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움베르토 에코
작품명 :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출판사 : 열린책들
'움베르토 에코 최후의 유작'이라는 서브 타이틀로 사람 가슴 철렁하게 만든 작품,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입니다. 산 지는 일주일이 넘었는데 뭐다뭐다 일이 바빠 손 못 대고 있다가 오늘 점심 때서야 시간이 나서 완독했습니다. 책 읽다 중간에 끊기는 게 딱 질색이라 시간이 많이 나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
올해 나이 예순이 넘은 고문서 서점 사장 잠바티스타 보도니. 책 내내 얌보라고 나왔기에 이 이름을 쓰려 책을 뒤져야 하는 상황이 오는 군요. ^^; 그는 심장발작으로 쓰러졌다 깨어나며 자신의 '개인사'를 모조리 잊어버렸습니다. 그에게 남은 건 그가 여태껏 읽어왔던 수 천, 수 만 권의 책에 나왔던 이야기 뿐입니다. 아내와 주변 사람들은 그의 기억을 찾아주려 애쓰고, 그에게 신비한 불꽃이 등장합니다.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이라는 제목은 원래 어느 연재 만화의 제목입니다. 죽은 인간마저 살리는 신비한 불꽃. - 그는 자신에게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자극을 '신비한 불꽃'이라고 부릅니다. - 그에게 닿은 신비한 불꽃은 서점 직원인 아름다운 아가씨 '시빌라'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름다운 시골 마을 '솔라라'. 시빌라에게서 아무 것도 묻지 못한 그는 솔라라의 옛 집을 찾아갑니다. 언젠가의 자신이 있었던 공간에서 옛 책과 만난 그는 탐욕스럽게 책을 읽으며 잊어버린 자신의 개인사를 찾아내려 애씁니다.
삽화 소설이라고 해서 뭔가 좀 편할까 했더니, 역시 에코 님다운 책입니다. 읽는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인용 문구와 주석 신공이 작렬하는군요. 삽화라고 해서 글 내용에 대한 아기자기한 삽화가 아니라, 글에서 묘사하는 자료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적어도 앞부분은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모두 인용구로 표현하는 주인공이라니...이런 캐릭터 묘사는 에코 님이 아니면 절대 못할 겁니다. =ㅅ=; 더군다나 삽화, 거의 90%가 개인 소장품......나오는 말은 오로지 '괴물!' 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미리니름이 될 수 있어 생략합니다. 그저 무척 쓸쓸하고 외롭고, 슬픈 결말이었습니다. 솔라라의 옛집, 그 안에서 발견한 수많은 책,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그곳에 남겨진 물건 모두가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입니다. 기억을 잃지 않았더라면 결코, 찾으러 가지 않았을 불꽃입니다......
P.S. 책 홍보할 때보니 인용구에 나온 책 읽어보라고 추천하던데, 전 윤흥길의 [장마], 짐 크레이스의 [...그리고 죽음]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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