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상수
작품명 : 아로스 건국사
출판사 : 로크미디어
건국은 끝났습니다. 6권에서 레미레스가 공국 연합에서 아로스 왕국을 선포하는 순간. 이제부터는 아로스 (제국?!) 건국사로 이야기는 쭉 계속 될듯하지만요. ^^
그래도 스토리 전개과정에서 보면, 이번 권을 기점으로 1부정도는 끝난 느낌입니다. 평소에 아로스 건국사를 무척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 입이 근질근질 하던 차에, 마침 한템포가 끝나는 시기는 멍석깔아줄테니 구성지게 한번 질러보라는 계시처럼 느껴지더군요. 변변찮은 변사입니다만, 독자제현과 작가어른께 신명나게 한번 불러 보겠습니다.
저는, 정상수라는 작가분을 무인지로를 보면서 처음 접했습니다.문사 스타일의 주인공이 군부에 투신하면서 보여주는 활약이 무척 인상 깊었죠. 특히, 궁중에서의 전쟁을 좌우하는 정치 상황과 전략, 전술적인 묘사가 탄탄해서 매번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정상수 님은 영지물을 써도 진짜 잘쓸것같다'고. 그래서 처음 '아로스 건국사'가 나왔을 때는 전 깜짝 놀랐습니다. 무협 위주로 계속 쓰시던 분이라 판타지 계열 영지물은 기대하지도 않고 있었거든요.
사실, 아로스 건국사는 영지물로 봤을때는 무척 하드한 글입니다. 레미레스가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성격이 무척 삭막해 보이는 것도, 글스타일 자체가 드라마틱한 사건전개가 아니라 유수와 같은 사마천의 사기와 같은 역사서 문체를 채택한 이유가 크죠. '아로스 건국사' 란 제목 그대로 말이죠.
그래서, 몇몇 분들은 먼치킨급의 능력으로 점점 세를 불려 나가는 레미레스의 행동이 일반 영지물이랑 별다를게 없는데다, 건조한 사건 전개에 맥이 빠져 보기 힘들다고 하시는 듯 합니다.
하지만, 단언컨데 아로스 건국사는 진짜 재미있습니다. 곰씹고 보면 볼수록 레미레스의 무심한듯 시크한 행동은 완벽하게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그렇게 그리고자 했던 왕도(王道)를 걷고 있죠.
물론, 그 걸음이 화려하거나 넋이 빠지게 아름답거나 누구나 알아보고 감탄하는 그런 걸음은 아닙니다. 간결하고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그것은, 그와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라면 어떻게 걸을지 곰곰히 생각해보고 치열한 고민끝에 한발자국 내딛고 나서야, '아, 그렇구나!' 감탄하게 만드는 그런 걸음 입니다.
주인공 자체는 무협의 내공과 마나를 결부시킨듯한 독특한 마나연공법과, 헤르비젠평원에서의 기연을 통한 마법과 검술 두방면에 천재가된 먼치킨(?)입니다. 그 과정도 무척 간단히 '레벨업 했습니다'는 RPG 멘트 같이 덤덤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사부도 없고, 라이벌도 없고, 재미없죠.
대신, 철저하게 수단적으로 사용되죠. 레미레스의 무력은요. 마치 일인 군단처럼. 전략핵의 가치를 지닌 장기말처럼. 사실, 기존 영주물은 주인공의 성장과 영지의 성장이 얼추 비슷하게 서로 앞서니 뒤서거니 하면서 균형적인 장점이 있었다면, 정상수님은 과감하게 주인공의 성장부분은 포기하셨지요. 엄청 우려먹을 수 있을텐데요 ^^
덕분에, 아로스 건국사는 6권만에 영지에서 왕국으로 거듭납니다. 철저하게 영지물에 올인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지금까지 영지물에는 없던 각종 법규, 관행, 정치적 교섭 등 '진짜 영지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질문에 대한 완벽에 가까운 답을 제시 합니다. 그게 보면 무척 재미있죠.
사실, 전 아로스 건국사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사회생활'하는데 이만큼 예시가 풍부한 사례집이 있을까 하는 감탄이었습니다. 사람 행동 하나 하나가 관행과 법규에 의해 어떻게 흘러가고 정치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고 조직과 환경에 따라 어떻게 삶이 좌우 되는가. 마치 삼국지같이 소설적 재미도 재미이지만, 얻을 것도 많은 무척 알찬 글이라 감히 애기할 수 있습니다.
소설로써의 꽉짜여진 설정도 재미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도 무척 도움 되는 인생의 지혜도 얻을 수 있는 아로스 건국사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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