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죠반니노 과레스끼
작품명 : 돈 까밀로와 빼뽀네 시리즈 총 10권.
출판사 : 서교출판사
어느 국가에 살던 분명한 이념적 갈등은 눈에 보이도록 가득하다. 거기서 자유로운 것은 죽음과 탄생이란 우스갯소리도 있듯이, 우리는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늘 다투고 싸운다. 절충점 없이 질질 끌어온 싸움은 이탈리아의 작은 시골,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뽀 강을 사이에 둔 공산당 이장과 거구의 신부님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유쾌하며 어딘가 날카로운 칼로 가슴을 찌르는 듯 강렬한 풍자를 내포한 소설은 정치적, 혹은 인간적으로 대립하는 두 사람을 내세워 당시 파시즘으로 가득 차 있던 이탈리아의 현실을 냉혹하게 보여주기도 하고 따스한 감동과 웃음으로 다가오게 만들도록 한다. 물론 작가의 주관이 아닌, 어디까지나 신부 '돈 까밀로' 와 '빼뽀네' 의 언행으로 나타낸다. 본인은 비폭력주의자에 박애주의자이며 충실한 하느님의 양이라 생각하는 돈 까밀로와 공산당의 이념이야말로 세상을 이끄는 힘이라 믿는 빼뽀네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주된 내용인데, 그 과정에서 이들이 사는 마을의 사람들이 얽혀 더욱 큰 재미를 선사한다.
코끼리처럼 큰 거구와 힘을 자랑하는 두 사람이기에 때로는 물리적 충돌이 있을 때도 있지만, 결국 이를 보살피고 용서하시며 축복을 내리시는 돈 까밀로의 영원한 아버지인 '하느님' 역시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전지전능한 하느님. 그가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목소리로 그들에게 속삭이기도 한다.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그리고 웃으라고.
이탈리아만큼 파시즘이 날뛴 국가도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더한 국가도 있었겠지만 이처럼 극으로 치닫는 경우도 없었을 것이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마을 사람들의 단합과 잔잔한 슬픔까지. 단순히 이를 보고 재밌다, 라 느낀다면 돈 까밀로와 빼뽀네, 그리고 하느님의 알력다툼이 먼 나라 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아마 우리의 하느님, 마음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지금도 우리를 보며 이렇게 속삭이시지 않을까?
"어서 가서 먼저 사과하거라. 맛있는 요리를 먹고 사랑하려므나."
사상, 인간적 대립, 갈등을 넘어선 것은 바로 용서와 사랑이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놓치기 쉬운 것들로 가득 찬 이 아기자기하며 거친 뽀 강 유역의 마을로 들어서면 보다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돈 까밀로와 빼뽀네는 하느님 몰래 카드 게임으로 승부를 내자며 하느님을 속이고 벌을 받고 있을 테니. 그리고 이를 보는 우리 역시 언젠가 좌, 우가 아닌 카드 게임을 하고 있지 않을지. 그리고 이를 보시는 하느님께서 '너를 누가 구원하겠느냐.' 라며 웃으시곤 어깨를 토닥여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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