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상혁
작품명 : 천사를 위한 노래
출판사 : 청어람
지하세계의 수많은 마물들에게 내던져진 천명의 어린노예들은 괴물들고 싸우는 과정에서 수없이 죽어나갑니다. 그 마지막의 마지막에 살아남은 두 명의 아이 라휄과 파드셀.
하지만 뭔가의 배경을 알고 있는 듯한 파드셀은 동굴을 벗어나는 날 라휄을 찌르고 홀로 세상밖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라휄은 살아 있었고 그는 네자루 장검을 검대에 두른 채로 뒤늦게 동굴을 벗어나게 되지요.
숱한 세월을 땅 속에서 어린 아이들끼리만 살아오며 괴물을 도륙하는 기술 외에는 세상사에 아는 것이 전무한 라휄은 노예의 표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리저리 끌려다닙니다.
처음엔 어리숙한 모습으로 이용당하지만 점차 그 순수함과 올바름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많은 것을 얻어나가는 과정을 독자는 지켜보게 됩니다.
이 소설은 마치 이런 느낌입니다.
어릴 적 문방구에서 팔던 군것질거리 중에 가짜 테이프가 있었습니다. 테이프처럼 생겨서 얇게 돌돌 말아진 이 녀석은 아주 달콤하지도 진한 맛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한번 입에 넣기 시작하면 계속 탐하게 되었습니다. 천사들의 노래가 그와 같았습니다.
이러한 소설은 자극적이진 않지만 대신 풍부하고 따사로운 감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의 여운이 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인물들의 행동과 대화를 서술하는 데에서 보여지는 문체가 글 전체에 묘한 안정감을 주고있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똑같은 사건을 소재로 할지라도 어떤 작가냐에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로 서술된다는 것 아실 겁니다. 사건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에 시니컬한 작가에게선 냉소가, 감성적인 작가에게선 감성이, 유머러스한 작가에게선 재치가 글에도 묻어나옵니다.
택하는 단어와 문장의 구성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범주를 저는 글맛이라 지칭하는데 이 천사들의 노래에선 글 전체에 미약한 달콤함이 은은히 배어있었습니다.
이것은 세파의 험난함을 배경으로 보이면서도 어리숙하고 순수한 주인공의 고통이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다가와 소설의 분위기가 차가워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주인공이 겪는 차갑고 냉막한 현실이 작가의 눈을 지나 손으로 옮겨져 서술되는 변환과정에서 약간의 완충지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학대당하는 주인공과 그것을 초래한 어리숙함이 부른 꽤나 심한 가혹행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 아직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야.'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안도감과 기대감을 불러왔습니다. 멍청하게 이용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저의 취향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지만 위와같은 이유로 언젠가 해뜰 날을 생각하며 오히려 즐거워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어리숙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주관을 명확히 하며 다른 이의 말을 일축하는 그의 모습은 크게 흠이 잡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빠른 검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그것을 전혀 알 수 없는 그의 능력은 감춤의 미학에 부학하는 높은 장점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인공에겐 점차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천사들의 노래는 취향을 정면으로 감싸 허겁지겁 읽게 만드는 소설은 아니지만 은은하면서도 끊임없는 흥미와 관심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에 여러분은 기묘한 끌림으로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노예에서 평민으로 평민에서 귀족으로... 순수한 라휄이 꾸며나가는 달콤한 이야기를 즐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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