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진산님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통쾌한 무협적인 맛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결전전야를 읽으면서 진산님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는 군요.
물론 그동안 제 주관이 꽤나 바뀌었기 때문이겠죠.
아마 예전에 제가 더 어렸을때 진산의 참 맛을 모른것은
그런 고통을 제가 너무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학생으로서 고통없는 평범한 삶만을 살았기 때문에
진산님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소화해내지 못했나 봅니다.
하여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결전전야 하면 사천당문 2부인데 사실 전 사천당문을 읽긴했지만
3~5년 정도 전에 한번 읽은게 전부라
결전전야를 보면서 주인공의 이미지 정도밖에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더군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였는지 까맣게 생각이 안나네요.
하지만 그렇다 해서 결전전야를 읽는데 어떤 지장도 없었습니다.
으음 결전전야를 읽은 느낌을 말하자면
씁슬한 느낌이 가슴에 맺혀있습니다.
읽다가 인생의 여러 괴로움이 여실히 느껴져 혼났습니다.
앞에 작품소개에 진산은 다른 무협작가와는 다르게 인생의 고통
쓰라림 그런걸 진솔히 표현해낸 작가라고
(그런 식으로 써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책이 없어서)
보통 그런 작가소개는 대부분 허풍인데 책을 읽고나서
그 소개를 보니 정말로 맞는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낄 여러 고통 갈등 사랑을
펜하나라 하얀 백지위에 이렇게나 그려내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무협엔 물론 고통이 많이 나옵니다.
육체적 고통이나 아니면 피의 고통. 복수의 한 같은게 많이 나오죠
아님 가끔 사랑때문에 겪는 고통도 나오구요.
하지만 진산님의 결전전야는 좀더 확실하게 그 고통이 표현됩니다.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여인과
자신에게 세살을 살아가는 의미를 준 여인 사이에서
방황화며 괴로워하는 무십육
하나의 인간으로서 여인으로서 자존하고 싶지만
당문의 주인으로서만 살아가야 하는 주인공 당군명
이미 자신의 인생따위는 가지고 있지않는 오직 귀목문의
주인으로서의 인생만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인생이 없어지는 걸 두려워 하지 않는 군승룡
그는 사랑을 위해 귀독문을 버렸지만 다시 그에게
주어진 것은 귀독문의 문주라는 그것 뿐이지요.
그리고 그외에 많은 쓰라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것을 흡인력 있는 문체와 잔잔한 묘사로 그려낸 진산님의
필력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재미는 최고급은 아닙니다.
나는 아직도 통쾌한 것을 좋아하는 치밀한 스토리 적 구성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진산님은 그런 것보다는 이런 사람 사이의 갈등과
고뇌를 잔잔하게 묘사해 내는데 주력함으로서
재미는 최고라고 말하기엔 손색이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가슴이 아프고 두려워 중간에 보기가 두려워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감탄했고 정말 이런 소설도 한번 내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책에 나온 기억나온 문구를 써봅니다.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문의 극독중에 하나인 고소산은 맛이 쓰다. 그 어떤 것보다 맛이 쓴 독물이라
써먹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그 독성은 당문에서도 최고의 독중 하나로
꼽힌다.
하나 고소산의 쓴맛이라 해도 인생의 쓴맛에 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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