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솔라리스
작품명 : 스타니스와프 렘
출판사 :
이야기는 솔라리스학자이며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이 솔라리스에 떠있는 스테이션에 도착하면서 시작됩니다.
솔라리스는 인류가 최초로 대면한 외계의 지적생명체이며, 100여년동안 소통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바다로 뒤덮인 거대한 행성의 이름입니다. 인류는 두개의 태양사이를 수학적으로 예측된 모델과 전혀 다른 궤도로 돌고 있는 이 행성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탐사한 후, 이 행성이, 엄밀히 말해서는 이 행성의 바다가 일종의' 지적 생명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100년이 흐릅니다. 인류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알고 있을 최초의 외계생명체와의 교류라는 매혹적인 사명은 모든 인류의 천재들과 지성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솔라리스 학을 발달시켰습니다. 하지만 곧 한 시대를 풍미한 광기와도 같았던 이 학문에 대한 열망도 대답하지 않는 행성 크기 두뇌의 장엄한 침묵에 식어버렸고, 그 즈음 주인공은 솔라리스를 파헤칠 때늦은 학문적 열정을 안고 이 곳에 발을 들입니다.
렘의 전작 사이버리아드를 읽었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글의 분위기에 놀랄수밖에 없었습니다. 슬랩스틱 sf 코메디라는 역자의 평이 있었던 사이버리아드에 비해, 이 소설은 우주공간에서의 미스테리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호러(스릴러?) 소설 같았기 때문입니다.
사방이 격벽으로 막혀있고 스크린의 불빛과 몸을 뒤흔드는 진동만이 느껴지는 밀폐된 캡슐 속에 움크려 별이 폭발하는 암흑을 가로질러 스테이션에 도착하는 장면묘사부터 왠지 심상찮습니다.
주인공 칼빈은 스테이션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이변을 느낍니다. 자신을 환영하러 마중나왔어야할 동료 연구자들이 아무도 안보이는 것이죠. 불안 속에 휩싸여 무언가 어수선하고 침묵에 휩싸여 있는 스테이션을 조사하던 그는 곧 편집증에 휩싸인 것 같은 동료 스노우를 만납니다. 그를 통해서 세명이 있었어야할 이 스테이션에 현재 두명만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무언가 일어난 것이 분명한 이 스테이션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습니다만 그는 절대 대답하려 하지 않습니다. 단지 여기서 좀 더 지내면 알게 될거라는 말을 하며 '절대로, 무슨일이 있어도 여기서 마주치는 무엇도 공격하지 말것'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깁니다. 무언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다는 분위기가 긴장을 더해가며 이미 죽어버린 연구원이며 그의 스승인 기하바라 박사의 방에서 단서를 조사하던 칼빈이 방을 막 나섰을 때 긴장은 극적으로 높아집니다.
단 세명만이 존재하고 있어야 할 이 스테이션에서 거대한 체구의 흑인 여성이 쿵쿵 거리며 그를 지나쳐 기하바라 박사의 방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대면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업이 궁구하는 칼빈의 머리속 묘사가 일품입니다. 모든 일이 환각이었을 가능성부터 시작해서 그는 가능한 모든 가설을 지워나가며 사태를 이해하려고 하지만..두개의 태양에서 비롯된 붉은 빛과 파란 빛이 교차해서 만들어내는 음울하고 싸이코틱한 장소를 배경으로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계속 벌어집니다....
스포가 될거 같아 자세히 말을 못하겠네요..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냉철하고 지적인 박사가 자신의 연구실문을 부여잡고, 절대 들어오지 말라며 엄포를 놓다가 나중에는 살짝 흐느끼면 제발 들어오지 말라고 애원하는 장면..그 문 뒤에서는 무언가 '어린아이'같은 것들이 종종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최근에 그 영화가 다시 리메이크가 되기도 했답니다...참고로 영화는 로맨스인데 작가는 자기가 쓰고 싶었던 건 그게아니라고 해서 많이 싸웠다네요 ㅎ. 하긴 소설 내용은 자세히 궁구해보면 희망도 꿈도 없는 결말인거 같습니다..영화는 예고편을 보니 뭔가 '기적'이 사랑을 부활시켜주는 그런 분위기더군요...SF인데 약간의 공포와 쓰릴, 그로 인한 긴장을 이렇게 느낀건 영화 에일리언2이후 처음인거 같습니다. SF를 좋아하시면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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