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나민채
작품명 : 마검왕
출판사 : 드림북스
이 감상문은 마검왕 9권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냥 웃으면서 읽으시길 바랍니다.
마검왕 9권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길고도 긴 추격신과 그로 인한 전투신이었다. 그런저런 작품들이라면 10페이지 안으로 끝날만한 추격장면이 백페이지에 가깝게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읽어갈수록 조금씩 지쳐가게 만들 정도로 길고 긴 활극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옥제황월은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그리고 옥제황월의 가식에 눈이 먼 정파인들은 불에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주인공에게 죽어나간다. 주인공은 죽이고 또 죽이고 또 죽인다. 끊임없는 학살 장면이 수십페이지에 걸쳐 펼쳐졌다.
대체 작가분은 무엇을 보여주려고 이렇게 길게 쓴 것일까?
처음에 본인은 옥제황월의 꼴사나움을, 그 비열함을, 그리고 복수의 마무리를 더욱 더 깊게 맛보게 하기 위해 그렇게 연출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그러한 부분도 분명 없진 않았다. 옥제황월이 9권이 시작하자마자 몇 장 넘기지 않아서 그대로 비명횡사했다면 분명 더 우수웠을 터였다.
어쨌건 길고 길었던 도입부가 끝나고 주인공이 다시 등장하자 이미 주인공은 신화가 되어 있었다. 그러자 그 상황이 적지않게 납득이 갔다. 읽는 본인이 질릴 정도로 죽이고 죽였는데 작품 내에서는 오죽 하랴. 주인공이 나타나기만 해도 적들은 지리멸렬 할거라는 예상을 못하는게 더 이상할 것이다. 그래서 이 때 본인은 인세에 없을 주인공의 강함을 나타내기 위해 초반의 그 긴 장면을 할애했다고 다시 판단했다. 그리고 조금 과하지만 충분히 그 정도는 투자할 만하다고 여겼다.
사천대전이 나오기전까지는 말이다.
본인은 판타지 소설을 보면서 집단적 광기에 소름이 돋은 적이 한번 있었다. 인터넷판 재생을 볼 때였다. 그 처절한 광기의 전투신. 사람 하나하나가 광기에 미쳐 생명을 불사르는 그 장면은 지금도 가끔 불현듯 떠오르곤 할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어제 사천대전을 읽으면서 그 광기에 소름이 돋았다. 주인공에게 열광하는 그 수많은 신도들. 인터넷판 재생의 그 광기를 떠올린 것은 너무한 착각일까?
이쯤에서야 난 알수 있었다. 왜 그리 긴 장면이 필요했는지를.
읽고 있는 본인이 너무 길고도 긴 싸움이었다고 생각했고, 읽은 본인이 질리도록 많이 죽였구나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기 때문에 작품의 신도들이 미친듯이 열광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정진욱이 혈마로서, 교주로서 우뚝 선 모습이 절로 눈 앞에 그려졌다. 대단했다.
지금까지 마검왕을 아무 생각없이 보아왔지만 9권만큼은 두 번 읽었다. 혹시 착각은 아닌지,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인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9권은 마검왕에서 일종의 큰 도약점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9권에서 옥제황월은 부르짖는다. 그 거대한 힘을 가지고 아무것도 안 하는 주인공의 '죄'에 대해서!
그 후 주인공은 소천에게 큰 힘과 직위가 가지는 책임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연 그것은 죄일까? 아니면 그저 옥제황월 같은 인간들의 강박관념일까?
어려운 문제이다. 작가분이 부디 이후 그 대답을 멋지게 펼쳐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비밀일기 같았던 8권까지의 마검왕은 끝나고 9권에서 새로운 마검왕으로 태어난 것이길 바라며 이만 감상글을 줄인다.
추신 - 설마 흑천마검이 이계의 마신은 아니겠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뭐 저만 이런 생각을 한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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