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진우
작품명 : 소녀의 시간
출판사 : 시공사
편의상 반말로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단점을 지적하자면 이 작가님의 행실은 아쉽게도 라니안 감상란 자추사건 같이 조금 안좋은 소문이 있는 분으로 이작가님의 작품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저조한 평가를 받는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르네상스 인간이라는 점이다. 계급이 높으면 무조건 검술,학문 못하는 것이 없다. 이는 다른 작가님한테도 나타나는 것이지만, 좀 아쉬운 점이다. 왕자가 과연 검술 고수라는게 말이 되는가? 검술로만 외길로 수십년을 살아온 기사와 신분 빨로 편안하게 산 왕자는 그 마인드 자체부터 다를수 밖에 없는데 말이다. 어쩌다 그럴수도 있다고? 메디나, 스토리 왕국 왕자는 모두 다 웬만한 기사 쪔쪄먹는 검술의 달인이다. 주인공 아르베라제는 예외로 두더라도 개인 능력치 배분에서 개연성이 떨어진다.
또한 스토리 호흡이 엄청 길다.엘야시온스토리처럼 대책없이 길지는 않지만 초반 숨가쁘게 잠깐 진행하고 중반이 너무 좀 길어 긴장감이 살짝 풀린다.
이쯤되면 도대체 왜 이글을 비평란에 올리지 않고 추천 감상란에 올렸는지 이글을 읽는 네티즌분들은 의문이 들거라는 생각이든다. 근데 진짜 이 소설은 엄청나다. 스토리가 이만큼 크고 아릅답게, 확실히 짜인 한국판타지소설이 있을까? 초기에 세레나가 무적의 여신이자 키로케 제1의 미녀 아르베라제에게 빙의하는 것까지는 예상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감도 못잡는 반전이 계속 일어난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판타지나 무협처럼 주인공이 레벨업하면 새로운 단체, 새로운 국가가 갑톡튀해서 깽판치는 스토리가 아니다. 정말 세계를 오밀조밀하게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든다. 이것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중반쯤 되면 엄청 길어지는 요인이 되는데 각국의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자가 마치 삼국지처럼 자신만의 축으로 비중이 생긴다. 그럼으로 처음에 아르베라제-세레나 간의 빙의에 몰빵했던 묘사가 아르베라제의 궁정생활 묘사, 전쟁묘사, 외교묘사 거기에 나온 등장인물들의 묘사 그리고 떡밥 투척 그리고 회수가 진행되니 길어질 수밖에 없는것. 외교관계, 전투의 흐름은 정말 여태까지 본 판타지 소설 중에 역대급. 또한 세레나가 자신이 동경하는 여기사 아르베라제의 신체에 빙의되어 이것저것 사고치고 다니는데 본래의 아르베라제의 성격, 능력으로 인해 삽질로 보지 않고 깊은 뜻이 있는 것으로 보는 주변인물들의 착각은 스토리 진행의 백미라 볼 수 있겠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본래 성격답게 순진한 시골처녀 행동을 하는 것인데 주변인물들은 아르베라제가 가증스러운 가면을 쓰고 있네, 어쩌네.. 특히 변해버린 아르베라제의 성격으로 인해 깊어진 부관 루시푸아의 사랑과 오해, 루시푸아와 아르베라제(세레나)사이에 이어질듯 안이어질듯한 로맨스는 정말 가슴이 콩닥콩닥할정도로 재밌다. 또한 세레나가 아르베라제의 신체에 익숙해짐으로써 생기는 정체성 혼란, 그리고 사실은 살인기계이자, 뼈속까지 이기적인 귀족 아르베라제의 본모습(소설 초반부의 아르베라제의 모습은 약간 모자라서 타인의 감정에 순발력이 떨어지는 명랑한 소녀였건만)은 세레나의 마음을 도가니에 빠뜨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한국 판타지 무협 소설과는 달리 주인공 심리묘사에 정말 엄청난 공을 들인다는 점이다. 보통 판무 주인공을 이렇게 입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데.. 장르소설 주제에 이정도까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사람의 온갖감정을 묘사했다. 질투, 이기심, 열등감, 배려심, 사랑등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부터.. 온갖 감정의 폭풍우가 몰아친다. 이소설에서 한창 빠져 있을때는 소설 연재란 작가님 이글루스에서 기약없는 기다림을 하며 계속 재탕한적도 있다. 이작품의 두번째로 큰 장점은 떡밥 투척 회수가 정말 능하다. 그리고 이 작가님의 절단신공은.. 궁금한 시점에 끊는 것은 그야말로 신의경지.. 세레나의 아르베라제로서의 성공과 실패, 좌절, 분노를 함께 하다 보면.. 책 6권이 짧다. 뒷권은 앞권의 두배 분량이다. 글자수로 따지면 이것만해도 엄청난 분량인데.. 정말 순식간에 읽힌다. 아쉽게도 책은 6권까지 나와 있고 비슷한 분량만큼 인터넷 연재가 되다가 적국의 침공, 그리고 수도 점령으로 무대는 마련되고 무도회 암살시도로 인한 부상치료 후 복귀한 아르베라제의 화려한 전투씬이 나올려는 찰나에 연재본도.. 끝..
아쉽게도 인기가 없어 그대로 절판된 책 재밌는 점은 그당시에는 상업적인 작품의 교과서다, 너무 메이저를 지향한다라고 비판 하는 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미친듯이 오글거리는 표지, 그리고 인터넷에 너무나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널린 연재본, 진중한전개 덕에 마이너작품으로 굳어져버렸건만.. 아쉽다. 조금만 더팔려서 계속 책이 나왔다면 아직도 결말이 궁금하다.
조금만 분량을 줄이고 규모를 줄이고 적당하게 완결을 냈었으면 더 반응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든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처음에 소녀의 시간을 봤을때 빙의물로서의 매력을 느꼈지 국제관계 전쟁 같이 골아픈 전개에 재미를 느끼리라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에는 못생기고 열등감 쩌는 전직 창녀이지만 현재는 최고의 실력과 미모를 지닌 여기사 세레나(겉은 아르베라제)의 캐릭터성으로 대부분 읽었을텐데.. 작가님이 독자층의 선호를 제대로 캐치못한듯 한 부분에서 대중성은 실패한듯 싶다. 그렇지만 주인공 심리묘사, 수없이 등장하는 개성있는 등장인물들로 인한 궁정묘사는 이 작품을 한국 판타지소설의 최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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