 연꽃 위는 대공(大空)이나 열반, 위대한 빛을 의미하고 연꽃의 아래는 어리석고 무지하며 그래서 불쌍하기 그지없는 현실 세계의 것들을 나누는 경계이기도 합니다. 완전과 불완전,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 같은 것이지요. 그리고 그 구분은 불상의 수인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특히, 반야바라밀다(여래불상) 상에서 곧잘 볼 수 있는 위로 향하는 오른손과 아래로 향한 왼손도 이와 같은 뜻이라고 하네요.

힌두교는 민족종교입니다. 민족종교에서 믿음의 대상이 되고 신앙이 된 것이 불교이니 연꽃의 공통된 상징성은 일견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전혀 다른 문화권에 연꽃의 상징성이 또 있더군요. 그것은 이집트 신화입니다. 이집트 신화는 희한하게도 힌두교와 유사한 점이 꽤 있습니다. 비슈누처럼 오시리스는 심해에 사는 악어 신, 세백(Sebek)위에 누워 있고 그의 발치에는 쉬리 락슈미 대신 여신, 이시스가 서 있지요. 그리고 오시리스가 낳은 아들 호루스가 있는데 오시리스의 둘째 아들인 호루스 신이 연꽃 위에 앉아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집트 신화에서는 오시리스가 형제인 세트에 의해 살해당한 후, 그의 미라에서 호루스가 태어났다고 하니까 어쩌면 호루수의 연꽃은 오시리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집트건 인도건 혹은 태국이나 스리랑카 같은 동남아도 물론이고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까지 연꽃이란 상징성은 깨달은 자의 좌대이며 그 자체로 지고한 경지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것인 듯합니다.

음.... 비록 액면 상으로는 기독교도인 내가 괜히 아는 체 한답시고 좀 끼적였습니다. 혹 잘못 된 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고 다행히 그런 게 없으면 그냥 재미삼아 읽었다 생각해 주시길요.

여하간, 옛날옛날에 태어나 주신 부처님 덕분에 내일도 빨간 날이 되었으니 심히 감사한 마음으로 써 본 것이니까요.

ps: 기독교에도 불가나 힌두교 혹은 이집트 신화의 연꽃과 같은 상징으로 쓰이는 꽃이 있답니다. 그것은 바로 "장미"네요. 샤르트르 성당이나 라옹 성당에는 그래서 장미 문양의 스테인드글라스나 부조물이 굉장히 많다 합니다. 그래서 단테는 그의 신곡에서 천국을 묘사한다거나 그의 주를 묘사 할 때도 늘 장미를 빗대었던 것입니다. 유명한 장미십자회도 그런 의미의 것이고요.

ps: 여래불상의 손에 대한 설명 좀 남겨놓겠습니다. 왠지 판타지나 무협에서 쓸만한 아이템 같길래.ㅋㅋㅋ

오른손의 새끼손가락은 땅, 약지는 물, 중지는 불, 검지는 공기, 엄지는 공(空)입니다. 왼손의 검지는 역시 불(여기서는 붓다의 모습을 상징하는 불임)인데 한편으로는 여섯 번째 요소인 정신(mind)를 말한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서 말하는 마인드, 정신이라는 이 단어는 우리 말로 하면 기(氣)와 같은 뜻이며 산스크리트 어로 말하면 마나스(Manas) 라고 합니다. 판타지에 쓰는 마나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더군요. 참고로 스타워즈의 요다나 콰이곤 진, 오비완 케노비, 루크와 아나킨 스카이워커 부자들이 말하는 '포스'도 이 뜻이겠지요~


Comment ' 3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08.05.11 21:14
    No. 1

    연꽃은 일곱 챠크라와 함께 하는 우주관의 프론트엔드겠지요.

    뱀대가리.. 일려나요?

    May the Force be with you!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裸烏(나오)
    작성일
    08.05.12 00:20
    No. 2

    음... 차크라(Chakra:바퀴)는 몸의 앞면에서 크세트람(반사지점)으로 찾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제2차크라의 크세트람은 흔히 아는 하단전과 비슷한 곳에 있고요 순서대로 3,4,5,6 차크라의 크세트람은 배꼽의 5센티위(명치근방)와 가슴 한복판 그리고 목젖과 양미간의 인당혈 비슷한 부위에 있다네요. 덤으로 덧붙이자면 회음혈과 백회혈에 해당하는 차크라는 크세트람이 없다고 합니다.
    요기들이 기기묘묘한 자세로 수행을 한다거나 고행을 하는 것은 물론 깨달음을 위한 것인데요. 그 깨달음의 과정 중에서 자연스럽게 이들 차크라가 단련이 되고 컨트롤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의 탈을 쓰고 탈 인간 혹은 초인같은 뭐 그런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뜻인 것도 같고요.
    아무튼, ANU 님의 말처럼 포스가 나와함께 있다면 광선검 보다는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뭇 여성의 스커트 자락을 한 번 날려보고 싶다는.. 커허험 패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裸烏(나오)
    작성일
    08.05.12 00:35
    No. 3

    연꽃에 관한 불교적인 철학에서 한가지 것을 더 알려 놓겠습니다.
    가끔 크지않은 불상 중에 (청동이나 금칠이 되어있는 불상들 중에요) 붓다가 앉아 계신 연꽃 좌대가 위아래로 대칭이 되어있는 게 있습니다.
    당근 위의 것은 하늘의 돔이겠지요. 반대로 아래의 것은 생명의 물속에 거꾸로 비친 붓다의 연꽃 그림자입니다. 즉, 수면을 경계로 활짝 피어있는 하늘 쪽의 연꽃엔 부처님이 계시고 반대 편의 엎어져있는 모양의 채 피어나지도 못한 연꽃엔 내가 있다는 뜻이지요.
    무협지에 잘 나오는 중국의 혜능(중국 선종의 조사격인 인물)은 "우리의 순수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 속에 있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도마복음에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왕국이 이 땅에 널리 펼쳐져 있는데, 인간은 그것을 보지 못한다"라고 했고요
    율리시즈의 제임스 조이스는 "DOG라는 단어를 거울을 통해 비춰보니 GOD더라 라고 했다지요.
    에.. 대략 빛이 강하면 그만큼 그림자가 짙고, 산이 험하면 골짜기가 깊다... 뭐 이런 말인 거 같습니다. 아무튼 신이든 개든 둘 다 내 속에 있다는 뜻이겠고 그걸 말하는 게 연꽃인갑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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