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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1 인위
작성
07.07.12 23:29
조회
2,082

작가명 : 권용찬

작품명 : 칼

출판사 : 드림북스

성인의 말씀에 심취해 생활 모든 것에 엄격과 절제를 추구하던 주인공 유원엽. 세습 현령의 자리를 숙부에게 넘기고 관청에서 관리로 일하며 모든 일에 예와 도의를 추구하지만 고지식한 그 모습에 주변사람들의 신망을 얻지 못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는 서서히 중심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합니다.

어느날 그는 한 무림 세가의 여식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되고 정체되어 있던 그의 삶에 활력이 돌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무공을 모르는 주인공이 견뎌내기엔 너무 힘들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철중쟁쟁, 파계와 같은 이전 작품을 재미있게 읽어왔기 때문에 어떠한 사건으로 소설을 끌고 나가든 취향을 적절히 충족시켜줄 거란 확신이 있었고 그래서 이 소설이 시작부터 잔혹한 복수극을 예감케 했음에도 오히려 흥미를 돋궜습니다.

과연 그 전초적 성격의 1권은 기가막힌 서정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무협소설은 무공이 주를 이루기 마련이기에 사건의 전개도 이와 관계한 소재거리로 진행되는데 그러한 향을 옅게 만들고 관심의 초점을 한 편의 젊은 남녀의 사랑에 옮겨 놓았습니다.

성급하지도 혹은 느리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감미롭고 아늑하면서도 호기심을 부릅니다.

강렬한 사건이나 소재는 그 빠른 발휘만큼 효력이 다하기 쉽지만 이와같이 소소한 이야기가 뭉쳐 성기게 얽히는 스타일은 감정을 천천히 고조시키고 그 여운을 오래 남깁니다.

이것은 이제 곧 시작될 복수전의 초석이자 주인공의 과거로서 마치 둑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작가가 이 공간에서 독자의 감정을 얼마나 축적할 수 있으며 또한 이입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후의 복수극에 주인공과 함께 동참하도록 유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됩니다. 독자가 가지게 되는 분노의 세기또한 결정짓습니다. 이건 곧 작품에 대한 감정적 몰입을 불러옵니다.

이러한 예로 신조협려를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소용녀가 겪는 특수한 상황은 역린으로 작용하여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 이외의 사람들은 이때부터 애타는 마음과 분노로 소설을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1권의 말에서 작가는 물을 채우고 둑을 무너뜨렸습니다.

기대했던 그 순간이 도래했습니다. 이때까지 저에게 얼마나 감정이 축적되어 있었느냐에 따라 분노와 슬픔의 크기가 결정되는 때가 온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절대 객관적이지 않은 제 개인적인 관점과 취향에 의존한 감상을 이야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 느낌1. 약간 이른 감이 있는 비극>

이 때의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였습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어? 벌써?"하고 의아해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온 칼소리. 그렇게 시작된 1권의 마지막 상황들. 하지만 약간 이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작가가 둑을 터트려 방류를 결정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진행시키면 보다 극적인 순간이 올텐대 미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어랏?'하는 순간에 갑자기 속도를 붙여 엔딩크레딧을 띄운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안돼! 지금 이 순간은 안돼! 주인공의 지금 행복을 방해하지 말아줘.' 이런 외침이 나올만한 타이밍에 좀더 비열하고 사악한 적의 행동을 보았다면 감정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었을 텐대 상당히 무난하게 끝을 맺었다고 봅니다. 때문에 영혼의 정화를 노리며 눈물 한 방울 기대했건만 담담하게 넘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권을 다 읽은 후 제 감정은 이랬습니다.

아... 이런 일을 겪다니.. 불쌍하다. 참 애뜻한 사랑이었어. 그나저나 주인공은 뒤늦게 무공을 배우게 될텐대 어떻게 변모할까? 과거는 과거일뿐 주인공의 행보에만 흥미가 동하는 걸?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설에 몰입하기 위해 제가 바란 것은 눈물, 분노, 절규 그리고 격동이나 혹은 가슴을 저미는 듯한 아픔이었습니다.

그런고로 서정성이 뛰어나 부드럽고 감미로운 전개까지는 완벽했지만 아쉽게도 뒤엎는 타이밍이 약간 이르고 그 수위가 약간 약하지 않았냐는 판단입니다. 때문에 감정의 파도가 2권을 휩쓸지 못했고 곧바로 주인공의 무공이 어떻게 설정되어갈지로 흥미가 이동해 버렸습니다.

<개인적느낌2. 너무 변한 주인공에게 사라진 매력>

그리고 2권.

어느새 이미 강해진 주인공을 보게 됩니다. 성격또한 확연히 변합니다. 1권을 읽으며 주인공의 성격과 재주에 매력을 느낀 분께는 참 안타까운 설정입니다. 논어를 을프며 금을 타고 노래를 부르고 활을 쏘던 그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1권과는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살기가 짙어지고 충동적이 되어버린 주인공. 기억만 공유하고 있을뿐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이 주인공인양 나선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급상승된 무공의 부작용으로 알 수 없는 약없이는 살지 못하고 강한 복수심으로 인해 정신분열적인 중얼거림을 거듭합니다. 그래서 1권에서 보여지던 향과 애취는 어느새 주인공의 피냄새에 가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권의 분량 동안 공을 들여 주인공의 매력을 독자가 느낄 수 있게 했지만 이 모든 것이 2권에선 모두 무효가 되었습니다.

어떤 면에선 1권과 2권은 마치 다른 소설을 보는 기분입니다.

이로인해 편집증적으로 복수에 미친 귀신은 생겨났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서 어떠한 매력에 집중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의 독특한 무공에 숨겨진 비밀과 제약, 그리고 한계. 과연 그는 당금 무림에서 어느정도로 강한 것인가라는 호기심이 가장 먼저 생겼지만 거기서 느낀 재미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그의 실제 무공발휘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무공의 초식과 형은 뛰어나지 않지만 싸움에 강하며 마치 의지로 더 큰 힘을 뿜어내는 듯한 실전능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슬아슬하게 이루어집니다. 최선을 다합니다. 상당할 정도로 강한 이까지 박살내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습니다.

이것이 긴박감을 불러 재미를 줄 수도 있겠지만 대신 주인공의 무력에 대한 동경이나 기대감은 작아졌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무공발휘엔 기시감이 있는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내공의 불안정함 때문에 싸움을 하며 자신을 몰아쳐야 하고 그 끝마다 약을 복용하기에 개연성과 소설의 비장미는 확실해졌습니다. 대신 주인공의 미래에 대한 기대치와 새롭게 시작되는 인연에 대한 흥미는 하향조정되었습니다.

정말 10년이란 세월은 주인공에겐 너무 긴 세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마음에 들던 주인공이 취향에 맞지 않게 변모한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이번 '칼'은 작가의 이름을 붙여 나올만큼 잘 썼으며 실제로 1권을 아주 감미롭게 읽었습니다. 딱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2권에서 주인공의 야성적이고 거친 모습이 부각되면서 흠모의 대상이 아닌 이질적인 인물이 되어버렸다는 것에 미련이 남습니다. 사실 어떻게 변하건 변화 자체는 상관이 없습니다. 단지 그렇게 변화한 주인공에게서 매력이 안 느껴진다면 그게 문제입니다.

작가의 설정이며 작중 진행 상 조각맞추듯 들어맞는 변화였지만 1권에서 보여진 문사로서의 그의 성격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아쉽게도 주인공의 비극적 선택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매력이 반감된 느낌이었습니다.

전작에 비해 재미가 약했지만 구성은 더 탄탄해진 것 같습니다.

2권에선 취향을 자극해 흥미를 돋구는 양념거리가 적어서 크게 몰입하진 못했지만 전작을 통해 보여진 작가의 감각이 곧 큰 힘을 발휘할 거라 생각합니다.


Comment ' 7

  • 작성자
    Lv.29 룰루랄라
    작성일
    07.07.12 23:38
    No. 1

    철중쟁쟁 파계 둘 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실망만 한 소설이었는데 칼이라... 우선 제목은 좋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라후라
    작성일
    07.07.13 00:17
    No. 2

    제목이 '칼' 이 아니구
    '권용찬의 칼' 이더군요;;

    일단 1,2권까지는 볼만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맥거핀
    작성일
    07.07.13 01:11
    No. 3

    칼에 제가 생각하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병기 이름이 '성귀'던데.. 제가 음란한건지 자꾸 발음이 비슷하다보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카이혼
    작성일
    07.07.13 01:56
    No. 4

    저랑 비슷한 생각이시군요..
    1권은 보고 이거다!! 라고 생각했는데.. 비극이 너무 빨리 오고 2권이랑 좀 안 맞는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1,2권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추천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담진현
    작성일
    07.07.13 03:36
    No. 5

    감상 잘 봤습니다. 추천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낮게나는새
    작성일
    07.07.13 11:15
    No. 6

    1권과 2권이 전혀 다른소설인듯 느껴져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30 만련자
    작성일
    07.07.13 14:22
    No. 7

    허허 감상이 베스트 감이네요.
    너무나 좋은 감상이었습니다.
    한편의 평론을 보는 듯한 품격있는 감상입니다.

    붐업!!!! 헉! 추천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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