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오채지
작품명 : 야왕쟁천록
출판사 : 뿔미디어
오채지님의 신작을 읽었습니다.
역시 무림의 일대 기인이시군요. 새로운 작품이 줄줄이 나오네요.
뭐랄까, 재미있다거나 신난다거나 하는 감탄을 터트리기 이전에 일단 읽고난 감상은, "매우 만족스럽다" 입니다.
요즘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개로, 혹은 구태의연하더라도 재치로 무장에 맛깔나는 다양한 소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좀 눈에 안드는 경우도 있고 속칭 폭탄들도 많지만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는 사람들이 있으며, 저 같은 사람은 돈이 없어서 작품을 가리는 것이지 돈과 시간만 충분하다면야 나오는대로 전부 다 볼테죠...
하지만 무림계에서 명망 높은 몇몇 대종사분들이나 현재 이름을 날리고 있는 거목을 제외하면 어딘가 한 군데는 편벽된 곳이 있거나 약점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사실 그런 분들 조차도 가끔은 고수의 눈으로 해체당해 감상란이나 비평란에 수시로 '황규ㅇ진해(?)' 라던가 '설ㅇ해체신서(?)'가 나돌기도 합니다. (너무 유명하고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라 감히 예로 들었습니다. 양해를 ^^;)
그러나 오채지님의 곤륜산맥, 독룡하설산을 보고 이번 야왕쟁천록까지 맛보자 정말 경험하기 힘든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른 유명한 분들의 글에서처럼 찾기 힘든 스릴이나 속도감 같은 특별한 미덕은 없지만, 글을 써나가시는 균형 감각 자체가 돋보입니다.
십전십미라거나 천의무봉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먼저 기초를 닦아 글의 균형을 잡은 후라면 굳이 자신의 약점부터 보강하는 것보다 강점을 갈고 닦는 것이 먼저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무공에서도 아생연후살타 라는 말도 있지만, 강한 것으로 약한 것을 치라는 말도 있지요. 일단 '아생' 할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경지에 들기 전에는 공격이 곧 방어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됩니다.
무리하게 약점을 봉합해 자신 답지 않은 글을 써서 '남들한테 욕은 안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며 전전긍긍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강점을 살려 글을 써나가며 점차 필력이 좋아지면, 그 경험이 작가를 언젠가 경지에 들게 되겠죠. 처음에는 모본으로 삼는 다른 사람의 장점을 흉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싶습니다. 오롯하게 자신만의 것을 가진 사람은 원래 드무니까요. (그러니 무림에도 독보하는 문파는 있어도 독보하는 개인은 드문 것이겠고...)
그런데 오채지님은 애초에 '만족스러운 글'이랄까 '약점을 찾기 힘든 글'을 쓰시는 재능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경력을 쌓으신 분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참 보기드문 능력이라 생각됩니다. 완결된 글을 놓고보면, 정말 다섯권이라는 분량에 내용이 알차게 들어있습니다. 쓸데없이 나중에는 잘 나오지도 않거나 공격할 때 귀찮은 묘사대신 외치기나 할 무공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며 한 권 분량씩 수련을 하지도 않고...등장인물들도 익히 본 인물들의 클리셰에 불과하거나 고정된 상황하에서 고정된 대사 밖에 못하는 꼭두각시들이 아니라 참 '사람다운' 캐릭터들입니다. 정말 정이 갑니다. 다섯 권만에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속칭 러브 라인(?)이라는 것까지도 모자라거나 과함을 보지못했습니다. 좋은 것은 다 갖췄지만 단점은 참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렇게 훌륭한데 어떻게 다음 글은 계속 이전 글보다 나아지고 있는지 그것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분명 약점을 찾기 힘들었는데, 굳이 약점을 들자면 약점이 없지만 딱히 대단한 강점을 하나 들기가 어렵다는 점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도 어디가 어떻게 바뀐 것인지 계속 발전하고 더 큰 만족감을 주는 오채지님의 필력이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명문정파와는 거리가 먼 특이한 주인공을 항상 창조하시면서도 본인은 꼭 정종의 무공을 익힌 무인과 같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고 힘있게 극점을 향해 나아가시는 모습. 그것이 오채지님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른 강호동도 여러분들에게도 이 만족감을 같이 느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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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 동안 '내가 안써도 유명 작가분들 글은 누군가 추천하고 감상을 해주시겠지...' 하며 일절 감상문을 올리지 않았는데, 오채지님이 결국 글을 쓰게 만드시는군요. ^^; 이제부턴 가끔씩 글을 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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