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우혁
작품명 : 퇴마록
출판사 : 들녘
퇴마록이 나온지 벌써 몇년이 지난건지...몇해만 더 지나면 20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 통속소설중에서 퇴마록만큼 재미있는 책을 본적은 개인적으로는 없다.
몇일전 한담란에 싸지른 글이 있어서 다시한번 퇴마록을 차근차근 읽어볼까? 하는마음에 책장에서 꺼내 보았다. 퇴마록이 애장판으로 다시 나오지 않는 것은 정말로 가슴아픈 일이 아닐수 없다. 혹여 퇴마록이 여름특집으로 해서 드라마화 되면 그때나 나올까?
무협지라면 무협지 일것이고 판타지라면 또 판타지일 것이며, 심령소설이라면 또 심령소설이고, 추리물이라면 또 은근히 추리물이다. 참으로 많은 요소가 조금씩 양념이 되어 있는 소설이다.
퇴마록은 기본적으로 옴니버스식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가가 최대한 많은 소재를 보여주기 위해서 였던것 같다. 옴니버스구성만큼 그렇게 하기에 좋은 구성도 드물고 게다가 퇴마라는 주제로는 역시 옴니버스 구성이 좋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편을 보면 그 옴니버스식 구성이 독립적으로 노는 부분이 상당했다. 세계편을 들어가면 옴니버스로 구성된 각 에피소드가 하나의 전체로 이어지는 구성력을 가지게 된다. 인터넷과 책의 구분을 했다는 것이다. 국내편 뒤에서 부터 시작된 이런 책을 의식한 구분은 이우혁 작가가 글을 씀에 있어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지금도 퇴마록의 뒷표지를 보다보면 "컴퓨터 문단" 이라는 재미있는 단어가 보인다. 퇴마록의 판매고에 놀라면서도 견제를 해야했던 기성문단의 수많은 공격아래서 나온 말이 그 단어였다. 그당시의 이우혁은 김진명(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저) 과 함께 기성 문단에서 가장 공격을 많이 받은 작가였다.
왜냐면 당시는 대중소설을 하나 내더라도 문단에 등단을 해야 낼수 있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해할수 없는 이야기겠지만 그때는 그랬었다. 그리고 통신문학이 책을 내기 위해서도 어느정도의 엄격함이 있었다. 당시의 퀄리티에서 퇴보된 이유도 어쩌면 기성문단의 엄격한 견제와 공격이 사라져 버렸기에 이리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현 대여점위주의 시장이 기성문단에서 논외로 쳐지는 가치없는 곳이라 여겨져버린 것을 보면 말이다.
현재와서 당시 통신문학 붐세대의 작가들이 중견작가 소리를 들으며 이제는 당당히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것은 그 작가들이 처음엔 아마추어적인 모습이 짙었어도 작품이 하나하나 나올수록 작가의식이 작품에 보이고 이번 작품에선 이런노력을 했구나 하는것이 글속에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퇴마록은 서정적이면서도 호쾌했고 그러면서도 치열했다. 그리고 그것이 묘사를 통해 나타나있다. 퇴마록은 사실적 묘사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당시의 통신문학중에서도 상당히 딱딱한 문체라고 평이 되었었다. 당시의 통신문학에 장난끼들이 살짝섞여 있었다고 한다면 퇴마록은 시작부터 너무나 진지했다고나 할까? 사실 퇴마록은 위트가 없다시피한 작품이었다. 물론 내건 기치가 공포소설로 시작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퇴마록의 시작은 너무나도 대중적이었다. 국내편이 제일 좋았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것은 국내편 자체가 서정적인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퇴마록의 시작은 그렇게 사람의 감성을 두드리는데 탁월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자극적인 "방법"을 쓴것이기에 그렇게도 문단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글이지 소설이 아니다. 무식한 녀석이 책을 써서 돈을 벌고 있다.... 수없이 많은 공격이 들어온 이유였다. 아마 당시 기성문학에서 보기에 퇴마록은 막장드라마쯤으로 보였던듯 싶다.
세계편은 작가가 말하기에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으나 세계편을 쓰기위해 당시의 그러모은 책이 어느정도인지를 알만한 노력이 보였다. 그리고 말세엔 작가의식이 들어가있었다.
아마 이우혁이 인터넷글쟁이에서 작가로 변모한것은 말세편 부터일 것이다. 국내편과 세계편을 지나 말세편을 들여다 보면 애벌레가 고치를 깨고 나비가 되어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책이 나올때마다 무엇을 바꾸려했고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느껴지는 작가중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는 그시대 통신작가라면 이우혁, 이영도 그리고 다시 전민희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어찌보면 남은건 3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것 같다.
퇴마록의 좋은점은 환상의 본질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환상은 결국 있을수 없는 이야기지만 공감을 받기 위해서는 그 목적은 우리와 같거나 동질적이어야 한다는것. 그 동질감의 요소를 퇴마록은 휴머니즘, 박애주의, 민족주의.....등등을 말해준다.
환상문학이란 본질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나 주제까지 허무랭랑한 허상이면 그 글 자체가 허상으로 흩어진 다는 것을 잘알고 글을 인간으로서 중심을 잡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중심이기에 퇴마록은 그토록 휴머니즘 색채가 짙었다.
아래는 이우혁작가의 예전 인터뷰 내용이다.
"그 동안 내가 한국 판타지에 가져온 불만이 뭐냐면, ‘다른 세계에서 펼쳐지는 현실과 똑같은 이야기’라는 거예요. 엘프 드워프 인간이 많이 달라보여요? 내가 보기엔 한국인 미국인 아프리카인도 만만치 않게 다르거든요. 생김새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고 문화도 전혀 다르잖아요.
이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무대만 바꿔서 똑같이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장르 이름이 판타지라면 현실에서 다룰 수 없는 문제를 다루고, 인간의 본질을 판타지로 꿰뚫어봐야된다는 겁니다.
융세록에서는 칸트가 인류에게 제시한 질문에 내 나름대로 대답해보려고 해요. 현실에서는 답을 제시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인간의 상상력, 판타지가 필요한 겁니다. 물론 팩트는 건드리지 않고 나머지만 상상하는 것이지만요. "
처음엔 그저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이유로 쓴 작가가 이제는 작가의식을 확연히 갖춘 장르문학의 양대산맥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간의 작품을 보면 그저 운좋은 인터넷 글쟁이에서 작가로 변모하는 과정이 그안에 나타나 있다.
덧붙여서..
사실 개인적으로 퇴마록의 캐릭터...라고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월향이 참 좋습니다. 현암과 월향의 그 말할수 없는 애잔한 관계가...
퇴마록의 모든 여성캐릭터를 다 합친다 하더라도 역시 진정한 히로인은 월향;;; 월향과 현암때문에 울컥울컥 치미는 장면이 한두번이 아닌 퇴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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