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카이첼
작품명 : 희망을 위한 찬가
출판사 : 개인 출판
살아가면서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지만, 그 누구도 감히 쉽게 답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 그건 분명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일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오해들과, 혹은 불신, 때로는 신뢰(신뢰조차도!) 등이 중첩되어 도무지 어찌해볼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났을 때, 정말 사는 것은 힘겹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관계는 더욱 어렵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아도 마음은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마음 한 구석엔 여전히 아쉬움과 섭섭함, 분노가 남아있을 때 옹졸한 자신에게 다시 한 번 화가 나게 되고, 그 화는 다시 관계를 맺는 대상에게 향한다.
최근에 아는 사람에게 실수를 했고, 상대는 오해를 했고, 그걸 풀어보려는 시도는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누구도 크게 잘못하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상황은 계속 악화되었고, 나도 많은 상처를 받고, 지치고, 지겹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아예 관계를 끊어버릴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문득 책꽂이를 보니 ‘희망을 위한 찬가’ 가 있었다. 5권. 마지막 권이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전에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과제를 제쳐놓은 채 읽고 다시 읽었다. 마지막 장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쿠로사카가 부엌 창을 통해 한 소년을 목격하는 장면이 있었다. 왕따였지만 다른 친구가 생기고, 새로운 약자를 왕따 시켰던 소년. 쿠로사카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 당부했던 소년. 상상해보지 않겠니? 라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 했던 소년이 왕따 당하는 소년의 편에서 같이 싸워주는 장면. 그 광경을 통해 쿠로사카가 다시 용기를 얻는 장면. 내밀어진 손을 거절하지 않고 잡아주는 장면. 먼저 손을 건네기를 주저하지 않기로 마음 먹고, 그렇게 한 장면.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감동이었고, 위안이었다. 소년은 다시 왕따가 될 수도 있고, 다시 다른 아이를 괴롭힐 수도 있다. 쿠로사카는 자신의 선택으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힘겨울 수도 있다. 그래도. 그렇게 끝날 뿐이라고 해도. 두 눈 똑바로 뜨고 걷기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던 은결과 그 곁에 같이 서 있던 쿠로사카. 희망하지도 절망하지도 않겠다고, 그렇지만 그래서 오히려 진정으로 소중한 한 줌, 을 놓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그 모습이 큰 위로가 되었다.
책을 덮고 다시금 생각했다. 내가 맺은 관계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럼으로써 앞으로 엮어갈 관계들에 떳떳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책이다. 불굴의 아름다움. 시지프 신화를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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