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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3 하봉(夏鳳)
작성
10.02.22 15:47
조회
2,640

작가명 : 박성진

작품명 : 광마

출판사 : 로크미디어

단 한 차례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의 어린시절부터 그가 이 세계에서 '소멸'하는 그 순간까지. 광마란 책은-, 마치 지독한 인연처럼 나의 손에서 책을 놓게 하지 않았다.

따분하고, 신변잡기적인 책은 삼십분이면 읽어버리는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세 시간 아니, 그에 준하는 시간에 가깝게 읽게 만든 그 마력은, 나에게 의문점과 답을 동시에 주었다.

'광마'는 마귀와의 계약을 통해 첫 장을 열었다.

나는 이 소설을 색안경을 끼고 보았다. 광마. 미친 마귀.

딱 봐도, 흔히 말하는 먼치킨, 절대무공, 절대무적. 주인공이기에 기연이 있고, 필연이 있고, 무조건 강해지고, 이유없이 죽지 않는. 이미 제목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그 '비인간적인 강함'을 나는 싫어한다.

하지만, 광마라는 소설은 너무나도 명확히, 그가 강해질 수밖에 없고, 그가 인간 세계에 있어 악마로 군림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그는 하나의 인격체이면서도, 악마였다. 눈물을 보일 줄 알면서도 그 눈물이 슬퍼서가 아니라, 눈물을 흘리게 만든 자들을 처단하지 못해서라고 변명하는.

복수를 했지만,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죽였다고 변명. 혹은 진실을 말하는 그 속사정을 도저히 지금도 알 길이 없다. 마치 수수께끼와 같았다. 이 소설은-

처음의 음산함. 박력. 소마귀일 때의 적무한.

과연 그는 악이었을까?

그가 사랑하고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을 주위에선 끊임없이 몰아쳤다. 그는 강했고, 비범했으나 그런 모든 사건들을 통해서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허무. 좌절. 절망.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것은 처음이나 끝이나 똑같다. 그에게는 마치 지킬 권리 자체가 없는 듯했다. 파괴, 파괴, 파괴. 결국에는 자기 존재마저도 파괴하는, 파괴할 권리만을 가진 듯한 인간.

우리는 과연 그를 미워할 수 있는가?

그는 악했다. 자신의 적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파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나지 않았다. 세상을 자신의 마음대로 농락했다. 죽였고, 죽였고, 또 죽였다.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그 '적무한'이 그런 것일까?

그를 막으려고 했던 천마와 하후벽. 그리고 '악마'를 사랑한 손혜상은. 결국 그 누구도 지켜주지 못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끝까지 절망 뿐이었다.

악은 정말로 악인가, 선은 정말로 선인가.

그 잣대를 구분지을 수 있는 사람이 정말로 있단 말인가?

만고부는 악이다. 자신들의 쾌락을 위해선 무조건 죽인다. 불행하게 한다. 사람을 절망케한다. 심지어 그것이 자신이 될지라도.

영겁조화문은 선이다. 만고부에 의해 고통받게 되는 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악을 처단할 수 있는 힘을 주었고, 용기를 주었다.

하지만-, 만고부는 정말 악인가? 영겁조화문은 일체 거짓 없는 선인가?

모용광은 구중어림위의 조장이었다. 그는 적무한의 양부인 적기상과 양모인 운가려를 죽였다. 그는 분명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그런 일을 저질렀다.

그런 모용광이 적무한에게 잡혀 어둠에 갇혔을 때. 수많은 절망과 낙오감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다. 결국 적무한이 환한 빛과 등장했을 때, 그는 자신이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이제 편히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죽든 살든, 그것은 희망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 것은 악이고, 모용광이 품은 희망은 선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뭐든지 이중성이 있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물어서 선과 악을 결정 짓는 것은 본연 인간의 자세다. 예를 들어, 물건을 훔친 사람을 보았을 때 그것은 분명 나쁜 일이다. 그것은 '범죄'다. 하지만, 물건을 훔친 사람의 집엔 굶고 있는 처와 자식이 있다면? 그리고 그 물건을 훔쳤을 때 그 범인의 마음에 이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면?

그것은 악인가, 선인가.

광마 적무한. 만고부의 백파천. 영겁조화결의 안효봉.

악, 마, 선으로 대변되는 대표적인 인물들은, 결국 악에 의해 모든 것이 먹혀버렸고, 악은 악끼리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손혜상은 적무한을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그의 목숨을 '파괴'할 권리를 찾았다. 적무한은 그녀를 사랑하진 않았지만, 그녀가 '파괴'되는 것을 원치는 않았다.

여린 것은, 여리기 때문에 파괴하기 쉽지 않다는 작가의 말.

아아- 그렇다. 끝내 적무한은 모든 사람을 구했지만,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 한 명도 구할 수 없었다.

그가 분노한 것은, 그가 파괴할 수 없던 존재가 파괴당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이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인가.

많은 것을 던져주었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해주었다.

이런 책은, 진실로 오랜만에 보는 대작. 대작이란 말이 아까울 정도의 거작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책을 덮고 감상문을 쓴다.

광마 적무한은 모든 것을 태고로 돌려놓았다. 그 세계에선 무공도 없었고, 강호도 없었다. 모든 사람이 평등했으며, 육체적으로 단련한 사람만이 있을 뿐이었다.

장풍도 없고, 지풍도 없다.

적무한이 원했던 세계가 그런 것이었을까?

무공이 없기에 모든 사람이 평등한, 하지만 그 세계에도 어느 순간 나타날 '불사조'란 존재. 작가는 마지막에 분명히 전했다.

'세상의 탐욕과 위선이 사라지는 날, 이곳에도 서광과 더불어 푸른 구름 피어나리라. 내린는 신우로 사막은 옥토로 변하고. 누리에 만발할 성화, 부드러운 감로. 열매로 풍요로워지는 세상을 꿈꾸면서.......' -  광마 中 발췌.

이 작품의 끝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과연, 이만한 작품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시 보게될 수 있을까' 라고.

---

이 작품의 주인공은 너무나도 강합니다. 제가 쓰고 있는 소설 '귀골검(鬼骨劍)'의 주인공과는 반대되죠. 하지만 제 주인공이 추구하는 길과 적무한의 길은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하나하나 자세하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작품을 더이상 볼 수 없다면, 저는 제 글에서 완성시킬 것입니다.

조금- 광오할지라도 말입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92 Nanami
    작성일
    10.02.22 16:26
    No. 1

    적무한은 악 입니다. 그러나 자신보다 더 커다란 악을 죽이고 자신 역시 소멸하므로서 그는 성경에나 나올법한 자기희생을 보여주죠.
    그러나 그 자기희생 역시 진정한 자기희생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서 결정한 '의사'였죠.
    그는 선택권을 지닌 인간으로 생각됩니다.
    지금세상에는 남의 시선에 얼매여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하거나 선택권이 주어줘도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대부분이죠.
    그는 자기 멋대로 살고 자기 멋대로 죽었지만 그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만 해도 그런 인간중 하나겠지요. 그래서 그는 악 일지언정 매력적이고 감미로운 인물인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관심을원해
    작성일
    10.02.22 16:42
    No. 2

    광마를 깊이 안봐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전 선과 악은 사람들의 잣대로 만들어지는 거라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맘에 안들면 '악' 맘에 들면 '선' 이렇게 말이죠. 그래서 '모든건 사람 마음에 달려있다'라는 말이 나온거라 보고요.. 어쩌면 진짜 선과 악은 뒤섞여있을지도 모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KUS
    작성일
    10.02.22 18:41
    No. 3

    비록 그게 개똥철학일지는 몰라도 확실히 선과 악은 그 누구라도 단정지을순 없죠. 민주주의라고 해도 그게 선인지 악인지는 확실히 구분할수 없으니까요. 설사 민주주의가 선이라 할지라도 그건 참이 되지 못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코끼리손
    작성일
    10.02.22 23:10
    No. 4

    개똥철학에 8권에서 접었는 데 끌리네요.
    당시 작가분이 토론마당에서 사고만 안쳤어도-_-
    사상이 어떻든 예술과 큰 관계는 없다고 보지만 찝찝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10.02.22 23:24
    No. 5

    악당 맞죠.
    기존 도덕관념을 어기면서 기존질서를 대체할만한 어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것도 아니고... 가정환경이 이래서~ 사회가 나빠서~ 정상참작의 이유는 될지 몰라도 그 행동 자체를 합리화할 이유는 안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관심을원해
    작성일
    10.02.23 11:51
    No. 6

    인간의 관점에서는 악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한테 해로운 짓을 하니까요. 하지만 인간의 차원을 뛰어넘어서는 악이라 할 수 없죠. 그 차원을 '진리'라고 해야할까요? 거기에선 선과 악은 누구도 모르는겁니다. 가령 내공으로 세상의 균형이 깨어져서 신이 광마를 이용해 내공을 없앴다면 그건 그 차원에서는 악이 아닌것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늑돌파링이
    작성일
    10.02.24 10:37
    No. 7

    악당이라고 보기도 선인이라 보기도 애매 하죠 그리고 소봉님 기존의 도덕관념이 과연 선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기존의 도덕관념도 인간이 정한 하나의 관념 일뿐이죠 도덕관념으로 선과 악을 가리는 것 또한 인간의 기준이죠 인간인 적무한은 자기 나름의 선과 악을 구분햇을뿐 그 누구도 그를 악인이라고 손가락 할 수 없지만 선인이라고 떠받들 수 없는 거죠... 그리고 무공이 없기에 사람이 평등하다... 인간이 모여살면 말이죠 그게 천국이든 어디든 상하가 정해지기 마련입니다 그게 인간이죠 욕심이 없는 인간이라... 욕심에 싸인 인간들중에 그런사람이 한둘이면 몰라도 전부다 욕심,갈등,욕망이 없이 살아가면... 왠지 모두가 죽어있는듯이 인형처럼 움직일것 같군요 왠지 끔직한데요...

    적무한은 그 누구도 악인이라고 선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게 현대에 말하는 성인(聖人)이라 해도 말이죠 원래 모든 인간은 자기만의 신념이 있는것이고 거기에 따라 움직엿는데 누구는 성인이되고 누구는 악인이 됩니다 결국 이건 후대 인간의 관점이죠 자신만의 강한 신념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 을 인간들이 선인이라고 악인이라고 가르는건 상당히... 웃긴이야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10.02.25 21:32
    No. 8

    모든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결국 누구의 관점에서도 말 못해요.
    그런 관념상의 모호한 개념을 자꾸 집어넣지 마시고 사회적인 악과 선을 이야기하는 쪽이 현명하겠죠.
    누가 강한신념을 가지고 사람들 살인하고 다닌다면 '오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할건가요? 당장 스스로를 생각해보세요. 누가 잘못했다 잘한다라는 가치판단을 안하고있나요?
    그런 사람들의 가치판단이 모여서 정해지는게 선악의 구분입니다.
    선악이란 거창한게 아닙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NoKal
    작성일
    10.03.07 01:49
    No. 9

    이런!! 망했네요.. ㅠ.ㅠ 내일 11권 마지막으로 보려했는데 이 글 앞부분에서 적무한 소멸한다는 걸 접했군요. 결말을 반이나 알아버린 셈이네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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