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볼테르의 시계-네타있음-

작성자
무영신마괴
작성
09.01.29 22:59
조회
864

작가명 : 강다임

작품명 : 볼테르의 시계

출판사 :노블레스 클럽

  마르탱게르의 귀환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르탱게르의 귀환이라는 영화의 고증을 맡은 역사가님이 영화고증을 하시다가 보니까 얼레 역사가 다시보이네 해서 글을 하나 남기셨습니다. 책제목도 이름하여 마르탱게르의 귀환, 영화와 제목까지 똑같습니다. 책 내용은 무엇인가하니 당시 프랑스의 법제도 부터 시작해서 마을의 풍속에 이르기 까지 마르탱게르 이야기 전체에 얽힌 사회상 하나하나에 대한 학술적인 고찰입니다. 프랑스 작은 마을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통해서 당시의 사회를 읽는 것, 그 시도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볼테르의 시계는 이 마르탱게르의 귀환을 생각나게 합니다. 역사속에서 가장 흥미로왔던 순간 중의 하나였을 혁명직전의 프랑스 사회를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여겨지는 볼테르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여 읽어냅니다. 그리고 이 시도는 어쨌든 매우 흥미롭습니다.

심성사를 아시나요? 저는 이 역사사조에 대해서 정확히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제가 이 사조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대해서 짧게 언급하자면, 이 심성사를 끄적이는 역사가는 역사의 한 부분에 주의깊게 돋보기를 들이대는 관찰자이며, 또 어떤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상상을 덧붙일 줄 아는 소설가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가와 같은 논리적 비약은 종전의 학자연 하시던 분들이 하시던 거대한 역사, 이데올로기와 당위성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그것과는 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그것은 이 거대한 역사의 구조를 형성하는 토대에 속한 작은 인간들에 대한 연민과 관심, 바로 거기서 출발한 비약입니다. 볼테르의 시계도 크게 보면 이런 심성사 사조를 따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게 제 추측입니다. 마르탱 게르의 귀환이 그렇듯이요.

볼테르의 시계는 유쾌한 희곡작가의 장난에서 시작합니다. 경시청에서 귀족들 뒷구멍을 핥는 일을 하던 딱딱한 형사가 희곡작가의 재치어린 말에 속아서 오물통을 뒤적인 사건은 귀족들에게 하나의 에피소드로 퍼집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무명의 볼테르를 파리의 유명인사로 만듭니다. 이 유명세를 타고 감옥에서 쓰여진 희곡 일리어드가 히트를 치면서 볼테르는 작가로서도 이름을 떨치게 됩니다. 귀족들보다도 더 귀족적인 청년 볼테르는 그의 후원자들과 친구들에 둘러싸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그에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돌아볼 기회가 찾아옵니다. 시간여행을 통해서 악연을 쌓아온 오귀스트와의 대립이 그것이죠. 그 볼품없는 귀족과의 다툼에서 그는 그가 얼마나 연약한 토대위에서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가 옳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귀족 친구들과 후원자들 모두는 그에게서 등을 돌립니다. 그리고 그가 부당한 폭력앞에 노출당했음에도 누구도 그를 구원해주지 않지요. 그는 여기에 절망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오귀스트와 맞설것을 결심합니다. 그러나 그때 그를 말리려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그의 명석함을 아끼시는 공작각하지요. 볼테르는 그를 말리는 공작앞에서 절대이성을 역설하며 신분에 앞서는 정의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공작은 사회가 인간을 만들며 질서가 정의에 우선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둘의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하는 것이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시계입니다. 절대이성이 있는가에 대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공작과 볼테르는 로마멸망 직후의 게르만의 숲과 로마시대 그리고 중세프랑스를 오가며 시간여행을 펼칩니다.

사회적 맥락과 무관한 정의는 존재하는가? 정의가 질서에 우선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유의미합니다. 그러나 이소설의 재미있는점은 독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는 있지만 질문에 대한 교훈적인 해답을 던져주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볼테르는 공작과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서 매순간 재치있는 임기응변을 발휘합니다만, 그의 승리를 통해서 우리가 사회적 맥락에 우선하는 정의를 발견하지는 못하는 식이지요. 시간여행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우리는 볼테르의 정의로운 선택을 볼 수 있을지언정 시간여행의 처음에 던져진 화두에 대한 해답은 볼 수 없다는 점은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그저 볼테르의 선택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공작의 입장에서 보자면 절대이성의 승리라고 보기엔 굉장히 모호한 것이죠.

  무엇보다 역사의 어느 순간에 있었을 법한 단면들을 잘라내서 보여주는 것이 이글의 매력입니다. 로마의 후견인제도, 노예제도의 모습들, 야만 게르만족의 삶, 중세 프랑스 귀족으로서의 삶의 단상들이 시간여행을 떠난 볼테르 앞에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속에서 볼테르가 벌이는 활극이 주는 재미는 보통의 판타지가 주는 재미와는 다른 색다른 것입니다. 볼테르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풀어나가는 재치와 그럼에도 연달아 이어지는 사건들이 그를 곤경으로 몰고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이 글을 읽는 재미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장르소설로서 이글만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역시 생각나는 것은 하나입니다. 당시에 있었을 법한 사회의 있었을 법한 일을 그리는 것, 심성사가와 유사한 상상력, 유사한 비약의 과정을 통해서 당시의 사회를 우리앞에 재현해내는 것이야 말로 볼테르의 시계가 주는 매력입니다. 우리는 그 세계에 납득하고 작가가 사건의 연속을 통해서 전해주고자  하는 메세지에 집중하게 됩니다. 나아가서 배경이 되는 사회상 자체가 주는 이미지와 메세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지요. 그리고 이 과정이 주는 재미는 다른 장르소설과는 다른 색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이 글의 마지막, 유쾌한 엔딩도 글의 결말로서 괜찬았다고 생각합니다. 볼테르는 시간여행을 통해서 자신의 이상을 재확인하고 프랑스를자신의 이상을 실현해나갈 무대로 삼지요. 그러나 그 모습이 구질구질하지 않고 유쾌합니다. 무슨 신분투쟁이나 레지스탕스같이 어둑어둑한 분위기가 아닌거지요.  투쟁의 끝에 프랑스에서 추방되어 영국으로 떠나는 배안에서도 그는 친구들과 시끌시끌하게 떠들어대고, 공작과 티격태격대고,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을 추억합니다.

마지막 대사가 기억에 남는데요. 뭐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우리도 우리의 시대에서 한번뿐인 "시간여행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2009년 1월28일 현대의 대한민국입니다."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4752 판타지 란의, 란에 의한, 란을 위한 게임소설,,, ... +8 Lv.85 고락JS 09.02.02 4,246 0
4751 판타지 사상최강집사 감상추천문 +6 Lv.1 Grave 09.02.01 4,251 0
4750 판타지 달빛 조각사 14 +6 Lv.31 .sdsfa 09.02.01 2,298 0
4749 판타지 열왕대전기 1권에서 11궈을 읽고 +6 Lv.31 자쿠 09.02.01 2,657 0
4748 판타지 양판소도 잘쓰면 재미있다. - 열왕대전기11 +21 Lv.43 만월(滿月) 09.02.01 4,532 2
4747 판타지 열왕대전기 +2 Lv.62 신마기협 09.02.01 1,665 0
4746 판타지 열왕대전기 11권 라이프크라이 7권 (미리니... +3 Personacon 네임즈 09.01.31 2,741 0
4745 판타지 +666 제목과는 좀 동떨어진 소설 +7 Lv.69 마귀근육인 09.01.31 2,484 0
4744 판타지 괴물,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5 Lv.1 nacukami 09.01.31 1,698 0
4743 판타지 플러스트리플식스 +666 예상과 다른 소설 +5 Lv.9 천뇌공자 09.01.31 2,383 0
4742 판타지 열왕대전기,,,, +19 떡밥지존 09.01.30 2,788 0
4741 판타지 월광의 알바트로스를 읽고... +3 Lv.69 하나엘 09.01.30 1,875 2
4740 판타지 일곱번째기사 감상..(미리니름주의) +2 Lv.37 바나나키친 09.01.30 2,269 0
4739 판타지 퓨전판타지의 교과서 열왕대전기!! +6 Lv.5 용호(龍胡) 09.01.30 2,769 2
4738 판타지 [초인의 길] - [에뜨랑제]의 바이블 +4 Lv.10 탁마 09.01.30 4,635 6
4737 판타지 다크엘프 트릴로지, 아이스윈드데일 출간예정 +12 Lv.15 무판비 09.01.30 1,633 0
» 판타지 볼테르의 시계-네타있음- 무영신마괴 09.01.29 865 0
4735 판타지 그림자 자국을 읽고.. +2 Lv.48 위스프 09.01.29 1,126 1
4734 판타지 윤현승. 라크리모사 - 전 다섯 번째입니다. +8 Lv.5 케이포룬 09.01.29 2,884 5
4733 판타지 월광의 알트로스를 읽고 의문점 +13 카가멜 09.01.29 2,156 0
4732 판타지 열왕대전기11권을 읽고 +12 Lv.44 오로라왕자 09.01.29 2,953 1
4731 판타지 +666 읽고.... +1 Lv.1 안식의구름 09.01.29 1,341 2
4730 판타지 [추천] 와이어풀러[미리니즘 약간 있음] +8 Lv.61 삼락검 09.01.29 2,458 2
4729 판타지 와이어풀러-도색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13 무영신마괴 09.01.28 3,785 2
4728 판타지 +666을 읽고... (미니리름) +4 Lv.1 이곳 09.01.28 1,498 2
4727 판타지 감동의기사문학.. 하얀로나프강(미리니름주의) +16 Lv.37 바나나키친 09.01.28 2,172 0
4726 판타지 월광의 알바트로스 재밌네요. +6 Lv.66 서래귀검 09.01.27 3,252 3
4725 판타지 히든커넥션- 새로운발상 편안한 몰입감 +10 Lv.91 무영소소 09.01.27 3,576 0
4724 판타지 금리도천파, 수적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천... +6 Lv.36 104a 09.01.27 2,207 1
4723 판타지 월광의 알바트로스 +5 Lv.79 주판알 09.01.26 2,519 2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