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miro
작품명 : 매창소월
문피아 정규연재란. (연재완결)
사람들은 글의 취향을 말합니다.
취향에 맞는 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글도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문피아에서 직접 글을 찾아 다닙니다. 많은 분들이 추천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좋은 글을 소개해주지만, 그것을 통해 제 취향을 만족시키기란 어렵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고 추천하는 글을 따라가봤더니, 제 취향에 맞질 않아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고, 재미조차 느끼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반면에, 추천이 거의 없는, 조회수도 적은 글을 찾아 읽었더니, 제 취향에 꼭 맞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직접 글을 찾아 다닙니다.
매창소월 역시 그렇게해서 찾은 글입니다.
2007년 겨울에서 2008년 봄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한밤 중에 기분이 적적하여, 기분을 달래 줄 그런 글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들어 온 게 매창소월이었습니다.
매창소월(梅窓素月).
매화 창에 흰 달.
마침 제 기분에 딱 맞는 제목이었습니다.
서정적이면서도, 쓸쓸한.
그래서 바로 읽었습니다.
헌데, 이 매창소월이란 글은 참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아름다운 문장하며, 잔잔한 분위기며, 흐르는 듯한 이야기며, 하나도 모자랄 게 없어 보였는데, 막상 읽기가 두렵고,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분량 역시 150여 편에 가까워서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매창소월은 제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 꼭 1년 만에 다시 생각이 났습니다.
아마도 그때 읽었던 그 글의 분위기가 제 마음에 깊이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제 안에 서정적인 면을 매창소월이 자극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읽기에 버거운 글, 그러나 쉬이 잊혀지지 않는 글.
제게 매창소월은 그러했습니다.
이번에는 꼭 읽어봐야지 했다가도, 막상 한 편, 한 편을 읽다보면 버겁고, 복잡하고, 힘이 들어 포기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매창소월을 끝까지 읽었던 것을 보면, 역시나 매창소월이 가진 그 서정성이, 그 이야기가 꽤 훌륭한 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매창소월의 주인공은 사유란입니다. 이제는 사라진 자하각의 영광과 명예, 그 망령을 짊어져야 하는, 자하각의 유일한 후손이며, 대공자.
사유란은 늘 거기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자하각 따위 알 게 뭐냐. 기억나지도 않는 아버지, 어머니 알 게 뭐냐.
그래서 사유란은 삶이 무의미, 무가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사유란을 바꿔 놓은 것은 화조(花朝) 밤에 만난 한 여인, 또 다른 주인공 남희미, 희낭랑입니다.
남희미는 어려서부터 선대의 약조로 인해 땅님으로 키워졌습니다. 때문에 그녀의 행동의 근간에는 하늘이 있으며, 땅이 있습니다.
만인만물을 어여삐 여겨야 하며, 위엄을 세워야 하며, 오로지 하늘만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고 배웠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고독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하늘을 위해 살았으나, 그녀는 하늘에게 선택받지 못했고, 오히려 그 땅님의 자리마저 거짓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일생을 살아온 자에게 그 목표가 거짓이었다고 부정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가혹하고, 잔인한 일인지.
사유란은 그런 그녀를, 고독하고, 외로운 그녀를, 땅님으로 자라 땅 위의 모든 것들을 위해 무거운 짐을 짊어진 그녀를 사랑하게 됩니다.
남희미 역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하늘을 위해 살아왔지만, 사랑의 감정은 하늘이 아닌, 사유란에게서 느끼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매창소월은 이 둘의 아름다운, 그러나 애달프고,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하고 있는 글입니다.
그 이야기를 그려내는 수려한 문장은 독특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 분위기는 독자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서정적이고, 애잔한, 그래서 더 아름다운 글, 매창소월.
문피아에서 제가 처음으로 만난 아름다운 글이었습니다.
님께서 간밤 달 이야기를 하시더이다
옥잔에 향기로운 술 줄어들지 않았는데 밤은 이울어 별리만 가깝고
님께서 그저 간밤 달 밝더라는 이야기만 하시더이다
무정한 분, 야속하시기도 하지
간밤에 달 뜨지 않았거늘 달 이야기만 하시다니
무정한 분, 야속하시기도 하지
흰깁 창 아래 소복한 서리, 회한의 정이거늘 달빛인 줄로만 아시다니
…… 매창소월「10. 명월광(明月光) (8)」「17. 천호만환(千呼萬喚) (4)」에서…….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