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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10 탁마
작성
09.01.30 02:01
조회
4,635

작가명 : 요삼

작품명 : 초인의 길

출판사 : 인터넷 연재 중

에뜨랑제를 읽다가 수시로 작가의 글에 언급되는 '초인의 길과 세계관이 같다.'라는 내용에 이끌려 읽게 된 소설.

에뜨랑제를 읽을 때까지도 <경탄>이라는 표현을 하기에는 무언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어떤 철학적 사실을 전달함에 있어서 질서를 따르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고 종교학적인 면에서나 철학적인 면에서도 내공이 가볍지 않은 작가의 글솜씨에 취해... 있었다.

무언가 원론적인 글(바이블)에 근거하여 주장하는 어떤 강론을 들으며 바이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그 강론을 듣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거나 충분히 공감되지 못할 수 있는데 에뜨랑제에 대하여 초인의 글은 바이블이 되는 듯 했다.

자아라는 것이 생성된 직후 장자사상이나 그 어떤 철학도 접하지 않았던 국민학생 시절에 내가 생각했던 두려움 중에는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이 사실은 인류끼리의 약속(?)에 의하여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라면?"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것이 있었다.

이것은 잠자리의 눈과 동물의 눈이 사람과 보는 방법이 다르고 보이는 가시 파장의 폭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후의 일이었다.

당시 나의 진학목표의 끝에 신학교를 두셨던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여  성서공부와 신학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던 나에겐 신의 모습조차 다를 것이라는 상상은 불경이었다.

만약 모든 만물이 신을 경배한다면 모든 동물은 신의 모습을 한 사람을 해쳐서는 안되는 거였다.

처음으로 신앙을 넘어선 사유의 결과물이었으므로 내게는 회개가 필요할 지경인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 이후 외계인에 대한 아동적 호기심이라던지 세계의 신화에 잘 버무려진 성경과의 공통분모들은 내게 의혹투성이였다.

구약시대의 야훼에게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바알]신조차 이집트와 수메르의 신 중 하나이거나 다른 이름이었으므로 내게는 초라했던 야훼의 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허탈해졌었던 것이다.

초인의 길에는 성서를 빗댄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고 보았다.

일원의 존재

일원의 강림과 그 패널티들...

세례와 선지자로서의 각성

그 외에도...

세상을 바라보는 신들의 시각과 그 통치방법.

맨 인 블랙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했던 은하구슬(?)을 가지고 구슬치기를 하던 외계인의 손가락.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는 이 우주도 누군가에게는 구슬치기용 놀이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정?)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던 어떤 설정들... (전뇌통신과 전뇌 해킹 등등)

일원의 세상은 흡사 일원이라는 탁월한 프로그래머가 자기 창고에 서버를 세팅해두고 그 안에 세계를 창조한 후 이따금 잘 돌아가는가 지켜보기만 하고 주말 즈음에나 찾아와 이것 저것 손보는 세상인 것 같았다.

나의 감상문을 읽어주실 분들을 위하여 쉬운 사례들을 들었으나 신학을 전공(특히 그 중 구약을 전공하며 전 세계의 카톨릭적 학문과 신비주의적 기독교의 교파들까지 두루 섭렵)한 듯한 작가의 지식은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지극히 인간적이고 서른 살도 안 먹은 듯한 철없는 신들과는 다른 면을 보여준다.

작가가 고등학생이거나 20대 초반이라면 주인공이 나이가 40살이 넘은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끝내 주인공은 20초반의 한계를 넘지 못했고 그 세계의 전지전능한 존재들도 딱 그 수준에 머물렀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것들을 한탄하지 않아도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정보(?)들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지만 그것은 자신의 스타일로 다시 재편성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의 ism으로 정립되어 가는 느낌이 드는 그의 이야기는 깊은 신앙심을 가진 종교인들에게도 매우 매혹적인 이야기가 될테니까...

그러나... 그 수 많은 이야기와 놀라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나로 하여금 가장 가슴을 치게 하는 것은 다음의 내용이었다.

"기쁨은 좋은 술과 같지요. 들떠서 증발하기도 하고, 속으로 흘러서 퍼지기도 하지요. 그래서 아프고 부족한 사람들 가슴 속에서는 짙은 향기로 더 오래오래 머문답니다. 이미 취한 사람은, 그래서 아둔해진 사람은 쉽게 기뻐하기 어려운 법이지요."

이것은 행복에 대한 정의와도 같다.

오늘 밥 한술만 뜰 수 있다면 기쁠텐데...

자식 대학 입학금만 마련해줘도 기쁠텐데...

유럽 여행을 갈 수 있다면 기쁠텐데..

유학을 갈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은데....

사법고시에 합격한다면 얼마나 기쁠까?

막상 다 가진 사람들에겐 이런 것들은 기쁨이 아니다.

행복이란 늘 존재한다.

그것이 행복이라고 정의되는 곳에만.

그래서 파랑새를 쫓는 인간을 어리석다고 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는 철저하게 주관적이다.

그것에 타인의 시선을 포함하는 순간 그것은 나만의 행복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내가 살아있는 동안을 기쁘게 기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행복은 스스로 느껴야 한다.

상실감이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는가?

이 하나의 장면에 등장하는 대사를 읽으며 새삼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아직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받았다.

요삼님의 글에는 인생의 관조를 통한 지식의 절차탁마가 끝나고 지혜로 넘어가는 느낌이 있다.

나이 40이 넘어서 정신의 모습은 커녕 자기 얼굴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요즘 세상에 취미로 쓰는 글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글을 써주시는 요삼님께 더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혹자는 보편적 시각으로 '이미 히트한 작품에 감상문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감상문의 목적이 홍보가 아니기에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여기고 싶다.

에뜨랑제를 읽어가시는 독자 중에 아직 [초인의 길]을 읽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먼저 [초인의 길]을 읽어보시면 에뜨랑제를 더 온전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Comment ' 4

  • 작성자
    Lv.52 기문둔갑
    작성일
    09.01.30 18:23
    No. 1

    오랫만에 좋은글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싱숑사랑
    작성일
    09.01.30 19:24
    No. 2

    감상문 열심히 읽었습니다. 후덜덜. 분량이 겁나서 아직 손도 못대고 있는데 -_- 시간내서 봐야 할 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Kiermaie..
    작성일
    10.10.09 23:25
    No. 3

    젊은이가 쓴 글의 등장인물(신 포함)은 지은이의 또래 정도의 연륜을
    넘지 못한다는 말씀이 와 닿습니다.
    항상 느꼈던 부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돌돌이파더
    작성일
    14.04.05 11:44
    No. 4

    독후감이 후덜덜 하군요.

    거의 논문 수준입니다...^^

    감사 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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