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문혁
작품명 : 일구이언 이부지자
출판사 : 마루
즐거운 일요일 입니다. 이미 하루가 다 지나가버려 즐거움이 덜하긴 하네요. 오랜만에 하루종일 소설을 읽었습니다. 즐겁게 읽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추천글을 남겨 봅니다.
일구이언이부지자.
제목이 참 기네요. 3부작의 소설 중 마지막 3부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1부가 마협 소운강, 2부가 무림해결사 고봉팔
3부가 일구이언 이부지자이지요.
작품이 나온 순서는 2부-1부-3부 순이 되겠군요.
음. 3부작을 한꺼번에 통칭하여 소씨 가문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일구이언 이부지자만이 아니라
3가지 작품을 뭉뚱그려 이야기 하고 싶군요.
그냥 편하게 고봉팔 시리즈라고 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나온 작품이 고봉팔이고, 그때부터 고봉팔 시리즈의 후속작이 나오겠구나 생각했으니까요.
고봉팔 시리즈는
인물들간의 대사가 뛰어납니다.
대사 속에 재치가 넘치고, 대사를 통해 부드럽게 스토리의 연결이 이루어지며, 대사가 그저 인물들의 말에 머물지 않고 속고 속이는 관계와 인물들의 성정을 드러내어 줍니다.
대사가 길면 지루하다 하실 분도 있겠으나,
조금만 주의하여 글을 쓴 이의 대사를 음미하며 읽어나가신다면
그 소소한 말장난에 재미가 배가되리라 생각합니다.
마협 소운강을 읽으면서 '현혹'과 '기만'으로 이루어지는
모용씨와 문천국의 대화,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소운강의 고뇌와
혼란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더군요.
고봉팔 시리즈는 사건의 전개가 부드럽습니다. 부드럽다는 말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나, 제 기준에서 부드럽다는 것은 사건이 진행됨에 무리가 없고 개연성이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구성과 문체가 쉽게 쉽게 쓰여진 글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물론 어느정도 우연적인 사건이 있지만, 그에 대한 작가의 진행은 이야기에 등을 돌리지 않을 정도의 이유를 부여해 줍니다.
또한 인물들의 행동이 어떻든 작가는 완전히 주인공의 편에서 그것을 미화하고 정당화시키기보단, 옳고 그른것의 일반적인 시각에서 글을 써가고 있습니다.
뭐, 주인공들 자체가 무리없이 성정이 좋은 쪽이라 '납득이 가지 않는 자기정당화'를 느끼시진 않을 겁니다.
작가분의 글에서 본 것 같은데
마협 소운강에서는 협, 고봉팔에서는 사회?를 그리고 일부이언이부지자에서는 사랑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각각의 작품속에서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것들이 각각 협과 사회?, 그리고 사랑인것 같은데
아직 3부는 시작의 단계인지라 논할 단계가 아닌것 같고,
1부와 2부에 대해서만 말해보자면 저는 상당히 만족스럽게 보았습니다.
물론 협이란 것을 생각하는데 있어 사람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견해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협 소운강에서 작가는 그가 생각하는 협을 충분히, 추천의 글을 받을만큼 훌륭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무공이 강하고, 여자들도 꼬이는 주인공을 그리면서도 그가 나아가는 협의 길도 무리되지 않게 그려, 그로부터 많은 재미를 얻었습니다.
사회?에 대해선 고봉팔을 본지가 꽤 지나서 말을 하긴 뭣하지만, 충분히 많은 재미를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대사가 알차고 이야기 전개도 부드럽습니다. 거기다가 작가가 나름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을 잘 표현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삼부작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구성이 치밀합니다.
여러가지 요소들이 갖춰졌으니 이야기가 재밌을 수 밖에요.
혹여.. 대사가 길게 나오는 글을 읽을 인내심이 없으시다면, 그 분에겐 예외가 되겠습니다.
그럼 이제.. 단점도 짚어보겠습니다.
제가 무척 재밌게 읽었던 글이고, 그러한 마음으로 추천글을 올리기에 단점을 짚는 것도 실례는 아닐 겁니다.
이건 뭐 단점이라기 보다 트집을 잡아본다고 여겨주십시오.
첫번째 단점은..
(사실 이걸 단점이라 말하는건 개인적 취향탓도 있습니다)
이야기의 스케일이 너무 큽니다. 여기서 스케일이 크다는 것은 구주팔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인이나 반신, 마신의 경지에 까지 오르는 주인공의 스킬을 말하는 것입니다. 고봉팔을 처음 읽었을때, 그 속의 무공 수위가 매우 신격화되어 아쉬웠거든요. 마협 소운강도 마찬가지고...
이것은 인간적인 신위를 가진 무협에 마음이 기우는 개인 취향이가 치부하셔도 좋습니다.
두번째 단점은
시리즈물로 되어 있다보니 너무 복잡합니다.
이 복잡함으로 인해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중 하나는 2부인 고봉팔의 출판 후 1부인 소운강이 나옴으로써,
먼저 출판된 고봉팔의 틀이 마협 소운강의 내용에 제약이 되어버린 듯하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저는 고봉팔의 마지막권과 마협 소운강의 마지막권을 비교해 두고 봤을 때 약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1부인 소운강부터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하구요.. 이야기가 복잡해지다보니 설정이 옥쇄가 되어버리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중 둘째는 고봉팔 이후 소운강이 나옴으로써 독자들의 흥미가 떨어져버렸다는 점입니다. (이것도 개인 취향으로 여겨질 수 있는 문제라 단점이 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셋째는 너무 내용이 복잡하기에 가끔씩 연결고리가 부실해보이기도 합니다. 마협 소운강에서 남궁수란이 마신이라는 부분은.. 작품에 몰입하는데 있어 인내가 필요했었습니다. 물론 독자를 속여 깜짝 놀라게 하는건 좋으나.. 어쩌면 이것은 제가 지적한 첫번째의 단점, 즉 스케일이 너무크다(마신 등이 나오는)는 것과 통하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단점은
3시리즈의 인물들의 성격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3대가 주인공이니 그럴 수도 있지요.
고봉팔을 먼저 본 입장에서,
이름이 바뀌고 시대가 바뀐 고봉팔의 다른 이야기를 보는 것 같네요. 이것은 제가 위에서 지적했던 세 가지 장점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혹여 제목때문에 꺼리시는 분이 있다면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
추천글이 난잡하지만,
작품은 결코 그렇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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