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도지도
작가 : 황성
출판사 : 대명종
황성 무협에서 주연은 낚시바늘처럼 휘어진 날카로운 코를
가진 청풍입니다. 이현세의 까치, 이상무의 독고탁처럼
한국 무협의 대가 황성 작가님은 청풍이란 캐릭터로 상징됩니다.
청풍이란 뜻은 푸른 바람이랍니다. 하늘과 땅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푸른 바람이라고 작품 속에 나왔죠.
한마디로 선과 악, 정파와 사파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인이란
뜻 같아요.
그간 황성 작가님의 수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옥석을 가려내는 재미를 즐기는데
청풍이란 캐릭터가 가장 잘 구현된 작품을 발견한 거 같아요.
도지도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18권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인데도
재미와 감동, 탄탄한 줄거리가 마음에 듭니다.
황성 무협팬들 사이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죠.
내용은 고아 출신으로 산도적의 양자가 되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던
청풍은 우연히 사막 너머에 온 미리사와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타게 된다.
청풍은 미리사를 돕기 위해 같이 무림 속으로 뛰어들어 모험을 겪게 되는데
그들의 여정 뒤에는 더욱더 거대한 흑막과 음모가 도사리면서 스토리가 방대해지며
예측불허의 복선과 반전이 시작된다.
스토리와 플롯의 구성이 탄탄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매우 마음에 듭니다.
최근의 작품들은 쓸데없이 용량만 늘리고 같은 스토리와 인물의 재탕, 삼탕이라는
팬들의 원성을 듣는데 반해 이 작품은 18권이라는 짧은 용량에다 쓸데없는 잔가지가 없는 깔끔한 스토리가 좋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많지 않아서 좋아요.
태극검제(=태극문)의 경우에는 너무도 극단적이고 사악하며 문란한 여성 캐릭터들의 남발로 인해 현실성이 떨어졌지만...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좀더 사실성이 풍부하죠.
청풍의 첫사랑인 미리사는 첫인상이 애처롭고 나약해서 저절로 남성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이지만 실상 어두운 심성을 감추고 있죠.
반면 청풍의 적수에 속하는 용영영은 실상 선하고 인자한 성격이라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청풍의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여인의 존재와 성품이 이렇게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사실은 독자들에게 더욱더 큰 감동과 비감을 안겨주는 복선이 되죠.
청풍이 미리사가 아닌 용영영과 첫사랑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을 주거든요.
청풍의 가장 큰 적수인 위지천과 초제 두 인물상도 매우 훌륭합니다.
위지천과 청풍은 서로 묘한 우정을 느꼈지만 적이 되야 하는 운명이란 설정은 전형적인 무협물의 특징인데 반해 초제라는 인물은 용영영과 같은 특이한 위치였죠.
위지천을 능가하는 카리스마와 매력을 지닌 초제는 악행을 저지르기 보다 무림을 제패하기 위한 야심가로서 등장하죠. 그는 용영영 낭자의 조부이면서도 본의 아니게 청풍의 스승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만약 청풍이 초제와 대결을 하지 않았다면 용영영 낭자와 결혼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결국 청풍은 무림의 자유를 위해 초제와 최후 대결을 벌이면서 비극적인 결말을 맺죠.
그간 본 작품들처럼 수많은 절세 미녀들과 염문을 뿌리지도 않고, 오히려 첫사랑에게
배신을 당하면서도 무림의 평화를 위해서 희생과 헌신을 하는 ...
청풍은 하늘과 땅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푸른 바람이라는 의미답게 무림 전체를 정복해서 지배하려는 세력들과 대결을 벌인 뒤에 고향에서 은거하면서 일생을 보내죠.
청풍이란 캐릭터에게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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