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구
작품명 : 신승 2부
출판사 : 북박스
정구란 분의 정체는 참 궁금합니다. 성장배경은 무엇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아래에서는 존칭생략)
그의 소설에서는 인간성이 참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마치 김용의 소오강호를 보는 것같이. 물론 정구의 소설에서는 더 직설적이고, 빈번하게, 드러나지만.
신승 2부의 인기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1부보다는 못했던듯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1부보다도 훨씬 더 글이 재미있어졌더군요. 무협의 통상적 코드에 충실하게(무공의 성취, 뽐내기, 호통, 여주인공들 등등)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면 실망뿐일 겁니다. 하지만, 인간군상들의 욕망, 그리고 그 술수들을 읽고 있자면, 정말 수작이란 느낌이 듭니다.
정구님의 글들은 신승이후로 인기몰이에 실패하는 듯한데, 저는 그 이유가 정구님의 글이 너무 좋아지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합니다. 만약, 무협작가의 글이 너무 좋아져(무협적으로는 나빠지되, 순수문학적으로 좋아진다는 의미), 순수문학의 영역에 들어선다면, 과연 무협시장에서 그 작가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듭니다.
-----------------------------------------
무협을 읽으면, 재미있다, 재미없다는 반응을 쏟아냅니다. 무협이란 글을 쓰고 읽는 제1의 이념이 "재미"란 점에서(이건 더 말할 필요 없겠죠.), 좋은 무협은 재미있는 무협이고, 나쁜 무협은 재미없는 무협일 겁니다. 물론, 미풍양속 등의 제한을 받기는 하겠지만요.
그럼, 재미있다는 감상을 보죠. 이런 글을 읽은 분은, 일단, 글읽기의 목적에 성공한 겁니다. 재미있는 글을 보기 위해, 무협을 보았고, 재미.를 느꼈죠.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협의 제1의 이념을 달성했으니까요. 쓰레기(어떤 글이 쓰레기인지?)같은 글을 보고 재미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독서는 성공한 독서입니다.
하지만, 재미없다는 감상을 보죠. 이런 독서는 실패한 독서입니다. 일단 재미있는 글을 읽으려고 했으나, 재미를 못느꼈기 때문이죠. 이 실패의 원인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무지이고, 하나는 코드(취향)이죠. 자동차를 운전할 줄 모르는 사람은, 계속 장애물과 충돌할 테고, 드라이브의 재미를 모를 겁니다. 이건, 무지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자동차를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이 모두 드라이브를 즐기는 건 아닙니다. 이건, 코드의 문제입니다.
글읽기에 있어서,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이해하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취향이 달라서입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무지해서입니다(물론, 작가의 의도 자체가 부실한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이라면, 작가의 의도 자체가 부실한 건 아니죠.).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죠.
그래서, 재미없다는 감상에 대해서는, 한가지 비판할 수 없는 측면과, 한가지 비판할 수 있는 측면이 있게 됩니다. 즉, 취향은 비판할 수 없되, 무지는 비판할 수 있는 거죠.
재미있다는 감상을 비판하는 건 성공한 독자에 대한 질투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비판의 관점 역시, 무협의 제1이념인 재미가 아니라, 타영역의 이념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게 되고요.
재미없다는 감상을 비판하는 건, 위와 같이, 경우에 따라 타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무지하기 때문에, 실패한 독서를 교정한다는 의미가 있지요. 이건, 문맹이기 때문에 글을 읽지 못하고 그 글이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과 유사한 가치를 지닙니다.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