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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의 [모순]-미리나름

작성자
Lv.1 미나모나미
작성
08.09.15 14:27
조회
778

작가명 : 양귀자

작품명 : 모순

출판사 : 살림

우연히 모 블로그에 쓰여진 감상글을 보고 마음이 동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받고나서야 알았지만 양귀자는 원미동 사람들, 천년의 사랑으로 저한테 기억되고 있는 작가였어요. 생각지도 않게 행운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모순.

사람은 모순적인 존재인가 봅니다.

모순적이면서도 한없이 가엾고 알다가도 모를 존재.

스물다섯의 나는 나와 가족,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것은 나와 엄마의 대구법이랄까요?

엄마는 이모와 일란성 쌍둥이로 만우절에 태어났습니다. 외할아버지는 농담같지도 않은 농담에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셨다고 합니다.

엄마와 이모는 부모님도 분간하지 못할정도로 닮아 있었다고 합니다. 원래 한몸이었던 엄마와 이모는 외모도 성격도 한사람같았습니다만, 태어나고 20여년이 지난 어느해 만우절날 합동 결혼식을 한 이후로 한몸이었던 두사람은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됩니다.

너무나 착하지만 술만 마시면 인격이 변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에게서 나와 동생을 어떻게든 보호해야 했던 엄마. 무책임한 아버지에게서 어떻게든 나와 동생을 먹여 살려야 했던 엄마.

엄마의 모습은 점점 이모와는 달라져 내가 스물다섯인 지금에 와서는 엄마와 이모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자매같아 보입니다.

낭만적이고 다정다감하며 시나 소설을 좋아하고 남부러울것 하나 없는 조건에서 사는 이모와 시장에서 속옷하나, 양말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는 엄마의 모습은 대조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는 결혼을 할지도 모르는 두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한사람은 이제껏 내가 가지지 못한 경제적인 자유를 가졌지만 모든 일을 계획적으로 처리하여 함께하는 시간동안 특별한 일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할 일이라고는 일어나지 않는 계산적인 남자.

또 한사람은 이렇다할 멋진 조건은 없지만 자유롭고 조금더 내 마음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남자.

사랑한다는 확신이 없어서, 사랑이 뭔줄 몰라서, 사랑...

사랑한다면 더 무엇이 필요하냐고 말하는 이모의 딸, 사촌동생 주리. 하지만 나 스스로가 20여년을 살아오면서 몸으로 채득한것은 사랑을 택한다 해도 행복해질수 없다는 것.

사랑해서 괴로운것과 사랑이 없어서 괴로운것.

경제적으로 부족해서 괴로운것과 풍족해서 괴로운것.

그 어느쪽이 불행인지 행복인지 확실히 단언할수는 없습니다.

다만, 나에게는 '어느쪽의 불행과 행복을 취할것인가?'하는 결정만 남아 있을 뿐이지요.

쓰다보니 반말과 존대가 왔다갔다 했네요.

명랑하다고 할까? 맹랑하다고 할까?

'나'의 어조가 탱탱볼처럼 통통거리면서 튀어다니는 기분이라 이야기 자체가 그리 가볍지는 않았지만 가벼운 기분으로 읽을수 있었습니다.

끝부분에서 약간 마음이 찡하긴 했지만요.

살아가면서 그런걸 느낄때가 있어요. 어렸을때 느끼는것과 커서 느끼는게 다른것. 내가 변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경우와 나와 함께 그것도 변하는 경우.

변함과 동시에 무너져 버리는 기분이 들때, 무척 슬프지요.

내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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